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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인 종로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600여 년 동안 문화의 역사를 일궈온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종로의 기록, 우리동네 예술가'는 종로에서 나고 자라며 예술을 펼쳐왔거나, 종로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 시대의 예술인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이상의집 오프닝 당시 기념사진
 이상의집 오프닝 당시 기념사진
ⓒ 삼성출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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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탁운동의 뼈대를 굳건히 다지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 자연과 사적 보호와 보전을 위해 기금을 사용하는 단체인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서 영감을 받아 2007년에 설립된 단체다.

김종규 이사장은 설립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단체의 기틀을 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유영구 초대이사장의 뒤를 이어 2010년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한국박물관협회장, 문화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국내 박물관의 발전과 문화유산의 보존에 기여해온 그인 만큼, 그는 둘의 끈끈한 관계성을 살리면서 업무적인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물관과 문화유산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봐야지요. 왜냐, 유물은 박물관에 들어가서 잘 보존될 수 있고, 보유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이 곧 박물관의 소임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또 그런 정신이 깃든 박물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유산을 지켜야한다는 교육까지 되니 이보다 서로를 더 잘 어우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직을 지키면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으로 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긴밀한 관계성을 잘 살리면서 임해왔기에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만족도가 더 높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과 한국가구박물관의 MOU 체결식
 문화유산국민신탁과 한국가구박물관의 MOU 체결식
ⓒ 삼성출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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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직에 오른 직후부터 전력을 기울인 분야가 바로 회원 수 확보였다. 가까운 지인은 물론이고, 어느 곳에 발걸음하든 간에 그는 문화유산신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가입 독려에 힘썼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 처음 이사장에 올랐을 때 300여 명이 채 못 되었던 회원 수가 그의 취임 1년도 안 돼 1천명을 넘어섰고, 올해 4월부로 1만 4천명을 돌파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회원들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큰 자랑거리다. 향후 미래를 이끌 주역이 될 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는 것이야말로, '국민 신탁' 운동의 뼈대를 단단히 다지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학생 회원도 많아요. 처음에는 월 3000원을 회비로 내는 '키움 회원'부터 시작하는데 나이가 들어 취업을 하게 되면 자발적으로 회비를 올려서 납부하겠다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다 뜨거워진다니까.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는지 몰라요."

회원들이 단순히 회비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더 진지하게 깨달으면서 흔쾌히 장기간 동참하겠노라 보태는 마음씀씀이가 그로 하여금 더 열심히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그는 비록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히 국보나 보물만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거든. 전해 내려온 소리만 문화유산인 게 아니라, 마을의 동구 밭에 있는 당산나무 하나까지도 문화유산이에요. 저것만큼은 보존되어야 하는데 싶은 것들이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죠. 그렇다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다 사들일 수는 없잖아요.

문화유산을 잘 지켜서 후손들에게 제대로 넘겨주는 것이 곧 우리의 의무에요. 사람들이 종종 '회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느냐?'고들 묻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반대급부 같은 건 묻지 마라. 문화유산지킴이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 가치는 보람이다'라고 이야기해요. 어떤 사람들은 회원으로 가입하고 나서 '나도 애국자 된 기분이다'라고도 하는데, 맞는 말이에요. 이렇게 문화유산지킴이로서 한 걸음을 내딛는 거죠."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보전관리 중인 경주 윤경렬 옛집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보전관리 중인 경주 윤경렬 옛집
ⓒ 문화유산국민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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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국민신탁이 위탁관리 중인 보성여관(등록문화재 제132호)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위탁관리 중인 보성여관(등록문화재 제132호)
ⓒ 문화유산국민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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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은 월 3000원에서 1만 원을 후원하면 5대궁과 조선 왕릉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보성여관 전시장 무료입장 및 할인혜택 등 각종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어 우리 문화유산을 더 자주 찾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설립된 지 올해로 12년을 맞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늘어난 회원 수만큼이나, 왕성한 활동으로 문화유산 보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시인 이상의 옛집 터,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윤경렬 옛집,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에 나온 보성여관, 덕수궁 중명전 등을 보전·관리해왔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 답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역사의식을 고취해왔다.
 
궁중우물보전협약식
 궁중우물보전협약식
ⓒ 삼성출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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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 문학과 국내 박물관의 발전, 문화유산의 보전에 힘써온 그지만, 아직도 그에게 만족이란 없다. 전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문화신탁' 운동에 동참하는 그날까지, 회원 수 확보에 여념이 없다.

"회원 한 사람 더 늘어나는 게 제게는 제일 큰 보람이에요.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중앙일보 기자 시절부터 회원인데, 이번에 가족들 세 사람을 추가로 가입시켰어요. 그럴 때, 큰 힘이 나죠.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회원 수를 한 명이라도 더 늘려주고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문화계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40회 문화의날 은관문화훈장(2011년)'과 '제15회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 원로부문(2012)'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특별대상 부문을 수상하면서 또 한 번 그 뜨거운 문화사랑을 인정받은 그는 앞으로도 역사적인 소명과 책임의식을 잊지 않고, 열정과 노력을 더해 문화재 발굴과 보존에 힘쓸 것이다.

태그:#우리동네예술가, #종로예술가,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이사장,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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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문화예술인에 관련된 글을 기고합니다. 취재, 인터뷰, 리뷰기사 관련해서는 koreatheatre@naver.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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