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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랑의 정절을 기리기 위해 지은 아랑각 내부 모습
 아랑의 정절을 기리기 위해 지은 아랑각 내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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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 설화는 성폭력 살인사건이다. 다른 아랑을 만드는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즉각 중단하라."

경남여성단체연합(대표 김윤자)이 '아랑규수 선발대회' 중단을 촉구했다.

'아랑 선발대회'는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되는 '제61회 밀양아리랑 축제'의 하나로 밀양시가 주최하고 밀양문화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밀양문화원은 "밀양아리랑 경연대회 등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아랑의 넋을 기리고 그 뜻을 되새기는 '아랑 규수 선발대회'와 아랑제향을 매년 진행해오고 있다"고 했다.

아랑규수 선발 기준은 전통예절 중심으로 하고, 선발 배점을 보면 총 500점 가운데 필기 100점, 절과 예절 100점, 다과상 차림 100점, 발표 100점, 장기 자랑 100점이다.

이런 심사를 통해 진(眞), 선(善), 미(美), 정(貞), 숙(淑) 5명의 아랑규수와 10명의 모범규수를 선발하는 행사다. 밀양문화원은 "선발된 여성은 밀양을 대표하는 정순하고 아름다운 규수로 명명하여 밀양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고 했다.

'아랑 설화'의 유래는 정인섭의 <온돌야화>에서 연유한다. 밀양에 부임한 태수의 딸 아랑이 성폭력에 저항하다 피살되었고, 그 원혼이 신관 태수들에게 밤마다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고하니, 한 신관 태수가 아랑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가해자를 잡아 처형한 뒤 원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화이다.

아랑은 '정순(貞純) 정신'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밀양에는 '아랑각'이 있고, 이곳에는 친일화가 우두머리 김은호(이당)가 그린 영정이 걸려 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16일 낸 성명을 통해, '아랑 설화'를 거론하며 "이 얼마나 시대 역행적인 어처구니없는 행사인가?"라고 했다.

이들은 "'미인대회'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행사가 여전히 자행되는 현실도 개탄스러운데 여성의 상품화를 넘어 여성의 순결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행사가 지금 현재에도 지역 축제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니 우리 여성들은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라고 했다.

여성들은 "'정순(貞純) 정신을 기린다.' 함은 여성에게 무엇을 강요함인가? 여성들에게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맞바꾸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2018년 우리 사회를 온통 뒤흔든 #미투운동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문화의 잔존인 여성폭력과 성차별 및 여성혐오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대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여성인권 운동이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현재 밀양시와 밀양문화원은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죽은 많은 현재의 아랑 여성들의 외침과 고발에 귀 기울이기보다 여성에게 정순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강요하는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지속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아랑 선발대회'와 관련해, 이들은 "행사를 계속 진행함은 밀양시장을 비롯한 밀양 공무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턱 없이 낮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우리 여성들이 여성폭력으로 말미암아 2, 3일에 1명의 여성이 죽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외침을 철저히 외면하고 오히려 여성들을 우롱하고 있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밀양시와 밀양문화원은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즉각 중단하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밀양아리랑대축제를 검토하라"며 "성평등 민주시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는 명실상부한 지역문화축제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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