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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사천시 곤양면 봉명산의 적송 사이로 선계가 보이는 듯합니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봉명산의 적송 사이로 선계가 보이는 듯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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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게 되고, 밝음은 반드시 어둠을 동반하나니, 바로 이것이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이니라." - 열반경

산에 오르면서 발견한 문구입니다. 열반경이 아니더라도, 삶에 대해, 자연에 대해, 관심 있다면 누구나 알게 되는 진리입니다. 그러니까 생명이 있는 모든 것과 생명을 부여받은 모든 무생물은 태어나 자라고 늙어 죽는다는 거죠. 무생물인 건물도 유한해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자연 이치입니다.

두문불출(杜門不出). 꼼짝 안 한 지 일 년이 조금 넘은 거 같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해오던 천지 유람과 글쓰기까지 거의 전폐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핑계는 단 하나. 수행(修行). 이제 때가 되었을까. 다시 봄이 되자 봉인이 풀린 것처럼 천하를 거닐며 글을 술술 풀어가는 중입니다. 막힌 속이 뻥 뚫린 듯한 시원한 느낌입니다. 이유가 있습지요.

1년 전까지는 배움을 얻기 위한 '잰걸음'이었습니다. 배움 앞에서 종종걸음도 부족해 마구 뛰었지요. 지금은 비교적 여유로운 '유유자적(悠悠自適) 발걸음'입니다. 소소영영 혹은 허령지각이 밖으로 이끈다고 할까. 내 안의 '참 나'가 뭔가를 하나하나 준비시키는 듯한 느낌입니다. 하늘의 명령을 받는 달까. 암튼 그렇습니다.

자연 순례는 행복입니다. 뭇 생명과 상호 교감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요. 거닐면서 머리는 팍팍 돌아갑니다. 앞으로 천지자연과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 발전하려면 어떡해야 할지 등을 정리하기 위해 스스로 돌아가는 게지요. 분명한 건 세상을 이롭게 할 홍익인간이 되기 위해선 실천이 필수조건이라는 거. 보고 배우고 익히니 즐거울 뿐!

조선시대 황희 정승 고사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부부, 처제와 지난 1일 경남 사천시 곤양 '봉명산(鳳鳴山)'과 '다솔사(多率寺)'행. 처제와 함께 하니 덕분에 차 안이 생기 발랄입니다. 다솔사 주차장에서 내려 걷습니다. 소나무가 울창합니다. 그것도 나무줄기가 붉은 적송(赤松)이라 더욱 즐겁습니다. 다솔사를 지나쳐 봉명산(407m)에 먼저 오릅니다. 느낌이 편안합니다.

"아~ 좋다! 여보 저 소나무들 좀 보시게."
"좋긴 한데, 여기보다 산은 지리산이지. 지리산은..."
"쉿! 비교하지 마시게. 산이 들어."


감히, 아내 말을 자릅니다. 전 같으면 가만 들었을 겁니다. 허나 지금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잘못이 없는데도 나오는 싫은 소리와 비교하는 말 등은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싫은 건 타인도 마찬가지지요. 이는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예서, 조선시대 황희 정승의 젊은 날 고사 하나 인용하렵니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봉명산에는 적송들이 즐비해 괜시리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봉명산에는 적송들이 즐비해 괜시리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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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가 소 두 마리로 밭을 갈다 그늘에서 쉬던 어느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누런 소와 검은 소 중 어떤 소가 일을 더 잘 합니까?"

노인은 젊은이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검정 소는 꾀를 잘 부리고, 누런 소는 일을 잘 하네."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귓속말로 하세요? 하하하."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지만, 누가 자기 흉보는 소리를 좋아하겠는가."


젊은이는 동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허물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모든 생명은 존재 그 자체로 귀하지요. 여기서 드는 생각 하나. 이 고사의 주인공은 황희일까? 노인일까?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요. 그렇습니다. 어디 도인이 따로 있답디까. 삶 속에서 배우고 익혀 실천하면 도인이지요.

