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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이었다. '임금차별타파의 날'은 남성 정규직 임금 대비 여성비정규직 임금을 1년으로 계산하여 그 날 이후부터 12월 말일까지 여성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리는 날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이중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9년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가장'으로 상징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위해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현장의 사례를 하나씩 짚어보고자 '생계에 성별은 없다' 기획을 통해 총 9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다. 여섯 번째 글은 대구여성노동자회 토리가 썼다.[편집자말]
몇 년 전 방영되었던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2003년 까르푸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과정과 파업투쟁을 다룬다. 마트 안에서의 성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마트 직고용과 파견직의 갈등을 그리며, 마트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드라마가 끝난 지 몇 년 째지만 여전히 드라마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는 마트 노동자들의 상황이 개선이 되었을 지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마트 노동자 김○○씨를 만났다.

경력단절 여성이 갈 수 있는 일자리여서 입사한 마트

50대 여성 김○○씨는 8년째 ☆☆마트에서 냉장식품관리를 하고 있다. 김○○씨는 자녀들도 컸고 일을 하고 싶었지만 경력이 단절되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마트 구인광고를 보고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하고 싶은데 경력이 단절됐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공장에 가고 싶었는데 공장에는 나이제한이 만 48세 이하여서 안됐죠. 그러던 중 벼룩시장을 보다가 나이제한이 없고 물품 진열만 하면 된다는 마트 구인공고를 보고 거기에 혹해서 일하게 됐어요."

이렇듯 경력단절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재취업을 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몰려 있는 직종은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단순 업무의 서비스직이다. 이런 직종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높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2017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발생비율은 도매 및 소매업 18.1%, 숙박 및 음식점업은 34.4%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남편 퇴직 후 ○○씨의 임금만으로 가정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김○○씨의 임금만으로 사는 것은 빠듯하다. 김○○씨의 임금은 총 160만원으로 대학생인 자녀에게 책값을 보태기에도 힘이 드는 것이다.

"앞으로 점점 병원도 가야하고 쓰임새는 더 많은데… 우리 나이 때 여성들이 대부분 보면 남편이 은퇴를 해요. 은퇴를 하거나 실직을 하거나. 저 같은 경우도 남편이 퇴직을 하고 제 월급만으로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저임금으로 먹고 살아야 해요. 애들 용돈 보태 주는 것도 힘들어요. 남편이랑 둘만 먹고 살기도 어려운 거죠."

마트에서도 저임금 직무만 하는 여성노동자들

김○○씨가 근무하고 있는 마트는 17명 중 남성 직원이 4명뿐이다. 여성 직원들은 남성 직원들보다 임금을 더 적게 받는다. 남성 직원들은 관리직이나 배달직을 맡고 있다. 성별분업화로 관리직과 배달직은 남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어서 여성들은 단순서비스직에만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김○○씨와 다른 여성동료들은 2018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 몇 년째 8시간이던 근무시간을 작년에 6시간 30분으로 줄였고, 올해도 줄여 6시간이 되었다. 또 작년에는 30분이던 휴게시간을 올해는 1시간으로 늘렸다. 다시 말해 총 근무시간은 같지만 30분만큼의 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여성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줄어들 때 남성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유지되어 임금이 올랐다.

"남성 직원들은 입사 때부터 근무시간이 여성 직원들보다 더 길었어요. 아무래도 공장이나 다른데서 일하는 것보다 임금이 낮으니까 남자들은 일을 잘 안하려고 하죠. 근무시간을 늘려줘야 임금이 어느 정도 되니까 남성들은 근무시간이 우리보다 더 길어요. 올해 여성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줄어들 때 남성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유지됐어요."
  
 여성노동자들은 마트-제품회사에 이중고용되어 일이 더 늘어났지만 임금은 그대로다. 하지만 남성 노동자들은 성별분업화로 인해 관리직에 배치되어있고 '남성 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기반으로 임금이 보전된다.
 여성노동자들은 마트-제품회사에 이중고용되어 일이 더 늘어났지만 임금은 그대로다. 하지만 남성 노동자들은 성별분업화로 인해 관리직에 배치되어있고 "남성 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기반으로 임금이 보전된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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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에 부담 떠넘기고 윈-윈하는 마트와 제품사

김○○씨의 고용형태는 조금 생소하다. 처음에는 마트에 입사를 했지만 □□제품회사의 제품이 들어오면서 마트와 제품회사 두 군데 모두와 근로계약을 했다. 마트의 일은 그대로 하면서 □□제품회사의 제품을 관리한다. ○○씨의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씨는 마트와 제품회사, 두 군데에서 매출의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제가 급여의 105만원은 ☆☆마트에서 나오고 55만원은 □□제품회사에서 나와요.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간접고용도 아니고 두개가 섞여 있어요. 대기업의 제품이 들어오면서 제품회사도 동시에 이름이 올라갔어요. 내가 양쪽 다 이름이 올라가 있어요. 처음에는 ☆☆마트에 입사를 했고 2014년부터 그쪽에서 일종의 임금지원을 받는 형식이죠. 일종의 이중 신분이에요. 나는 이쪽에도 입사했고 저 쪽에도 입사했고"

