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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이 성폭력, 갑질교수 서어서문과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 앞으로 A교수의 성폭력 폭로를 5개국어로 번역한 대자보가 게시되어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성폭력, 갑질교수 서어서문과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 앞으로 A교수의 성폭력 폭로를 5개국어로 번역한 대자보가 게시되어 있다.
ⓒ 서울대 A교수 파면 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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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개월이다. 제자들에게 성추행과 갑질, 연구비위를 일삼은 서울대 서어서문과 A교수에게 내려진 징계 권고가. 작년 사회학과 H교수에게 내려진 징계도 정직 3개월에 그쳤다. 작년과 똑같이 학생들은 천막농성을 진행했고, 열흘 넘는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올해 학생들은 전체학생총회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도대체 교수의 성희롱과 갑질은 왜 안 끝나는 것일까. 여기서는 교수들에게 내려지는 솜방망이 징계, 교수들만의 성폭력 카르텔을 통제하지 못하는 대학을 이유로 제기하고자 한다. 또, 이 카르텔을 끝장낼 방법은 학생들이 직접 징계위원으로 참여해 교수를 징계할 권한을 갖는 것이라는 점을 밝히려고 한다.
 
서울대 A교수, 파면만이 답인 이유
 
먼저 A교수의 사례부터 보자. A교수는 연구논문 지도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것이 폭로되어 인권센터가 중징계 권고를 내렸다. 그런데 그 '중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친다. 제자와 직원을 상대로 성희롱과 막말, 갑질을 일삼은 사회학과 H교수도 중징계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설마 3개월 뒤에 다시 강단에 설까 했지만 실제로 그들은 다시 분필을 잡는다. 성추행으로 서울대병원에서 해임된 교수가 징계 3개월 만에 돌아와 학부 수업을 맡았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성 관련 비위로 제소된 교수들은 모두 3개월 이하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핑계는 있다. 서울대학교 교원징계규정이 문제라는 것. 해당 규정에 보면 교원의 징계는 1개월 이상~3개월 이하의 정직, 해임, 파면으로만 가능하다. 3개월 이상의 징계 처분은 사실상 해고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 성추행 조금 한 것 갖고 해임이나 파면은 너무하지 않냐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전형적인 가해자들의 관점이다.
 
일반원칙을 보자.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가해사실이 확인되면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피해자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가해자와 공간분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공간분리는 가해자가 교육을 마치고 사과할 때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안의 경우 학생회가 나서서 즉시 공간분리를 진행한다. 가해자가 학생이건, 교수건, 누구건 상관없이 지켜져야 하는 조치건만, 유독 교수들만은 이걸 거부한다.
 
지난해 3월, 성폭력과 갑질을 일삼은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의 사무실 문 앞에 학생들이 '성범죄자 OUT' 등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성폭력과 갑질을 일삼은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의 사무실 문 앞에 학생들이 "성범죄자 OUT" 등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 고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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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수 징계로 돌아와 보자. 3개월은 교수가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반성 의사를 전하고,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정직 3개월 이상의 징계가 해임이나 파면밖에 없다면, 해임이나 파면을 통해서라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먼저다. 학생들이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이유다.
 
학생들이 열심히 파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총장과 징계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A교수 징계위원회 위원들이 모두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교수갑질 없는 평등학교, 학생 징계위원이 시작
 
설사 A교수가 파면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앞으로 교수의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곡기를 끊으며 싸워야 하는가. 또 다른 대학들은? 대학원생에게 갑질하지 않는 교수 찾기가 더 어려운 게 대한민국 대학이다. 개별 사건을 넘어, 구조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A교수 파면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서 교수의 갑질과 성폭력을 끝장낼 특단의 조치를 찾아야 한다.
 
왜 모든 대학의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을 괴롭히는가. 연구 지도를 넘어 논문대필, 심지어는 집 청소와 교수 자녀 학원 픽업 같은 사소한 일까지. 그건 교수가 대학원생의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만 하기에, 학생들은 교수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학문적으로 교수가 갖는 권위를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학원생이 교수로부터 비인격적인 대우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출발점은 학생들이 성추행, 갑질교수를 징계할 권한을 갖는 것이다. 교수들이 마음 놓고 갑질을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해도 학생들이 자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타락하기에, 학생이 잘못된 교수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것만이 교수들의 범죄를 막을 출발점이다.
 
실제로 교수들로만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제대로 된 징계 처분을 내린 역사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대 징계위는 성 관련 비위 교수들에게 줄곧 솜방망이 처벌만을 내렸다. 더구나 대학 당국과 인권센터는 정직 3개월을 '중징계'라고 규정했다. 어차피 징계위원 명단도 비공개겠다, 자신도 나중에 제소될 수 있으니 굳이 동료 교수에게 높은 수위의 징계를 주지 않는 것이다. 가해교수 카르텔을 끝장내고 징계위에 학생의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징계위에 학생이 위원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학생들은 이미 징계위 학생 참여를 오세정 총장에게 요구했다. 오 총장은 사립학교법상 징계위에 학생 참여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겨울 총장선거에서 오세정 총장은 서울대를 모범적인 대학으로 바꾸기 위해 법도 바꾸겠다고 약속한 사람이다. 지금이 바로 그 약속을 지킬 때다. 징계위 학생참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A교수 파면과 징계위 학생참여, 우리 모두의 과제
 
이상이 서울대 서문과 A교수가 파면되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대학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징계위원이 필요한 이유다. 상술했듯이 교수에 의한 학생 인권침해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실 모든 대학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지난 10일 출범한 'A교수 사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는 A교수 파면과 징계위 학생참여 법제화를 목표로 두고 활동을 시작했다. 교수 갑질 없는 평등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시민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 성폭력 교수 처벌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연대하고, 평등한 대학을 함께 만들어나가자.

덧붙이는 글 | 위 주장에 동의하시는 독자들께서는 bit.ly/서울대A교수에 접속하셔서 A교수 파면과 징계위 학생참여를 오세정 총장에게 요구하는 대국민연서명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태그:#서울대A교수, #가해교수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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