취나물 요리와 봉명산 둘레길에서 아쉬웠던 알림판
 
 경남 사천시 곤양 봉명산에도 5월의 싱그러움이 가득했습니다.
 경남 사천시 곤양 봉명산에도 5월의 싱그러움이 가득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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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명산 중턱 갈림길. 한쪽은 급경사, 한쪽은 원만합니다. 어느 길로 갈까? 잠시 고민합니다. 가파른 길을 선택합니다. 행여 내려올 때 가파르면 두 여인의 무릎과 발목 등에 무리 갈까봐. 대신 헉헉거립니다. 바위 사이로 울창한 적송이 위안입니다. 소나무 외에도 잣나무와 편백나무 등이 어우러져 삼림욕도 제격입니다. 정상 정자에서 보이는 한려해상국민공원 다도해와 봉대산, 봉두산, 사천대교, 각산, 창선대교, 금산, 금오산 등의 풍경도 멋스럽습니다.

"언니. 저기 취나물 좀 봐. 안 끊어?"

이미 허리 숙인 뒤입니다. 아내의 예리한 눈이 놓칠 리 없지요. 아내는 봄이면 늘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혹독한 겨울을 난 봄나물은 그 자체로 보약이다.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 현명한 며느리를 들이면 굶어죽진 않았다. 나물을 잘 아는 며느리가 산으로 들로 다니며 먹을 것을 구했다."

싱그러운 봄 향 가득합니다. 손에 벌써 수북합니다.

"언니, 취나물 어떻게 해먹어?"
"들기름에 볶아도 먹고, 생으로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도 먹고, 취나물 밥으로도 먹어."


걷다 보니, 어느 새 물고뱅이 마을 둘레길입니다. 앗, 도로가 나오고 이명산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좋았던 물고뱅이 마을 둘레길을 쫓다 보니,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다솔사 방면을 외면한 탓입니다. 초행길, 어쩔 끄나. 이정표가 안 보입니다. 도로로 나와 방향을 찾습니다. 길을 물을 사람마저 없습니다. 택시를 불러 출발지로 되돌아옵니다.

네잎 클로버가 많다고? 설마 속 터진 외침 "찾았다"
 
 경남 사천시 곤양 봉명산 다솔사입니다. 봄기운 가득합니다.
 경남 사천시 곤양 봉명산 다솔사입니다. 봄기운 가득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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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로 목을 축인 후 다솔사로 향합니다. 다솔사 대웅전은 적멸보궁입니다. 밖의 부처님 진신사리탑을 볼 수 있도록 벽면이 유리입니다. 이밖에도 조선 영조 때 지은 대양루, 극락전, 응진전 등이 들어섰습니다. 특히 다솔사 안심료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작성한 곳입니다. 또한 김동리 소설 '등신불'이 저술된 곳입니다.

"봉명산 다솔사는 503년(신라 지증왕 4년) 연기조사가 영악사로 창건했다. 신라시대 자장, 의상, 도선스님 등에 의해 중수됐다. 도선 국사가 중수하면서 다솔사라 개칭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숙종 때 재건되었다가 1914년에 불탄 걸 다시 지었다."
 
 봉명산 다솔사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는 젊은 처자들. 1분도 안 돼 "찾았다" 외침이 터졌습니다.
 봉명산 다솔사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는 젊은 처자들. 1분도 안 돼 "찾았다" 외침이 터졌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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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솔사는 네잎 클로버가 특히 많은 곳이야."

안심료를 둘러보던 중, 지나가다 귀동냥으로 들은 설명입니다. 젊은 처자들, 네잎 클로버 찾겠다고 줄행랑입니다. '설마 아무리 네잎 클로버가 많다 손치더라도 금방이야 찾겠어?' 반신반의합니다. 찾는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섭니다. 그들의 바람대로 네잎 클로버 찾길 기원합니다. 그래 설까. 화들짝 놀랄 큰 외침이 들립니다.

"찾았다!"

산속에서 심마니가 산삼 발견하고 외친다는 "심봤다!"란 소리보다 더 우렁찼습니다. 그 순간 그토록 바라던 원을 이뤘으니 그들이 바로 심마니지요. 네잎 클로버 심마니. 아내, 집에 갈 생각이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 한참이나 기다립니다. 처자들은 많이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뒤늦게 온 아내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 있지 않았습니다. 허나, 보였습니다.

공(空)!
 
 봉명산 다솔사 입구. 네잎 클로버가 진짜 많을까? 한 번 찾아 보세요. 삶이 스스로 그러하듯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봉명산 다솔사 입구. 네잎 클로버가 진짜 많을까? 한 번 찾아 보세요. 삶이 스스로 그러하듯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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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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