마트에서는 최근 이러한 이중고용이 확산되고 있다. 마트에 직고용이 되면 마트에서 임금을 받고, 마트의 상품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일을 한다. 제품회사에서 파견이 되는 경우는 제품회사에서 임금을 받고 그 제품회사의 특정 제품만을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씨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형태가 섞여 있다. 마트의 물품 진열, 관리 등은 그대로 하면서 제품회사의 제품까지 관리를 하게 되니 일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마트가 100% 지급하던 임금을 제품회사가 일부 나눠서 지급할 뿐, 임금 인상은 없었다. ○○씨에게 노동 부담을 떠넘기고 마트와 제품회사는 윈-윈 한 것이다.

작년 수원, 인천 여성노동자회에서 연구한 자료집에 따르면 한 마트 노동자의 경우 계약을 맺은 업체가 6개로 각각 다르기 때문에 지급받는 금액이 달랐다고 한다. 월급을 받는 날짜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 업체의 사업주가 주고 싶은 날짜에 지급하기 때문에 총 급여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명세표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본인 수입이 얼마인지 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또 안산여성노동자회의 상담사례에 의하면 3개의 업체에서 고용되어 일하던 마트노동자가 갑자기 한 업체가 빠져 버려서 임금의 1/3이 날아갔지만 일하는 시간은 같았다고 한다. 이렇게 고용형태는 다양해지고 여성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래서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인센티브는 급여의 10%를 2~3번 가량 받았는데 지금은 지급하지 않아요. 직원 표창이나 선물들의 보상이나 복지가 있었는데 작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고 그런 것이 모두 사라졌어요."

열악해도 여기 나가면 갈 데가 없기에

동료 직원들은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인다. 노조가 없고, 동료들에게 노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도 모르는 척을 한다. 부당하다는 것은 알지만 괜히 문제제기를 했다가 일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씨의 동료들은 이런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오히려 더욱 일을 열심히 한다. 오래 일을 하고 싶지만 나이가 많고 불안정한 고용형태 때문이다. 남들에게 뒤쳐질까봐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오고 퇴근시간보다 늦게 퇴근하여 출퇴근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 다들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우리끼리 나름 한다는 게 휴게시간을 다 챙기는 거예요. 점장이 '휴게시간이 꼭 점심시간에 온전히 다 쉬라는 것이 아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포함이고, 커피 마시는 것도 휴게시간이다'고 했어요. 매장 안에 커피 마시면서 쉴 공간이 없거든요. 우리는 정말 졸리고 그러면 매장 안에 일하면서 커피를 마신다니까요. "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를 핑계로, 남성노동자의 임금은 보전해주지만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깎아내린다.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를 핑계로, 남성노동자의 임금은 보전해주지만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깎아내린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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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와 동료들은 적극적인 대응 대신 휴게시간을 꼭 챙기는 소극적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지만 회사에서는 그마저도 눈치를 준다. 휴게시간을 30분 늘려 놓고 30분만큼의 무급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2011년 입사할 때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미달이었어요. 2014년에 시스템이 법인으로 바뀌면서 최저임금이 겨우 맞춰졌죠. 작년부터는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인상과 상관없이 임금이 유지됐어요. 현상유지라도 되면 나은 실정이죠. 임금이 오른다는 희망은 사라지고 낙이 없어요. 장년 여성들을 채용하는 곳은 거의 다 이런 상황인 것 같아요."

경력단절 여성이었던 김○○씨는 마트와 같은 단순 업무로 구성된 서비스직 등의 일자리 밖에 구할 수 없었고, 최저임금이 올라 ○○씨의 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부푼 기대는 사라졌다. 고용형태 또한 김○○씨의 근무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

이런 일들이 비단 김○○씨만 겪는 일이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부당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 일자리마저 잃게 될까봐 두려워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일자리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 뒤에는 여성의 일, 남성의 일을 구분 짓는 성별분업화, 생계부양자는 남성이고 여성은 생계를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인식하는 가부장제 사회 등이 있고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은 자본이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①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② 비혼 여성 간호조무사의 '안정적 삶'은 가능할까
③ "노동 존중 사회 실현한다"더니... 고용부 전화상담원의 호소
④ "남자 혼자 있는데 자신 있냐"... 가스 점검원의 설움
⑤ "결혼해, 남자 밑으로 들어가"라니... 나는 '독립생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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