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신도림 씨네큐에서 진행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GV 현장.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육상효 감독과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선필 오마이뉴스 기자 사회로 진행됐다.

9일 오후 신도림 씨네큐에서 진행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GV 현장.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육상효 감독(가운데)과 심재명 명필름 대표(왼쪽)가 참석한 가운데 이선필 오마이뉴스 기자 사회로 진행됐다. ⓒ 최유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극장 스크린 대부분 차지하며 개봉 11일 만에 천 만 관객을 넘긴 와중에 한국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가 선전 중이다. 9일 오후 4시 기준 100만을 돌파한 것. 

같은 날 저녁 오마이뉴스 주최로 <나의 특별한 형제> 상영회가 열렸다. 육상효 감독과 제작자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120여명에 달하는 관객들과 함께 장애인 정책과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 이솜의 캐스팅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지체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씨 이야기를 바탕으로 6년간 개발시킨 결과물이다. 객석에선 그간 소개된 장애인 소재 영화와 <나의 특별한 형제>의 차이점, 한국영화산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을 묻는 말부터 나왔다. 

육상효 감독과 심재명 대표는 해당 영화의 기획 및 준비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음을 밝혔다. 심재명 대표는 "그간 장애인이 등장했던 여러 한국영화가 장애인을 비장애인 입장에서 시혜적 태도로 바라보거나 이용하는 태도였다면 <나의 특별한 형제>는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웠다"며 "한국영화 안에선 굉장히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쉽지 않은 소재와 이야기를 상업영화 틀 안에서 풀어내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관점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 명필름, 조이래빗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를 준비하면서 장애인 정책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그리고 '이야기 결말이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육상효 감독은 "이 영화의 해피엔딩이 모든 장애인에게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어느 장애인에겐 벌어졌던 일"이라면서 "원래부터 장애인 정책에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해갔다. 개인적으론 장애인 등급제는 없애는 게 맞고 재원을 마련하면서 세세하게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심재명 대표는 "장애인 제도의 이슈가 부양의무제 폐지, 등급제 폐지 등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요즘 이슈와 배치되는 지점이 있었다"며 "온건한 방법이지만 동구(이광수)와 세하(신하균)가 자립하는 방식으로 수정하거나, 지체장애인 1급이라는 대사도 뺐다"고 전했다. 심 대표는 "장애인 정책은 많은 예산이 책정돼야 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의미를 묻는 관객도 있었다. 영화에서 동구와 세하는 기존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홀로 남겨진 존재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다가 혈연인 가족이 나타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게 이야기 골격이기 때문. 

육상효 감독은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처럼 친부모가 나타났을 때 장애인들은 (의지하면서 지낸 대안 가족이 있음에도) 실제 엄마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핏줄이 그만큼 강하다"라며 "혈연에서 생기는 좋은 영향도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안 좋은 일도 있다. 가족해체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아주 안 좋은 경우일 때 혈연에 메일 필요 없이 더 좋은 가족을 차릴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심재명 대표는 과거 명필름 작품인 <바람난 가족>을 예로 들었다. "가족이 다 헤어지는 설정 때문에 당시 회사 홈페이지엔 '사탄의 자식'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가족 해체를 주장하는 임상수 감독님을 거북하게 보신 것 같다"며 심 대표는 "개인적으로 혈연에 대해 크게 신봉하진 않는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선 엄마를 배제하자는 게 아니라 유연한 태도로 어떤 형태로든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육상효 감독과 심재명 대표는 예능 프로 <런닝맨>과는 전혀 달랐던 배우 이광수의 진면모, 신하균을 중심으로 영화 홍보과정에 열심인 배우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신하균, 이광수, 이솜이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 타기를 했을 때 이광수 때문에 사람들이 한 번에 알아본 사연을 육상효 감독이 이야기 했을 땐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소수자, 약자 등 뭔가 결핍된 사람들 많이 그려왔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 ⓒ NEW

 
참고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명필름의 40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영화제작사가 명멸한 가운데 자기 자리를 지킨 명필름은 그간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건축학개론> <마당을 나온 암탉> <카트> 등 한국사회 구석구석을 비추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관객과 만나왔다. <나의 특별한 형제> 이후로 전태일 열사의 청년 시절을 조명한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준비 중이다. 

"시대적 운도 좋았고 할 수 있는 게 영화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심재명 대표는 "한국영화산업이 굉장히 역동적인데 그 안에서 나름 성실하게 영화를 만들어 왔다. <나의 특별한 형제>도 그렇지만 사회적 소수자, 약자, 뭔가 결핍된 사람들을 (그동안) 많이 그려왔다. 그게 우리가 25년간 일궈온 관심이고 정체성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관객은 GV 말미에 "이렇게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며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에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느낀다"는 평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이번 주에 개봉 2주차 주말을 맞는다.
나의 특별한 형제 신하균 이광수 이솜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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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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