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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이었다. '임금차별타파의 날'은 남성 정규직 임금 대비 여성비정규직 임금을 1년으로 계산하여 그 날 이후부터 12월 말일까지 여성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리는 날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이중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9년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가장'으로 상징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위해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현장의 사례를 하나씩 짚어보고자 '생계에 성별은 없다' 기획을 통해 총 9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다. 네 번째 글은 부산여성회 이정화가 썼다.[편집자말]
 김영애씨는 검침을 돌 때는 하루 평균 약 700~1000호를 방문한다. 전체 약 4600호를 돌아야 하고 검침이 끝나면 점검과 고지서 송달 업무를 해야 한다.
 <거리의 만찬>에도 출연한 김영애씨는 검침을 돌 때는 하루 평균 약 700~1000호를 방문한다. 전체 약 4600호를 돌아야 하고 검침이 끝나면 점검과 고지서 송달 업무를 해야 한다.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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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KBS1 교양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은 '노동의 조건 2부- 3만 6천 7백 걸음' 편에서 우리 주변에 늘 있었지만, 쉽게 지나쳤던 도시가스 점검원들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방송을 보니 도시가스 점검원들이 매월 담당하는 세대는 평균 4500세대, 많게는 5000세대다. 자신이 할당받은 세대 수 안에서 매달 검침과 송달을 끝내야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세대 방문 점검을 완료해야 한다. 이 업무를 위해 하루에 2만보 이상, 많게는 3만 6천 7백 걸음을 걸어 다녀야 했다. 뿐만 아니라 계량기 확인을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고, 담을 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릎이나 발목 등의 관절부상을 입었다. 심지어 폭언, 폭행, 성희롱에 노출된다.

<거리의 만찬>은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TV를 본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도시가스 점검원들 또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지난 17일 울산과 경남 양산지역 도시가스 회사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원룸에 안전 점검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생활하던 남성에게 감금, 추행 위기를 당한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도대체 도시가스 점검원들의 노동현실은 어떠하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관련 기사: '가스점검 여성노동자' 성희롱에 무방비 노출 http://omn.kr/1jdy1

현장에서 도시가스 점검원으로 일하고 있는 K씨를 만났다. 50대 여성 K씨는 9개월 차 도시가스 점검원이다. K씨는 한부모 가족의 실질적인 생계부양책임자다. 올해는 자녀 2명이 취업 후 따로 살게 되면서,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은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시간 조절하면서 일할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한 달에 정해진 만큼만 일하면 되고, 집 가까운 곳으로 걸어 다니면서 일할 수 있어서 운동도 되고, 시간도 조절 해가면서 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구인광고를 통해 도시가스 점검원을 알게 되었고,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도시가스 점검원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 가스안전공사의 사용시설 점검원 교육과정 수료 후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K씨가 처음 배정받은 세대는 매월 검침 4500가구, 점검 470가구였다. 일을 시작한 첫 달은 16일을 근무하며 470가구 점검만 하고 5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둘째 달은 820가구 검침을 하고 118만 원, 셋째 달에는 4500가구 검침, 500가구 점검으로 137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첫 달은 16일 근무에 470가구 점검을 하고 50만 원을 받았어요. 적어도 최저임금의 50% 정도는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센터에 문의 하니 점검 1건당 1000원 정도 금액이라고, 50만원이면 원래 줘야 하는 금액보다 많이 준 거라고 했어요. 두 달, 석 달째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계산이 되었어요. 아직도 급여 계산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있어요."

젊었을 때부터 일해온 경험이 많은 K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정해진 금액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목표량을 다 채워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악착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9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은 매월 검침 4700가구, 점검 800가구를 맡아 담당하고 있다. 한 달 내에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하루에 200집 이상을 다녀야 한다. 이동 거리 또한 가까운 곳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3개의 구를 넘나드는 지역을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이동시간과 거리 또한 만만치 않았는데 교통비도 지급되지 않았어요. 많이 걷다보니 운동화 교체 시기도 빨리 돌아왔지만 모든 것은 개인이 부담해야 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식대와 차비를 지급 해주면 좋겠어요. 운전이 가능한 도시가스 점검원에게는 유류비를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도시가스 점검원의 담당구역 또한 동선을 조정하여 지역 간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동선으로 배치되면 좋겠어요."


