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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국회의원(비례대표)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시안)」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는 대학시간강사의 처우개선 등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에 따라 새로운 강사제도의 운용방법 등을 현장에 제시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이 '대학강사제도 운영 TF'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술한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추후 현장의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는 대부분 부정적인 편이었다. 특히 임금수준이나 책정기준 등 민감하고도 첨예한 문제는 모두 학교와 강사에게 일임하고 있어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법 개정안이 당장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고 학교 측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1만 명 이상의 강사들이 교단을 떠난 상황이라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이었다.

나는 지난 2월 22일 강사법 개정으로 현장에서 시간강사들이 겪고 있는 피해에 대한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해당 기사: 문재인 정부는 예상 못했겠지만... "또 잘렸습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로서 끝까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김현아 국회의원실에 협조를 요청, 입수한 해당 문건을 꼼꼼하게 읽어 봤다. 90쪽이 넘는 문건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퍼뜩 든 생각은 언론의 지적은 모두 정확했으며 그 이상의 문제가 있는, 철두철미한 '공무원 식 문건'이라는 거였다.

이런저런 규제는 더 복잡하게 얽어 놨고, 연봉이나 근무 일수 등 꼭 필요하지만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선 그 책임을 온전히 학교와 강사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교육부가 의도하고 있는 새로운 강사제도의 '효율적 운영과 안정적 정착'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예상과 함께 시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강사들에게 도리어 피해를 주고 강사와 학교 간의 불필요한 갈등마저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여 본 사안이 확정되기 전에 심각한 재고와 신속한 수정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문제점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선 강사의 자격기준에 관한 규정이다. 개정 시행령 제2조 제1호에는 강사의 자격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 시행령에는 없는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정도의 연구 및 교육실적이 있어야 한다. 대학졸업자는 연구 1년·교육 1년 이상, 전문대학 졸업자는 연구 1년·교육 2년 이상의 실적이 필수다. 전임교수 등과의 형평성 차원이라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교수, 조교수 등 전임교원은 당연히 그와 같은 실적이 있어야 한다. 시간강사 기간을 통해 관련 실적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원을 막 졸업한 사람은 특히 교육실적을 쌓을 기회가 없다. 어디가서 실적을 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실적이 없으면 아예 강사 지원 자격조차 없다는 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연히 없던 규정 만들어 강사 진입장벽만 높인 격이다.

시행령 6조의 교수(강의)시간 배정도 문제다. 현행 시행령에는 강사의 교수시간 제한이 따로 없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시간강사의 강의시간을 주당 6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학칙(정관)에 근거해 9시간까지 강의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강사들의 경우 별도의 기본급이 지급되더라도 전임교원 임금수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법이 바뀌어도 강사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주당 6시간 이내로 한정해 놓으면 대다수 강사들의 수입은 오히려 쪼그라들 수 있다. 수입은 물론 강의 기회도 줄어들 것이란 생각은 안 해 봤는지 궁금하다.

시간강사를 임용하는 방법과 과정도 무척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개정 시행령에 의하면 강사의 신규임용에 필요한 서류심사와 면접 등은 별도의 심사위원회에서 하게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임용예정자는 다시 인사위원회의 검증과 심의, 의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강사 1명을 채용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포함해 학내에 서로 다른 2개의 위원회를 각각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재임용할 때에도 학교 측은 또 별도의 심사위원회(강사업적평가위원회 등)을 두어 심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관련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전례 없는 일일뿐더러 의사결정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도 교육부는 임용절차를 간소화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간소화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연봉, 복리후생 등 처우에 관한 문제다. 특히 연봉책정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도 중차대한 문제인데도 이번 안에는 그에 대한 방침이 전혀 없다. 다만 Q&A를 통해 임금수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임용계약으로 정하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방학기간의 산정, 연구 및 지도 등 강의 이외의 업무에 대한 수당, 상여금, 복지포인트 등 처우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의 제시 없이 학교와 강사 간 협의 통해 결정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최소한 '법정 최저임금 수준' 따위의 하한선이라도 정해줬어야 한다. 건강보험도 현행법을 근거로 학교 측의 가입의무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결국 이번 교육부의 시안은 강사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강사 진입장벽을 높이고, 수당과 강의기회를 축소하는가 하면 학교와 강사들 간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강사들과 상대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겸임이나 초빙교수 자격기준, 임용방법, 교수시간 등에 대한 규정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항상 비용을 염두에 두는 학교 측으로서는 시간강사보다는 겸임이나 초빙교수를 더 선호할 것이 당연해 보인다. 따라서 강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지 않겠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고, 교육부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얼마 전까지 강사였던 일반인의  눈에도 이처럼 적지 않은 문제점이 눈에 띄는데, 그 분야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모르긴 몰라도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많은 기관과 단체, 학교 및 개인 등의 의견개진이 있었을 것이다.

주관부처인 교육부는 작은 목소리 하나도 허투루 듣지 말고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기꺼이 시행안에 녹여 넣어야 한다. 도움을 주고자 했던 선의가 왜곡되면 문제의 양상은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히 베풀고 욕먹는 우(愚)는 더 이상 범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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