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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미륵사지석탑이 2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지난 4월 30일 준공식이 열린 미륵사지에는 100여 명의 스님과 1000여 명이 넘는 불자들이 뜻깊은 순간을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는 식전공연과 1부 준공식, 2부 기념 법회로 진행됐다. 그런데 식전공연 시작 10분 전 '익산시청' 명찰을 단 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금산사 실무자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들어 보니 그는 "우리가 초청한 인사가 자리가 없어 서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뒤쪽(일반석)에 앉아있는 스님들과 불자들은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고 있었다. 

행사장 좌석은 두 구역으로 구분돼 있었다. 가이드라인이 쳐져 있는 150여 석의 내빈석과 500여 석의 일반석. 내빈석은 아직 텅 비어 있었다. 일찍 도착한 스님들과 불자들은 아무런 표시가 없는 일반석 쪽에 자리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스님이 "왜 비키라는 것이냐"고 항의를 하자 익산시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행사를 먼저 하고 법회는 나중에 하니 스님과 신도들은 법회 시간이 될 때까지 쉬었다가 다시 오라"며 일반석에 앉아 있던 스님과 불자들을 나가 달라고 했다.

이에 스님이 초청장을 보여주며 "나도 문화재청에서 초청장을 받고 왔다"고 했으나 시청 관계자는 "초청장은 여러 곳에서 보냈으니 문화재청 관계자가 아니라며 자리를 비켜줄 것"을 거듭 재촉했다. 결국 30여 명의 스님과 20여 명의 불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벗어났다. 

그 뒤로도 "스님과 불자들은 법회 시작 때까지 그늘에서 쉬라"는 방송이 다섯 번 흘러나왔다. 시청 관계자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본 행사는 문화재청과 익산시청이 주관하는 일이니 스님과 불자들은 초청 인사들을 위해 비켜줘야 한다"고 했다. 

보다 못해 취재를 위해 참석한 내가 "스님들과 불자들도 준공식에 참석하러 왔고 내빈석도 아닌 일반석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특정해서 스님과 불자들을 행사장에서 내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으며 "시청과 문화재청의 방침인지, 책임자가 누구인지"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만나는 공무원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뿐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본행사인 준공식은 문화재청, 익산시청, 전라북도청이 주관하고 법회는 부대행사니 스님들과 불자들은 법회 때 오면 된다"며 준공식에서 나가 달라는 요구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잠시 후 '책임자'라며 등장한 문화재청 관계자 역시 "빠쁘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 


이들에게 스님과 불자들은 미륵사지, 미륵사지 석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스님과 불자들은 준공식에 참석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님과 불자들은 행사장에서 나가 달라", "그게 무슨 문제냐"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미륵사지 석탑을 복원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륵사지는 주춧돌만 남아있지만 명백한 사찰이다. 무엇보다 미륵사지 석탑은 문화재이기 이전에 수천 년의 신심이 담긴 예경의 대상이다. 문화재의 복원과 계승은 외형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되살리고 계승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없다면 석탑은 그저 돌무더기일 뿐이다. 

미륵사지 석탑을 복원했다며 준공식을 거행한 문화재청과 익산시청, 전북도청의 관계자들에게 과연 미륵사지와 석탑은 어떤 의미였을까. 미륵사지 준공식에서 벌어진 이 현장이 불교 문화재를 대하는 공무원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작성한 기자는 프리랜서로 법보신문 전북주재기자로 활동중입니다. 법보신문 인터넷판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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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자이며 오마이뉴스를 자주 보는데 참여 해보고 싶어서 용기를 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