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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일반 시민이나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일부도 그렇게 생각한다. '토지+자유연구소'는 5월 '노무현의 달'을 맞이하여, 4회에 걸쳐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평가해보고 무엇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 기자 주
 
 이명박 신임 대통령과 노무현 전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신임 대통령과 노무현 전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8.2.25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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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노무현'이다. 반칙과 특권을 타파하겠다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그 날, 투표 하루 전날 정몽준의 지지 철회로 하루 종일 전화하고 문자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전 그는 이 세상을 떠났다.

노무현, 하면 그리움이다. 고마움과 미안함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우리에게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다. 이런 마음으로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해보려고 한다. '노무현다움'이 가장 잘 드러난 영역이 부동산이기에.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우리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평가다. 물론 아쉬운 점과 한계도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면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사에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가 계승·발전해야 할 내용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노무현다움'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경제 영역

"앞으로 부동산투기로 돈 버는 것은 포기하라. 참여정부 임기뿐 아니라 이후에도 부동산투기로 돈 버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

[관련기사] "앞으로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것 포기하라"

2003년 11월 13일 대전 충청 지역의 언론 합동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완전히 불가능하도록", 지금까지 이렇게 말한 대통령은 없었다. 부동산 투기가 반칙과 특권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없이는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2006년이 떠오른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8.31 대책'이 2005년 연말에 입법화된 직후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이 이듬해 3월 이후 들썩거리고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대패했던 그해 말이다. 당시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이명박은,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은 군청 수준의 정책이고 전 세계에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정부는 없다고 비난하고 있었다.

선거에서 패하면 보통 정책을 바꾼다. 특히 대패하면 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 결과에는 집권 세력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무현의 '반(反)시장적' 부동산 정책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고 여당마저도 믿고 있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그러나 노무현은 자신이 만든 부동산 정책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러던 중 2006년 12월 초 다주택자들은 1년 전보다 훨씬 강화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게 된다. 2005년에 6426억 원밖에 안 내던 종부세를 2006년엔 3배 가까이 증가한 1조7180억 원을 꼼짝 없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가 만든 보유세는 2007년, 2008년, 2009년 계속 증가되도록 설계되었으니(실제로 2007년엔 2006년보다 1.6배나 많은 2조7671억 원이 징수되었다) 투기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12월이 지나자 투기가 진정되었고 거기에 LTV·DTI 규제까지 더해져 2007년 내내 부동산은 안정되었다. 선거에서 대패하고 모든 사람이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비난해도 그는 자기의 길을 간 것이다.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인가?

그렇다면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머릿속엔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이 폭등했던 뉴스와 기사가 저장되어있을 것이다. 그렇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집값 폭등의 기억 때문이다.

물론 다른 정부, 예컨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된 비교가 아니다. 올바로 비교 평가하려면 다른 정부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유사한 금융환경에 처해 있었던 동시대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었고 유동성은 넘쳐났다. 즉, 돈이 너무 흔했다는 것이다. 과잉 유동성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불러 오는데, 당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바로 이러한 금융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OECD 국가들의 주택가격 상승률(2003~2007) OECD 국가들의 주택가격 상승률(2003~2007)
ⓒ 박종현

위의 표를 보면 노무현 정부 시기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은 9.3% 오른 것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OECD국가들 중 많이 오른 순으로 보면 24개 나라에서 18위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장 많이 오른 덴마크는 무려 53.8%, 우리나라보다 6배 가까이 올랐고, 프랑스는 46.1%로 5배 올랐으며,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의 북유럽 복지국가와 캐나다·영국·미국 등도 한국보다 1.5~4배 가까이 올랐다. 물론 독일이나 일본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24개국의 평균 상승률이 21.8%이니까 한국은 평균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별로 오르지 않은 나라에 속한다는 것이 사실에 기초한 평가다.

혹자는 당시엔 나라 전체의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수도권, 특히 서울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전국 주택가격의 평균 상승률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전국적으로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긴 하지만, 어쨌든 세계의 주요도시들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세계 주요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2003~2007)
ⓒ 박종현
 
위의 표를 보면 노무현 정부 기간 2003~2007년 동안 서울이 18.7% 오른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자료를 제공하는 35개 나라의 대도시들에서 많이 오른 순으로 21위에 속하는 수준이다. 물론 뉴욕, 베를린,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도쿄 등은 서울보다 덜 올랐지만, 대부분의 도시가 서울보다 많이 올랐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68.4% 올랐는데 이는 서울의 3.7배가 오른 것이고, 모스크바는 무려 156.1%로 서울의 8.3배, 파리도 47.1%로 서울의 2.5배가 오른 것이다. 요컨대 35개 도시의 평균 상승률이 26.8%니까 서울은 평균의 2/3 정도 밖에 오르지 않은 것이니, 우리는 사실에 기초해서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노무현 시기의 부동산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안 오른편에 속하고, 도시별로 비교해 봐도 선방했다고.

선방했기 때문에 폭락을 막을 수 있었다

만약 다른 나라처럼, 예를 들어 덴마크나 프랑스처럼 집값이 폭등했다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2008년도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한껏 부풀었던 거품이 일시에 빠지면서 집값은 폭락했을 것이다. 폭락으로 경제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지면서 미국처럼 금융기관은 마비되었을 것이고, 실업자는 더 많아졌을 것이며,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훨씬 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했듯이 미국발 금융위기 때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명박은 노무현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한사코 노무현의 반대 방향으로만 가려고 했다. 노무현이 만들어 놓은 투기차단 대책과 공공임대주택정책을 허무는 길로 매진했고, 나아가서 그는 노무현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
 

그렇다면 노무현은 어떤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기에 그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선방한 걸까? 다음번에는 그가 추진했던 투기차단 대책과 주거복지 대책을 살펴보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 <토지+자유연구소>는 토지공개념이라는 철학 하에 부동산 문제로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사회를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이론과 구체적이고 치밀한 정책설계도를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로, 이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개인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토지+자유연구소> 후원하기 http://landliberty.or.kr/suppo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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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토지정의와 기본소득,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대안 국가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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