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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열효율이 좋은데다 운치도 있고, 뜨거운 아랫목에서 한숨 자고 나면, 온몸이 개운할 것 같기도 하니 농촌으로 와서 집을 짓는다면 구들을 꼭 놔야지 생각했다. 내 집도 짓고, 앞으로 누군가의 집도 지을 셈으로 한국의 전통 난방 방식인 구들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화종 선생님이 쓴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라는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내용이 좋아서 밑줄을 그으며 읽으려고 한 권 구매하려 했더니, 2012년에 나온 책임에도 벌써 절판됐다(좋은 책이 다시 시중에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평을 쓴다).

구들 놓는 책이라 구들 놓는 방법만 보려 했는데, 이 책은 그 뿐이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빠져드는 것은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저자의 굴곡져 보이는 인생사와 공부는 새로운 세계관을 잉태했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어 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런데, 자기가 살집을 짓고 헐고 쌓고를 반복하다보니 새로운 창작품이 만들어 지고, 새로운 삶의 양식이 만들어 지게 된 것이다.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표지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표지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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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재주보다 정성

소비하는 이보다, 창작하는 이가 기쁘다.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창조적 본능을 일깨우는 책이다. 한없이 어려워 보이는 '구들'이나 '흙집'을 짓는 데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저자는 이런 시도를 격려하고 있다.
 
할아버지 시절은 모두 동네 아저씨가 만든 구들방에서 살았고 방이 추워도 얼어 죽지는 않았다. 구들방에의 향수는 따뜻한 효율성이 아니라, 내 마음까지 녹여주는 따스함 때문이다. 바보 같은 촌부가 만들어도 아랫목은 따뜻하니 미리 겁먹지 말고 해 볼일이다. 
 
요리하는 사람, 집짓는 사람, 농사짓는 사람 중에 그 일을 즐겁게 하는 이들이 있다. 그저 돈을 버는 일로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해 가는 일, 그리고 그 일로 수혜 받는 이들이 즐거움을 얻을 것을 생각하며 기쁘게 일을 해가는 이들이다.

도시에 살다보면 수많은 것들을 돈에 의지해야 하지만, 시골에서는 자기 스스로 만들고, 고치고 할 수 있다. 그 속에 잃었던 기쁨을 되찾는 것, 현대 기술과 자본의 노예로 살던 내가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가도록 추동하고 그 방법마저 알려는 책이다.
 
일꾼은 두부를 만들거나 두부찌개를 만드는데, 구경꾼은 그 맛을 즐길 뿐입니다. 일꾼은 감자를 심고 가꾸는데, 구경꾼은 구워 나온 감자 맛을 평할 뿐입니다. 일꾼은 장작을 패고 난로를 피우지만 구경꾼은 구들방에 누워 땀을 빼거나 코를 골겠지요. 예술가는 일꾼이지만, 관람객은 구경꾼일 뿐입니다.

나뭇짐을 지고 땀을 흘리면서 조심조심 언덕길을 내려오는 것은 기도 보다 더 정성스럽습니다. 새벽이슬을 머금고 수줍게 올라오는 새싹을 보면, 명상보다 더 순수해지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인생은 끝까지 역동적인 일꾼으로 사는 것이지 3일만 누웠다가 죽기를 바라면서 TV 앞에서 벌벌떠는 구경꾼이 아닙니다. 일꾼 또는 예술가로 즐겁게 움직면 병들 시간이 없지만, 구경꾼으로 앉아서 판단하고 걱정하면 그것이 곧 병입니다.
 
이화종 선생은 재주가 없어도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고 했다. 원리를 이해하고 차근 차근 시도하면서 정성을 쏟는다면, 전문가보다 따뜻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주가 없는 만큼 정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단열보다는 소통

일반적 집짓기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단열'이다. 아무리 예쁜 집이라도 단열에 문제가 생기면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고 열효율도 떨어져 여간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화종 선생은 단열에 몰두하면 더 큰 것을 잃는다고 한다. 바로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단열이 잘 된다, 안과 밖이 철저하게 막혀있다는 것은 외부의 차가운 기운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면서 동시에 내부의 탁한공기가 빠져 나갈 길이 없다는 뜻이다. 밤새도록 뀌어댄 방귀, 입과 코로 내뱉은 탁한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되니,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 창문을 열어주면 신선한 공기가 코로 밀려오므로 허파가 커지고, 벌떡 일어날 수 있다. 허파는 더운 환경에서는 수축되므로 심호흡이 안 된다. 생각 없이 난방비를 아끼려다 내 몸이 병이 드는 셈이다. 단열이 잘 되지 않는 옛날 집에서 얼어죽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 오히려 건강하게 생활했으리라.  

소통이 안 되는 현대 건축물에 구들만 잘 놓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구들은 효율적인 난방시스템이기도 하지만, 그 세계관에는 '소통'이라는 핵심 고갱이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창조의 원리로 사는 삶

소통 vs. 단절
정성 vs. 전문성
시골 생활의 창조성, 건강한 삶 vs. 도시생활의 노예적 삶, 병드는 삶

황토 구들방 하나 조그맣게 놓고 살면 좋겠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마 적지 않을 것이다. 구들만의 향수와 유익함 때문이리라. 구들을 곁들인 전원주택을 짓는 게 귀농·귀촌하는 이들이 꿈꾸는 집짓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구들만 놓으려고 하는 삶은 근원적으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끌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350쪽이나 되는 긴 책의 절반은 구들놓는 법, 나머지 절반은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 부분이 더 재밌다. 

시골에서 어떻게 살지, 무엇을 먹을지, 아프면 어떻게 해결할지, 마음의 평온은 어떻게 얻을지... 행복하고 건강한 산촌생활에 대한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채기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몸을 새롭게 하는 방법 등이 소개돼 있다. 냉온욕, 풍욕과 더불어 여러가지 운동법 등이 나와 있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생명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바라본다고 할까? 결국 그 세계관이 바뀔때, 병원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의료문명, 콘크리트를 두르고 살아가는 건축문명도 새롭게 바뀔 것이다. 

집짓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사람, 창조적으로 생활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은 사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길 소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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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