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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활동가들은 무쌍한 자연과 또 인간이 낸 생채기들을 현장에서 만납니다. 2019년 스물 두 번째 녹색순례는 '기후변화를 걷다'입니다.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둘러 재생에너지와 그 재생에너지를 일구고 사는 사람들의 궤적을 좇습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는 당장의 편리가 결국 치명적인 불리로 돌아온 증거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절체절명의 사명입니다. 8박9일(5월9일부터 5월17일까지) 동안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보고, 듣고, 내디딘 단편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증도 갯벌을 따라 걷는 녹색순례단
 증도 갯벌을 따라 걷는 녹색순례단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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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주제로 엿새를 꼬박 걸어온 녹색순례단은 스스로 '느려서 행복한 마을'이라 부르는 신안군의 섬 증도로 향했다. 영광군 백수읍에서부터 출발한 버스가 증도대교를 지나자 섬 입구서부터 염전이 순례단을 반겼다. 증도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염전이다. 특히 현재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태평염전은 등록문화재로도 지정되었다.

이곳에도 40만 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태평염전의 이정표를 뒤로하고 신안갯벌센터에 도착한 순례단은 갯벌생태전시관에서 우리나라 갯벌의 이름 가운데 새만금을 발견했다. 전시관은 갯벌을 생태적 서식지, 자연재해와 기후 조절, 문화적 기능을 가졌다고 소개한다. 간척과 개발로 잃어버린 새만금 앞에 갯벌의 가치는 전시관의 글로만 존재하는 듯 느껴졌다.

우전해수욕장에서 쓰레기 줍기를 마친 순례단은 작게 조각나 바람에 날리는 스티로폼을 채 다 줍지 못하고, 손에 든 쓰레기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해송 숲길을 휘감는 바닷바람, 솔바람에 긴 여정을 잠시나마 위로받고, 이내 증도의 명물 짱뚱어 다리를 만났다. 갯벌 위 470m의 목교에서 다양한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한참을 걸음을 멈추고 짱뚱어와 게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긴 순례단의 얼굴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난 감탄과 환희가 떠올랐다.
 
 녹색순례단이 걸은 증도의 짱뚱어다리
 녹색순례단이 걸은 증도의 짱뚱어다리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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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갯벌은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증도 갯벌은 철새 서식지로서 중요성이 등이 인정돼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이 되었다. 국가습지보호지역이자, 갯벌도립공원이기도 하다. 증도가 가진 자연환경의 가치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증도는 보물섬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2만여 점의 해저유물이 발굴되어 붙은 별명이지만, 실은 증도가 가진 가장 큰 보물은 자연환경일 것이다. 증도의 광활하고 풍요로운 갯벌과 다양한 염생식물, 해변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 10만여 그루의 숲 등 풍부한 자연환경은 누군가에게는 풍부한 관광자원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증도는 더 크게, 더 많이 개발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증도 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되었다.
 증도 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되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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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발견된 섬이 아니라, 섬 자체가 보물인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슬로시티'다. 증도는 2007년 완도군 청산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과 함께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1999년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 운동으로 시작되어, 자연환경과 전통을 지키면서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 살리기를 표방하는 슬로시티는 현재 30개국 252개 도시가, 우리나라에는 15개 도시가 지정되었다.

증도가 선택한 느리게 사는 방식은 비단 '슬로시티' 지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전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은 오랫동안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을 섬에 대한 이해다. 증도는 주민과 함께 해답을 찾기로 했다. 주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관광 형태와 보전 활동에 대해 고민했다. 주민이 행복한 증도를 만들고자 했다. 주민을 대상으로 증도의 자연환경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갯벌 모니터링에 주민이 참여했다. 사회적 기업 형태의 주민여행사를 설립해 증도만의 생태관광 문화 정착을 시도했다.

시행착오도 있다. 증도대교는 증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로써 이동의 편리와 관광객 증대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해 들어오는 관광객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섬에는 쓰레기가 쌓였다. 자전거 섬을 표방했던 슬로시티 지정 초기의 목표도 바랬다.

입장료를 받던 시기에는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관광객에게 입장료 일부를 환불해 주거나,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느린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시행착오 속에서 증도는 천천히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빨라서 행복한가? 많아서 행복한가? 빠르고 풍족한 사회에서의 행복은 지속 가능할까?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을 제거당한 시대에 우리는 다른 방향,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왜 순례를 하느냐는 지인의 질문에 한 순례단원은 인간의 속도로 걸어보는 것이라 대답했다.

한 사람이 혹은 한 사회가 어떤 속도,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는가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한빛원전을 지나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온 순례단은 증도에 다달았다. 느리게 걸어 느린 삶을 고민하는 곳에 도착한 순례단은 이제 마지막 하루의 일정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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