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2대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 요안나 옌드레이첵은 지난 2015년 3월 칼라 에스파르자를 꺾고 챔피언에 올라 2017년 11월까지 2년 8개월이라는 제법 긴 기간 동안 타이틀을 유지했다. 옌드레이첵은 일부 챔피언들처럼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방어전을 꺼리지 않고 챔피언에 오른 이후 5번의 방어전을 승리로 이끈 '부지런한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옌드레이첵은 UFC 입성 후 스트로급과 플라이급을 오가며 무려 9번의 타이틀전을 치렀음에도 한 번도 UFC 넘버링 대회의 메인이벤트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다. 여성 파이터의 경기는 상대적으로 격투 팬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아 유료시청가구(PPV) 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UFC에서 챔피언 자격으로 넘버링 대회의 메인 이벤트 무대에 올랐던 여성 파이터는 론다 로우지와 아만다 누네즈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UFC 넘버링 대회의 메인 이벤트에 서는 세 번째 여성 챔피언이 탄생했다. 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237에서 랭킹 1위의 강자 제시카 안드라데와 맞붙는 UFC 3대 스트로급 챔피언 로즈 나마유나스가 그 주인공이다. 나마유나스는 챔피언임에도 적지인 브라질에서 타이틀전을 치른다.
  
무적의 챔피언 옌드레이첵 꺾고 이변의 주인공이 된 나마유나스
 
 UFC 여성 파이터 로즈 나마유나스

UFC 여성 파이터 로즈 나마유나스 ⓒ AP/연합뉴스

 
지난 2012년 UFC에 여성 디비전이 신설됐을 때 체급은 오로지 밴텀급(-61.2kg) 밖에 없었다.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는 선수들은 인빅타FC 같은 여성 전문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억지로 밴텀급으로 체급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2014년 UFC가 선수 육성 프로그램 TUF 시즌20의 토너먼트를 통해 여성 스트로급(-52.2kg) 초대 챔피언을 가린다고 했을 때 스트로급의 좋은 선수들이 대거 몰린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인빅타FC에서 2승1패의 성적을 올리고 있던 나마유나스도 이 경쟁에 뛰어 들었다. 2013년에 데뷔해 프로 경력이 1년에 불과했던 나마유나스는 16강부터 파죽의 3연속 서브미션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스트로급 초대 챔피언 벨트를 놓고 벌인 에스파르자와의 결승전에서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벨트를 얻기 위한 첫 번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2015년 10월 안젤라 힐을 서브미션으로 제압한 나마유나스는 두 달 후 UFC에서 전략적으로 밀어주던 파이터 페이지 반젠트를 상대했다.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경기스타일로 많은 인기를 끌던 반젠트는 나마유나스를 제물로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마유나스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반젠트를 압도하며 5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거뒀다(반젠트는 최근 M-1글로벌 해설 등 경기 외적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 7월 카롤리나 코왈키비츠를 상대로 접전 끝에 1-2로 판정패한 나마유나스는 2017년 4월 미셸 워터슨을 서브미션으로 제압하고 건재를 과시했다. 그 사이 에스파르자를 꺾고 스트로급 챔피언에 오른 옌드레이첵은 챔피언 등극 후 5차 방어전까지 성공시키며 스트로급을 평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옌드레이첵의 6차 방어전 상대가 랭킹 3위였던 나마유나스로 결정됐을 때도 옌드레이첵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옌드레이첵의 승리를 예상하는 근거는 스트로급 초대 챔피언 에스파르자와의 경기였다. 나마유나스는 TUF 20 피날레에서 에스파르자에게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한 반면에 옌드레이첵은 에스차르자를 2라운드 KO로 제압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결과는 격투 팬들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나마유나스는 초반부터 정확한 카운트 펀치로 예드제칙의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경기 시작 3분 만에 KO로 승리하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적지에서 랭킹 1위 도전자와 타이틀전, 브라질의 두 전설도 출전
 
UFC에서 곧바로 타이틀전 리턴 매치가 열리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두 선수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접전을 벌였을 경우다. 웰터급의 타이론 우들리와 스티븐 톰슨이 대표적이었다. 반대로 무적의 챔피언이 뜻밖의 패배를 당했을 경우 UFC에서는 곧바로 설욕의 기회를 준다.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와 크리스 와이드먼이 그런 경우였다. 나마유나스에게 패하기 전까지 5차 방어에 성공하고 있었던 옌드레이첵은 후자에 해당했다.

타이틀전 기회가 오길 기다리던 다른 상위 랭커들은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3년 가까이 스트로급 타이틀을 지켰던 옌드레이첵은 설욕전을 가질 자격이 충분했다. 결국 두 선수는 UFC 223에서 제대결이 성사됐다. 하지만 재대결에서도 옌드레이첵이 원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나마유나스는 빠른 스텝과 뛰어난 거리싸움을 바탕으로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 옌드레이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무적의 챔피언이었던 옌드레이첵을 상대로 연승을 거둔 나마유나스는 12일 스트로급 랭킹 1위로 올라선 안드라데와 2차 방어전을 치른다. 안드라데는 지난 2017년5월 옌드레이첵에게 판정으로 패한 후 클라우디아 가델라, 테시아 토레스, 코왈키비츠를 차례로 꺾고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특히 코왈츠비츠는 과거 나마유나스를 꺾었던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안드라데는 코왈키비츠를 KO로 쓰러트리는 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 2차 방어전은 나마유나스에게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나이 차이는 한 살에 불과하지만 안드라데는 프로 전적 25전(나마유나스는 11전)의 베테랑이고 스트로급 데뷔 후 7경기에서 4번의 보너스를 포함해 6승을 올릴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경기 장소마저 안드라데의 홈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이다. 하지만 언제나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고 이변을 만들어온 선수였기에 격투 팬들은 나마유나스의 경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편 UFC 237에서는 UFC에서 브라질 파이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과거의 전설들이 나란히 옥타곤에 오른다. 미들급 10차 방어까지 성공했던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는 코메인이벤트에서 헤비급에서 라이트 헤비급을 거쳐 미들급까지 내려온 제라드 케노니어를 상대한다. 은퇴 전 다시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길 원하는 '스카페이스' 조제 알도는 16연승을 달리고 있는 호주 출신의 페더급 4위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격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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