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 공식 포스터.

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 공식 포스터. ⓒ MBC

 
'연기 신(神)'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가 16일 막을 내렸다.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 노대호(김상중 분)가 뜻밖에 본점 감사로 승진하면서 감사실 요원들과 조직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금융 오피스 수사극이다. 일본의 인기 만화 <감사역 노자키>가 원작이지만 한국 상황에 맞춰 각색돼 현실감을 높였다. 

하지만 <더 뱅커>의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기 어려웠다. '금융'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감사'라는 생소한 직군을 통해 풀어나가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벌과 정치인, 은행 등이 하나가 돼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모습이나, 부동산 투기 세력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서민들의 모습 등은 뉴스에서 익히 보아왔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과 닮아있었지만, 그 부정부패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나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은 너무 어렵고 복잡해 따라가기 힘들었다. 

<더 뱅커>는 이렇게 평균 시청률 4%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평균 2%대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작을 생각하면, <더 뱅커>는 나름의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고, 최종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 출연진.

1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 출연진. ⓒ MBC

 
최종회에는 무리한 은행 합병을 주도하던 강삼도(유동근 분) 행장과 노대호 감사, 한수지(채시라 분)·이해곤(김태우 분) 부행장의 갈등이 풀어지는 과정과, 노대호 감사가 쫓던 대한은행 부정부패의 결정체인 'D1 계획'과 강삼도 행장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과정이 그려졌다. 

강삼도 행장 비리의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쥔 노대호 감사는 강 행장을 설득했다. '대한은행을 위해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으라'는 노대호의 설득에 넘어간 강 행장은, 결국 스스로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모든 부정부패의 증거를 쥐고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D1 계획'은 <더 뱅커>의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줄기의 부정부패였다. 강삼도 행장은 그런 'D1 계획'을 진두지휘하고, 내내 강한 권력욕을 보여 왔다. '대한은행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믿는 강삼도 행장의 정의와 '은행이 권력과 탐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노대호 감사의 정의가 부딪치는 장면은 마지막 회의 최고 압권. 강한 권력욕을 보여온 강 행장이 노대호의 설득에 넘어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설정은 다소 부자연스럽고 밋밋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김상중, 유동근이라는 두 배우는 이 밋밋함에 긴장감과 비장미를 불어넣었다. 사실 <더 뱅커>는 복잡함과 밋밋함 사이에서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소재를 언급할 때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기보단, 뭉뚱그려 넘어가는 방식을 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사와 상황은 뭔가 엄청난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이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으니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밋밋한 전개에 긴장감과 재미를 불어넣은 것은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였다. 구수한 말투로 아재 개그를 쉴 새 없이 쏟아내지만, 정의를 지향하며 조직의 부정부패를 거침없이 파헤치는 노대호 감사 역의 김상중. 의뭉스러운 말투와 표정로 속내를 감추고 있는 대한은행 최고 권력자 강삼도 행장 역의 유동근. 누구보다 강한 권력욕을 가졌음에도 탐욕을 쫓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킨 한수지 부행장 역의 채시라.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화제를 모았던 연기대상 수상자 3인방의 '연기 신' 다운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여기에 김태우, 안내상, 서이숙 등 내공 있는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졌다.

배우들의 호연은 대본의 허점을 훌륭하게 채워냈다. <더 뱅커>는 이 훌륭한 중년 배우들을 한곳에 모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큰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더 뱅커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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