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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여름 취재차 건물 청소하는 부부를 만났다. 각종 청소 용품이 구겨지듯 잔뜩 들어가 있는 작은 봉고를 몰고 나타난 부부는 만난 순간부터 차에서 땀 냄새가 많이 난다며 송구해했다. 사실 별로 나지 않는데 왜 그런가 했다. 나중에 엘레베이터가 없는 건물을 청소하는 과정을 보며 알게 되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쓸고 닦는 동안 두 사람의 얼굴과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내가 대접해 드리려고 맛있는 집에 가자고 하니 자기네가 잘 가는 집이 있다며 그곳을 가자신다. 부부가 나를 이끌고 간 곳은 허름한 백반집. 들어서며 아내가 말한다.

"이 식당은요, 우리가 여기저기 쫓겨났다가 겨우 찾은 곳이에요."

이분들이 청소용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식당 주인들이 거부했던 모양이다.

"밥이 다 떨어졌다는 거예요. 거짓말인 거 다 알죠. 그날 집에 와서 펑펑 울었어요."

그러고 보니 땀 때문에 흐트러진 머리, 땀과 물, 먼지가 배어 있는 청소 작업복, 구정물이 튀어서 얼룩 진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시큼한 땀 냄새와 함께. 아무리 그래도 인심 사납게 밥집에서 문전박대를 하다니, 그 매정함에 화가 났다.

한 달 뒤쯤, 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누군가 내 옆에 앉는데 땀 냄새가 확 코를 찔렀다. 힐끗 보니 공사장 같은 곳에서 일을 하시는 분 같았다. 흙먼지가 묻은 지저분한 옷, 그리고 찌든 땀 냄새.. 그때 내 머릿속은 '이 사람은 왜 하필 여기 앉아가지고' 하는 원망과 짜증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청소 부부가 떠올랐다. 아, 인간이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내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같은 모습, 같은 냄새여도 숭고한 노동의 결과가 되기도 하고, 피해야 할 악취 테러가 되기도 한다.

개인을 제물 삼은 기사 넘쳐

여행자제국가를 여행하다가 납치되어서 풀려난 장아무개씨를 두고 말이 많다.

"서사하라·모리타니·말리... 한국인 여성, 여행자제 지역 쭉 훑었다"
"'여행자제' 무시한 한국여성…세금으로 국내 송환 땐 또 논란"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에서 쏟아낸 기사의 제목들이다. 군인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수 있다 쳐도 질책을 유도하는 듯한 제목은 보기 불편하다. 단체 여행을 많이 가는 케냐도 여행자제 지역이다.  최근 일부 지역은 '철수권고' 지역으로까지 위험 단계가 높아졌다. 이렇듯 여행 위험 지역을 환기시켜 주거나 행정에 구멍은 없는지를 다룬 기사는 간혹 눈에 띌 뿐이고 한 개인을 제물 삼은 기사만 창궐한다.
 
 여행자제 지역인 케냐의 일부 지역은 '철수 권고'로 위험 단계가 상향됐다. 케냐는 한국인이 단체 여행을 많이 가는 나라다.
 여행자제 지역인 케냐의 일부 지역은 "철수 권고"로 위험 단계가 상향됐다. 케냐는 한국인이 단체 여행을 많이 가는 나라다.
ⓒ 외교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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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언론의 가벼움이다. 그 결과 테레리스트의 공격만큼 무서운 여론 공격이 시작되었다. 장씨의 사진과 신상이 공개되었고,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인데 정권이 바뀌고 허무해서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이쯤 되니, 처음에는 왜 그렇게 위험한 곳에 혼자 갔을까 하던 나도 이 정도까지 두들겨 맞을 일인가 싶다. 잘못이 있다면 정세가 너무 자주 변해서 여행 위험 지역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범한 부주의는 우리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뒤늦게나마 보도가 되고 있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나 벨기에 브뤼셀도 비슷한 여행자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한비야에 열광하던 사람들, 이 여성에겐 왜 이리 분노할까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됐다가 프랑스 특수부대에 구출된 한국인 여성(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도착한 모습.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됐다가 프랑스 특수부대에 구출된 한국인 여성(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도착한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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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한비야씨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는 그녀가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군사작전이 실행중인 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죽을 뻔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온두라스, 캄보디아 같은 곳에서는 국경을 몰래 넘기도 했다고 한다. 밀입국은 현지에 사는 한인뿐만 아니라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다.

그런데도 한비야씨는 실수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밀입국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녀의 이런 이야기는 '모험'이라는 낭만으로 메이크업 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삶과 여행의 본보기가 되었다. 한비야씨가 위험 국가를 종횡무진하던 것에는 열광하던 사람들이 이 여성에게는 왜 이리 분노하는 것일까.

그녀는 여행 금지 국가에 갈 경우에만 처벌하는 현행법을 어기지도 않았다. 그녀가 갔던 나라는 대부분 여행자제나 철수권고 지역이지 여행금지 지역도 아니다. 치료비와 항공료 등 모든 비용은 국가가 아닌 그녀 자신이 부담한다. 그런데도 처벌을 해야 한다는 기사와 댓글들이 넘쳐난다. 어쩐지 스산해진다. 한비야한테는 맞던 것들이 왜 그녀에게는 틀린 것이 될까. 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몇 년 전, 내가 취재한 취재원의 허름하고 지저분하며 시큼한 땀 냄새에는 숭고한 노동이라고 여기다가 전철 안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땀 냄새에는 질색한 나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떠오른다. 들끓는 험악한 댓글들을 보며 내 모습도 그 속에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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