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학생이 만든 이색 조형물이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중 하나인 브라운대에 영구 설치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학 공공미술위원회(Public Art Committee)가 승인한 영구 설치 작품 중 첫 번째 '학생 디자인 조형물'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이 대학 컴퓨터공학과(Security 전공) 4학년 박경혜(Linda Park)씨로 한국 유학생이다. 박씨는 '무한한 가능성'(Infinite Possibility)이란 이름을 가진 해시계를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해 지난 7일 이 대학 공과대 앞에 설치하게 되었다. 박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팀원들과 2년 넘게 공동 작업하여 길이 4.5m, 높이 1.2m에 달하는 명작을 완성했다. 25일 이 조형물의 공식 준공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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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시계 조형물 설치 준비 박경혜 씨가 아이디어를 내 급우 셋과 함께 제작한 해시계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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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계는 뫼비우스 띠 모양이고 겨울을 제외하고는 정오에, 겨울에는 낮 11시에 햇빛이 구조물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과해 구조물의 안쪽 표면을 비춘다. 이 안쪽 표면에는 숫자 8처럼 생긴 길이 조각되어 있는데 햇빛이 1년 내내 이 길을 비춘다.
공동 작업을 한 팀의 명칭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예술(Art)의 약자다. 팀원 4명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박씨가 제안한 뫼비우스의 띠가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해시계 조형물을 공동 작업한 팀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예술(Art)의 약자다. 오른쪽은 교내 신문에 실린 팀원 4명의 사진으로 맨 왼쪽이 박경혜 씨다.(사진=News from Brown) 해시계 조형물을 공동 작업한 팀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예술(Art)의 약자다. 오른쪽은 교내 신문에 실린 팀원 4명의 사진으로 맨 왼쪽이 박경혜씨다.(사진=News from Brown)
박경혜씨는 이 작품에 움직이는 부분이 없어서 사람들이 만져도 손상이 될 우려가 적다고 보았다. 스테인리스로 만들기 때문에 날씨 영향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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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이서 공동작업" 브라운대 교내신문 "News from Brown"에 실린 박경혜 씨의 해시계 조형물 기사. 사진에서 맨 왼쪽이 박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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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한 브라운대 공대 졸업생 찰리 지안카를로(Charlie Giancarlo) 씨는 이 공대 건물의 건축비용 전액을 모교에 기부하면서, 조형물 공모전을 발표했다. 박씨의 디자인은 그가 제시한 여러 조건들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지안카를로 씨는 현재 Pure Storage라는 혁신 테크놀로지 기업의 설립자 겸 CEO로서 전 Cisco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다.
그는 2년 전 브라운대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대학교인 RISD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디자인 공모전을 공지했다. 그가 원한 것은 공학적으로 엄밀하면서도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설치물이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상호작용할 수 있으면서도, 적어도 브라운대 공대 건물이 존재하는 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만한 작품을 희망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그가 해시계를 원했다는 사실이다. 디자인 공모전에 응모하는 작품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 했다.
박경혜씨는 "유연하면서도 생동감 있고 아주 매끄러운 느낌이 드는 형태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브라운 대학의 자유전공 교육과정에 어울리는 작품을 생각하자 뫼비우스의 띠 모양과 숫자 8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학적으로도 기하학적으로도 가장 좋은 형태이고 무한을 상징한다고 판단해 아이디어를 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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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시계 조형물 설치 박경혜 씨의 해시계 조형물을 설치하는 장면. 25일에 공식 기념식을 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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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학생들은 디자인을 제출하면 나머지는 학교 공학과 측에서 완성할 줄 알았다. 그런데 주최 측에서는 학생들이 실제 제작에서 설치까지를 해내도록 권장했다. 학생들은 CAD 전문가인 교수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조언을 얻었다. 결국 당초 한 학기짜리 작업은 2년 반의 여정이 되었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의 디자인을 살펴보면서 수정보완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시각예술학과에 가서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 중 어떤 재료가 더 괜찮은지 상담 받았습니다. 응용수학과에서는 숫자 8 모양을 곡면에 새기는 것이 가능한지 조언을 구했어요. 컴퓨터공학과에서는 구조물 근처를 움직이는 해의 움직임을 어떻게 렌더링할지 조언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는 자유전공학의 학제 간 접근이 어떤 성취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기회였다고 봅니다."
박경혜씨는 26일 브라운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Azure팀(Cloud Computing)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부친 박종학씨에 따르면, 박씨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 및 각종 기계와 친했다고 한다. 또, 회화와 디자인, 동영상 제작, 포스터 등 각종 미술 분야에서도 독특하고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했다.
박경혜씨의 사연은 브라운 대학교 교내신문 '
News from Brown (https://www.brown.edu/news/2019-05-08/sundial)'을 통해 한국에 알려졌다. 이 신문에서는 이번 작품의 중간작업 과정부터 완성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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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시계 밑그림 박경혜 씨가 해시계 조형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린 밑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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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News from Brown’의 기사와 사진 참조. '글쓰기' 신문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