"하루에 3만 걸음 그 길의 끝에는 최저임금"
 
 김영애씨는 검침을 돌 때는 하루 평균 약 700~1000호를 방문한다. 전체 약 4600호를 돌아야 하고 검침이 끝나면 점검과 고지서 송달 업무를 해야 한다.
 김영애씨는 검침을 돌 때는 하루 평균 약 700~1000호를 방문한다. 전체 약 4600호를 돌아야 하고 검침이 끝나면 점검과 고지서 송달 업무를 해야 한다.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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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점검원들의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고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근무시간이다. 오전 7시~12시와 퇴근시간 무렵인 5시~8시 사이에 가장 많은 일을 한다. 검침은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일이 조금 적지만 점검을 하게 되면 고객의 시간에 맞춰 일일이 가정을 방문하고 고객과의 응대를 하며 점검업무까지 해야 한다. 고객과 대면 업무는 폭언, 폭행, 성추행, 성희롱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아침부터 남의 집에 여자가 오면 재수 없다고 욕을 하는 경우, 나이든 아저씨가 팬티 바람으로 문을 열어주며 실실 웃기도 하고, 일이 밤에 끝나니 그 때 오라며 남자 혼자 있는데 자신 있냐고 하는 등의 일 또한 비일비재했어요."

주택의 경우에는 계량기가 높은 곳에 있거나 담장 안에 있는 경우도 많다. 담을 넘어가다가 다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다 무릎이나 발목 등 관절 부상을 입기도 한다. 개에게 물리는 경우도 있고, 업무용 핸드폰을 보면서 이동하다 보니 사고의 위험 또한 늘 상존한다.

K씨가 일하는 센터는 기본급(최저임금)과 연차수당, 프로모션(800가구 이상 점검하면 1가구당 1000원의 수당 발생)을 포함한 금액을 월 급여로 산정하고 있다. 한 달을 꼬박 일한 K씨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많은 금액을 월급으로 받아갔다. 경력에 따른 근속수당이 있기는 하지만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1년 차나 20년차나 월급 차이는 크게 없었다. 월급 외에는 설, 추석 각 40만원, 여름휴가 30만원 연간 총 110만원의 상여금이 있다.

"매달 최저임금보다 아주 조금 더 되는 금액을 임금으로 받고 있어요.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가 너무 적어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요. 20년 정도 일한 동료의 이야기로는 기본급이 없었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최저임금이라도 맞춰 주니까 많이 나아진 거라고 하지만,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잖아요. '최저임금은 주니까 괜찮아'라는 인식은 잘 못 된 것 같아요."
 

다른 '여성직종'과 마찬가지로 가스검침원 K씨도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인 것이다. 게다가 고용불안의 문제도 있다. K씨가 일하는 센터의 센터장의 3년 임기인데, 센터장이 바뀔 때마다 계약직인 점검원들은 퇴직금을 정산하고,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한다고 했다.

"가스안전공사에서 아웃소싱으로 소사장제 업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꼭 필요한 일, 매월 정기적인 일을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으로, 센터장이 변경될 때 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아요?"

'어린아이 키우는 주부도 할 수 있는 일'의 진실은
  
 민주노총울산본부 여성위원회, 공공운수노조울산본부,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가 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도시가스점검 여성노동자 안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울산본부 여성위원회, 공공운수노조울산본부,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가 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도시가스점검 여성노동자 안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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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점검원에 대한 구인정보나 직종에 대한 소개를 찾아보면 △ 시간을 자유롭게 △매월 할당된 양을 편한 시간에 하면 되고 △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이와는 달랐다.

K씨가 속한 곳에는 30명 정도의 도시가스 점검원이 있다. 5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50대 후반의 최고참은 25년째 도시가스 점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자녀가 어려 시간이 자유로운 일을 선택하겠다며 들어왔던 동료는 두 달 만에 떠났다. 40대 초반의 동료는 고층계단에서 내려오며 안내문을 붙이는 작업을 하다가 이렇게 하면 몸이 다 상하겠다는 생각에 3일 만에 떠났다. 담을 넘다가 떨어져 산재를 당했던 동료는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도시가스 점검원은 여성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직업인 듯 홍보된다. 그러나 실제는 저임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업무의 양,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일상적인 위험, 고객들의 폭언, 갑질, 성희롱, 센터에서의 실적 압박 등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경동도시가스 서비스센터 분회에서는 "최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안전점검원들이 하루 8시간 정상근무를 진행했지만 안전점검원들의 안전을 위한 노력에 돌아온 것은 태업을 했다며 임금을 삭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안전 점검원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 없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2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가스안전공사는 '가스로 인한 위해를 방지하고, 가스안전 기술개발과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도시가스 점검원은 대부분 계약직이며 최저임금 여성노동자이다. 그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며, 그들의 안정된 삶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가스 점검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절박하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①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② 비혼 여성 간호조무사의 '안정적 삶'은 가능할까
"노동 존중 사회 실현한다"더니... 고용부 전화상담원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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