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
ⓒ 삼성출판박물관

관련사진보기

 
김종규 이사장에게 따라다니는 '문화계의 대부'라는 칭호는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삼성출판사를 운영하며 독자들의 지성을 살찌우고, 한국문학의 부흥을 이끈 그는 국내 최초의 출판박물관 설립자로서 출판계의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문화재위원,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서울세계박물관대회 공동조직위원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두루 거치면서 명성을 쌓은 그는 팔순을 넘긴 지금도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문화유산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올 4월을 기점으로 회원 수 1만 4천명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이 '국민신탁' 운동에 동참하는 그날까지 발로 뛰겠다는 그를 4월 23일 만났다.

문화계 대부로 국내 문화계 발전에 기여하다

젊은 시절, 김종규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을 마음에 새겼다. '문화가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선생의 뜻을 받들어 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망을 가슴에 품은 채, 그는 책과 함께 힘찬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대학 졸업 후, 가업을 잇기 위해 삼성출판사의 부산지사 지사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부사장과 사장, 회장을 역임하면서 <세계문학전집>, <김동리전집>, <황순원전집>, <토지>와 같은 수많은 명작들을 펴냈다.

삼성출판사가 명문출판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김 이사장의 탁월한 안목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가 문인들의 예술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출판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경리 소설가는 생전에 토지의 인지를 찍는 도장을 아예 출판사에 맡겨놓았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책과 문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닌 그였던 만큼 출판업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필생의 업(業)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에게 한 가지 더 남은 과제가 있었으니, 오랫동안 스스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이곳저곳 떠돌고 있는 책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헌책방 순례를 통해 그는 출판과 인쇄에 관련된 중요자료라면 빚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주저 없이 사들였다.

"부산지사에서 일하던 60년대부터 시작했죠. 일을 마치면,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돌아다니기 바빴어요. 피난 온 지식인들이 책을 많이 팔고 있어서 고서 값이 그리 비싸지 않던 시절이었거든요. '새 책 팔아 헌책 산다!'고 형님에게 야단도 많이 듣곤 했죠. 한국이 금속활자 최초 발명국이잖아요. 고서를 수집하면서 자연스럽게 박물관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고, 우리나라의 인쇄문화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이후 50여 년에 걸쳐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그의 소장품은 국보 1점과 보물 9점을 포함해 약 10만 여점에 이르게 된다.
 
 삼성출판박물관 제1전시실
 삼성출판박물관 제1전시실
ⓒ 삼성출판박물관

관련사진보기

 
1990년, 국내 최초의 출판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영등포구 당산동에 개관하게 되면서 간절했던 바람은 곧 현실이 된다. 그 후 2003년 종로구 구기동으로 이전하였는데, 이는 종로에 흐르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 때문이었다.

"종로는 4대문 안에 있고, 서울 역사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만큼 진정한 문화1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도 집중되어 있고, 문화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종로에 사는 사람들은 더더욱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것으로만은 부족합니다. 지키면서 전통예술을 전수할 책임도 있다고 봐야죠."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 개막식_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에 참석한 김종규 이사장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 개막식_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에 참석한 김종규 이사장
ⓒ 삼성출판박물관

관련사진보기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SMA(삼성출판박물관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인문학강좌를 제공해온 것도 '보존'과 '전수'의 두 의미를 조화롭게 지켜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는 특히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우리의 혼과 숨결을 담고 있는 문화공간을 지켜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흔히 시간의 역사만 역사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공간의 역사도 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지금 숭례문이나 경복궁, 창덕궁이 남아있지 않고 표지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고 가정해보세요.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제대로 그려볼 수나 있겠습니까? 이것만 보더라도 분명해집니다. 책으로 남은 기록뿐만 아니라, 공간에 남아있는 흔적도 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비록 정부나 지자체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이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공간이 언제 허물어지고 사라져버릴지 모릅니다. 독립문이 제자리에서 이전되고, 근대 문화유산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증권거래소도 사라졌지 않습니까? 공간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만은 막아야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서울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문화예술인에 관련된 글을 기고합니다. 취재, 인터뷰, 리뷰기사 관련해서는 koreatheatre@naver.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