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이나 정려원, 유이 같은 성공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실제로 준비가 되지 못한 아이돌 출신들이 섣불리 연기에 도전했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흑역사'로 불리는 SBS 드라마 <세잎클로버>가 그랬고 <시티헌터>에서 어설픈 연기로 팬들을 실망시켰던 구하라도 그랬다.

하지만 대중들의 편견을 깨고 기대 이상의 연기로 캐릭터에 녹아 들며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도 적지 않다. '미스에이의 예쁜 막내'였던 수지는 2011년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와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다. 캐스팅 당시부터 큰 논란이 있었던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정은지와 혜리도 '성가네 개딸' 계보를 완벽하게 이어가며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성공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SBS는 걸그룹 출신의 검증되지 못한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녀 공심이>를 주말 드라마로 편성했다. <미녀 공심이>에서 공심 역을 맡은 이 신인 배우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15%의 높은 시청률을 견인했다. 15일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SBS 수목 드라마 <절대 그이>에서 똑순이 특수 분장사 엄다다 역으로 여진구, 홍종현과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보여줄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방민아가 그 주인공이다. 

가수로도 배우로도 쉽지 않았던 민아의 성공기
 
 민아는 첫 정극 도전 작품이었던 <홀리>로 광주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했다.

민아는 첫 정극 도전 작품이었던 <홀리>로 광주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했다. ⓒ 액티버스 엔터테인먼트

 
대형 기획사에서 철저한 준비기간 끝에 선보이는 걸그룹들은 무명기간 없이 곧바로 스타로 등극하는 것이 '일상'이다. 실제로 JYP의 신인 걸그룹 ITZY는 데뷔 11일 만에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고 블랙핑크가 13일, 미스에이도 1위에 오르기 까지 22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밖에 소녀시대, 티아라, 포미닛, 트와이스 등 유명 걸그룹들은 첫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기까지 200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민아가 속했던 걸스데이는 지상파 1위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094일이었다. 걸스데이의 소속사였던 드림티엔터테인먼트가 사실상 걸스데이와 함께 출발한 신생 기획사였기 때문이다. 걸스데이에서 메인보컬을 맡았던 민아는 데뷔 초기부터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걸스데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소녀 가장'이었다. 하지만 걸스데이는 2013년 정규 1집 타이틀곡 '기대해'로 주목 받기 전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긴 암흑기를 보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걸스데이의 에이스였던 민아는 뮤직비디오와 예능 프로그램의 꽁트 연기를 보여주다가 2011년 독립영화 <홀리>를 통해 처음으로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걸스데이가 인기 걸그룹으로 자리 잡은 2013년 6월 개봉한 <홀리>는 전국 7개관에서만 개봉했을 정도로 흥행 성적(전국 1699명)은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민아는 <홀리>를 통해 광주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민아는 <홀리> 촬영 종료 후 MBN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에 출연했다. <뱀파이어 아이돌>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 속에 조기종됐지만 <뱀파이어 아이돌>에는 민아 외에도 천우희, 김우빈, 이수혁, 이유비, 강민경 같은 라이징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2014년에는 <안투라지>와 <너도 인간이니> 등으로 유명해진 서강준과 함께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에 출연했다.

2014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민아의 상업 영화 데뷔작이었다. 민아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연약해 보이지만 화나면 욕도 서슴치 않는 보헤미안걸 보미를 연기하며 PC방 주인 승일 역의 조재윤과 의외의 러브라인을 보여줬다. 하지만 훈훈한 가족 코미디로 기대를 모았던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거함' <인터스텔라>를 만나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7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미녀 공심이> 통해 배우로 자리매김, <절대 그이>로 3년 만에 안방 복귀
 
 <미녀 공심이>는 대중들에게 '배우 방민아'를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미녀 공심이>는 대중들에게 '배우 방민아'를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 SBS 화면 캡처

 
걸스데이는 민아가 가수와 연기활동을 병행하던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기대해', '여자 대통령', 'Something', 'Darling'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정상급 걸그룹으로 도약했다. 걸스데이는 민아 외에도 전 멤버가 연기돌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팬들은 메인보걸 민아 만큼은 노래에 집중해 주길 바랐다. 실제로 민아는 2015년 첫 솔로 미니 앨범 타이틀곡 '나도 여자예요'를 발표해 케이블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가수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민아였기에 2016년 5월 <미녀 공심이> 출연을 결정했을 때 팬들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SBS 주말 드라마는 <내 마음 반짝반짝>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너를 사랑한 시간> <애인 있어요>가 나란히 한 자리 수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세스캅2>가 최고 11.1%의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위기의 SBS 주말 드라마를 살려내기엔 민아는 누가 봐도 너무 약한 카드였다.

하지만 민아는 엄마의 요리솜씨와 아빠의 착한 심성을 물려 받은 사랑스러운 공심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MBC에서 방송된 이병훈 감독의 대형 사극 <옥중화>와 맞붙은 <미녀 공심이>는 3회 만에 두 자리 수 시청률을 찍었고 최고 15.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민아는 <미녀 공심이>를 통해 2016년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과 우수연기상을 휩쓸었다.
 
 15일 첫 방송되는 <절대 그이>는 사랑의 상처를 겪은 특수분장사와 연인용 피규어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15일 첫 방송되는 <절대 그이>는 사랑의 상처를 겪은 특수분장사와 연인용 피규어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 SBS

 
지난 3월 드림티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기간이 끝난 민아는 조우진, 강기영, 원진아 등이 소속된 유본 컴퍼니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민아는 15일에 첫 방송되는 SBS 수목드라마 <절대 그이>를 통해 <미녀 공심이> 이후 3년 만에 시청자들을 만난다. SBS는 당초 <빅이슈>의 후속으로 이승기,수지 주연의 <배가본드>를 편성할 예정이었지만 제작이 늦어지면서 <절대 그이>의 편성이 앞당겨졌다.

<절대 그이>에서 민아는 무엇이든 리얼하게 만드는 똑순이 특수분장사지만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엄다다를 연기한다. 'DIA 그룹'의 상속녀 다이애나(홍서영 분)에 의해 만들어진 연인용 피규어 No.09(여진구 분)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조금 비현실적이고 유치하게 보이지만 판타지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장르가 된 만큼 완성도만 좋다면 충분히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아는 걸스데이를 통해 가수로 데뷔했을 때부터 언제나 성공 가능성을 의심 받았다. 독립영화를 통해 정극 연기에 도전했을 때도 민아가 배우로 자리 잡을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민아는 자신을 향한 편견을 이겨내고 음악방송에서만 12번이나 1위를 차지한 인기가수가 됐고 연기자로도 무난히 자리 잡았다. 소속사를 옮긴 후 첫 작품이 될 <절대 그이>는 걸스데이 민아가 아닌 '연기자 방민아'의 롱런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방민아 걸스데이 미녀 공심이 절대 그이 여진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