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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지난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를 찾은 황교안 대표. 관불의식 순서로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불리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난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를 찾은 황교안 대표. 관불의식 순서로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불리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 TV안중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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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불교 예법을 지키지 않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황 대표가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합장을 하지 않고, 아기 부처님을 씻기는 관불의식 역시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종교의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한 전도사 황교안'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13일 BBS 불교방송은 "황 대표는 '합장'을 하지 않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일관했다"라면서 "(관불의식 때) 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손을 휙휙 저으면서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명확히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실 황 대표와 불교 예법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15일 황교안 대표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만난 자리에서 합장을 하지 않고 악수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당시에도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만 고수했다"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장로 대통령' 이명박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해 합장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해 합장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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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인 종교 신념과 정치인으로서의 행보에 '절충'을 이뤄낸 사례는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큰 종교 행사 현장의 앞줄에 정치인이 도열해 있는 장면은 종교기념일마다 뉴스면을 장식하는 단골 사진이기도 하죠.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라고 했던 '장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일 때나, 당선인 신분일 때나, 대통령 신분일 때나 다른 종교행사에 참여해 불교식 예법을 따랐습니다. 심지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08년 1월,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신년 하례법회에 참석해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겨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을 실천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말고도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포함) 대표들 역시 예법을 따랐습니다.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홍준표 전 대표, 이정현 전 대표, 황우여 전 대표 역시 불교계 행사에서는 합장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5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2556년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이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
 2012년 5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2556년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이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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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그럴 거면 차라리 가질 말지"

'황교안 합장' 논란을 현직 국회의원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국회 불자 모임인 '정각회'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제주갑, 4선)은 "종교를 욕되게 하지 말라, 축하하러 가서 뭐하는 짓이냐"라고 비판했습니다.

강 의원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처님오신날에 절에 간 것이라면 축하하기 위해서일 것이고, 축하하러 간 사람은 그 종교를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라면서 "(합장을 안 하거나 관불의식 때 손사래를 친 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은 행동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누가 가라고 했나? 그럴 거면 차라리 가질 말지..."

"개인적 신앙과 공적인 직무는 구분해야 한다"는 약속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행사 중 합장을 하지 않고, 관불의식을 거절해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행사 중 합장을 하지 않고, 관불의식을 거절해 논란이 일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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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입니다. 제1야당의 대표임과 동시에 기독교한국침례회 성일교회의 전도사이기도 하죠. 2013년 2월,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에도 '종교 편향'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저서 <교회와 법 이야기> 중 '헌법재판소에서 사법시험을 주일(일요일)에 치르는 것이 유감이다'는 내용이 책에 들어가 있는데 법무부장관이 되면 헌재의 결정에 따를 것인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자 황 후보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개인적 신앙과 공적인 직무는 전혀, 구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1야당의 대표는 장관급 공직자는 아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공적인 자질이 요구됩니다. 과연 황교안 대표가 6년 전 자신의 약속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태그:#황교안, #이명박, #합장, #부처님오신날, #강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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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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