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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부터 시작한 에세이쓰기 수업이 겨우 두 번 남아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수업을 받았다. 숙제도 한 달에 두 번 제출했다. 형편 없었던 글이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춰간다는 느낌이 들어 어느 날은 뿌듯했다. 또 어느 날은 첫 수업으로 돌아간 것처럼 아무것도 쓸 수 없기도 했다.

지난 수업의 과제는 '오마이뉴스'라는 매체에 글을 올려보는 것이었다. 에세이 수업 1기 선생님들에게 글을 공유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숙제였다. '이런 글을 보내도 될까?', '편집자들이 글을 읽고 형편없다고 비웃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일주일 넘게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1기 선생님들 중 한 분의 글이 '오마이뉴스'에 실렸다. 그 분의 글은 수업마다 감탄을 자아낼 만큼 훌륭했다. 이 수업으로 처음 글을 써보는 나와는 달리 오래전부터 글을 써오신 분이었다. 당연히 뉴스에 실린 글도 훌륭했다. 축하하는 마음 반, 부러운 마음 반으로 그날을 보냈다.

다음 날 반전이 있었다. 포털로 보내진 그분의 기사에 악성 댓글이 여럿 생긴 거다. 내 글이 아닌데도 화가 났다. '글이 싫으면 읽지 말지, 굳이 읽고서 나쁜 댓글을 다는 이유는 뭘까?' 댓글을 읽으며 숙제를 할 용기가 사그라졌다.

내 용기에 불씨를 살려준 이는 다름 아닌 아들이었다. 먼저 숙제한 선생님의 글을 보여주니 "엄마 글도 실려? 그럼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하는 것이었다. 아들의 기대에 힘입어 에세이 쓰기 수업을 해주시는 배지영 작가의 열정과 노력에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보내보자. 뭐 어때, 편집자들은 나를 본 적도 없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뭐에 홀린 듯 순식간에 회원가입을 하고 글까지 전송했다. 그러고는 숙제를 해냈다는 후련함이 들었다. 그 뒤의 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설마, 글이 실릴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그날 밤에는 푹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오후,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신은경 기자님
오마이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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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하며 입 꼬리가 올라갔다. 대학 합격소식보다도, 아이를 낳던 날보다도 더 기분이 좋았다. 그날 그 시간 이후에 나에게 수업을 받으러 온 학생들도 모두 칭찬을 받았다.

그 사이 다른 선생님은 두 번째 글을 보냈다. 난 다음 글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일단 뭐라도 써보자' 하는 심정으로 다시 숙제를 시작했다. 문제는 숙제를 하려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항상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는 거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에는 숙제도 더 이상 없으니 글을 쓰지 않을까 봐 걱정이 들었다. 매일매일 한 편의 에세이를 독자들에게 보내는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를 구독했다. 나에게는 또 다른 에세이 수업이다. 그녀처럼 파격적으로 나를 드러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계속 쓸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말하기 어렵다. 말이 축소시키기 때문에 말을 하다보면 부끄러워진다……. 정말 큰 대가를 치를 각오로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사람들이 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왜 그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중요한지 전혀 이해 못하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볼 수도 있다. 그게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비밀을 마음속에 꽁꽁 감추어 두는 까닭은 말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해 주는 귀가 없기 때문이다."
 

<스탠 바이 미>에서 스티븐 킹은 이렇게 말한다.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훌륭한 글을 읽으면서 악성댓글을 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있는 귀가 없기 때문이니까. 배지영 작가와 함께한 에세이 쓰기는 계속해서 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었다. 글 쓰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귀가 있어 참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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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를 키우면서 중년의 아줌마가 삶을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