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챔스(챔피언스리그)'는 프리미어리그 4위권 싸움을 하는 아스널, 맨유, 첼시, 토트넘이 서로 앞서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어이없이 지면서 경쟁 팀에 순위를 내주는 상황을 비꼬면서 나온 말이다. 서로 우위를 잡을만하면 지고, 질 것 같으면 이기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졌는데 결국 아스널과 맨유가 최종적으로 실족했고,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 짓고 토트넘 또한 챔스 진출이 매우 유력한 상태이다.

그런데, 단순히 프리미어리그에서만 나타나는 줄 알았던 이 현상이 라리가를 비롯해 분데스리가, 세리에A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유럽 빅리그에서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니가 가라 챔스' 현상을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 순으로 정리해보았다. (2019년 5월 7일 기준)

라리가
  
 라리가 순위표

라리가 순위표 ⓒ 신동훈

 
라리가 1, 2, 3위는 각각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로 확정되었다. 하지만 남은 4위는 2경기가 남은 현재까지 미지수인데 승점을 고려했을 때 세 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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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5월 2일 오전 4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구장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경기.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자료 사진) ⓒ EPA/연합뉴스

 
먼저 헤타페이다. 공격 지표에서는 최하위권을 기록 중인 헤타페이지만, 보르달라스 감독 지도 아래 완벽에 가까운 수비 조직력을 과시하며 좀처럼 실점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면서 헤타페는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수비도 수비이지만 최전방 투톱인 몰리나-하이메 마타가 팀이 필요할 때 한 골씩 넣어주면서 적은 득점에도 헤타페는 꾸준히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 남은 일정이 바르셀로나-비야레알이어서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헤타페가 시즌 내내 보여준 수비력이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승점 55점을 기록 중인 발렌시아이다. '무렌시아'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발렌시아는 이번 시즌 유독 무승부가 많다. 단순히 라리가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모든 리그를 통틀어서도 가장 무승부가 많은 편인데 그 이유는 마르셀리노 감독의 전술 스타일에 있다. 4-4-2를 기반으로 하는 마르셀리노 감독은 무게 중심을 완전히 뒤로 두며 경기를 운영해서 실점이 적은 편이지만, 공격수 개개인의 능력이 터지지 않으면 득점을 하지 못해 무승부만 꾸준히 기록해왔다. 마르셀리노 감독 경질설까지 돌았지만 다행히 게데스, 산티 미나 같은 선수가 활약해주며 최근 반등에 성공했다.

발렌시아는 알라베스와 바야돌리드를 차례로 만나기 때문에 3팀 중에는 가장 리그 일정이 수월하지만 문제는 유로파리그다. 아스널 원정에서 1-3으로 패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이지만, 원정골을 넣었고 홈에서 2차전이 펼쳐지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경기에 나설 것이다. 그 경우 주전들의 체력이 떨어질 수 있고, 만약에 탈락할 경우 분위기마저 수그러들 수 있다. 발렌시아의 주요 관건은 유로파리그의 병행에 있다.

승점 55점을 거둔 세비야가 마지막 경쟁팀이다. 세비야는 시즌 초반 마친 감독의 미친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축구를 보이며 시즌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파란을 일으켰지만 안드레 실바 등이 부진에 빠지고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했다. 결국 마친 감독을 경질하고 단장이었던 호아킨 카파로스 감독을 선임한 세비야는 나름 안정을 찾아갔지만 기복이 너무 심한 것이 문제였다. 5-0으로 이긴 경기 다음에 0-3으로 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남은 일정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틀레틱 빌바오이기에 쉽지 않은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워낙 롤러코스터같이 기복이 심한 팀이라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라리가는 '승자승 원칙'을 적용한 리그다. 승점이 같을 경우, 그 팀끼리의 상대 전적을 우선으로 보고 더 우세인 팀을 더 높은 순위로 올려놓는 규칙이다. 세 팀을 한정해서 보면 헤타페는 세비야에 2승-발렌시아에 1무 1패를 거뒀고 발렌시아는 헤타페에 1승 1무, 세비야에 1승 1무를 거뒀다. 세비야는 헤타페에 2패, 발렌시아에 1무 1패를 기록했다. 이 상황만 보자면, 발렌시아가 제일 유리한 상황이고 세비야가 제일 불리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세 팀이 누구 하나 올라가는 팀 없이 같이 지고 같이 이기는 식의 상황을 반복하고 있어서 마지막 라운드에야 4위 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일정)
헤타페 : 바르셀로나-비야레알, 발렌시아 : 알라베스-바야돌리드, 세비야 : ATM-빌바오
 
분데스리가
   
 분데스리가 순위표

분데스리가 순위표 ⓒ 신동훈

 
분데스리가는 도르트문트가 샬케, 베르더브레멘과의 경기들에서 2연패를 당하면서 사실상 마이스터 샬레(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는 바이에른 뮌헨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RB 라이프치히의 임시 감독을 수행하고 있는 랑닉 감독이 안정적인 시즌 운영으로 팀을 3위에 안착시켰다. 남은 4위 한자리를 놓고 5개 팀이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레버쿠젠-프랑크푸르트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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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3월 18일 오전 2시(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마인츠의 경기. 뮌헨의 레반도프스키(가운데)가 팀 득점 후 동료 하메스 로드리게스(오른쪽)와 자축하고 있다.

뮌헨의 레반도프스키(가운데)가 팀 득점 후 동료 하메스 로드리게스(오른쪽)와 자축하고 있다.(자료 사진) ⓒ AP/연합뉴스

 
승점 54점을 기록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올 시즌 부임한 아돌프 휘터 감독이 전임 감독이었던 니코 코바치의 경기 운영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무게중심만 공격으로 옮겨놓았고 이것이 대박이 났다. 루카 요비치, 코스티치, 헬러 같은 공격수들이 대활약을 펼치면서 상위권을 질주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병행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무리한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지면서 팀 운영이 힘들어졌다. 게다가 가장 중요했던 32R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2-6으로 패배해 오랫동안 유지하던 4위 자리를 뺏기게 생겼다. 유로파리그 4강 2차전을 치르기 위해 첼시 원정까지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프랑크푸르트다.

프랑크푸르트와 같이 54점을 기록 중인 레버쿠젠은 시즌 초반 헤를리히 감독 체제에서 완전히 붕괴 된 상태로 샬케와 함께 한없이 추락했다. 상황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하던 헤를리히 감독을 경질되었고, 이후 피터 보슈 감독이 선임된 후 그제서야 레버쿠젠이 바뀌었다. 보슈 감독은 브란트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나갔고 브란트-하베르츠-볼란트 공격 트리오가 대활약을 펼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앞서 말했듯 레버쿠젠은 가장 중요한 전 경기에서 6-2로 승리하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묀헨글라드바흐(승점 52점), 볼프스부르크(승점 52점), 호펜하임(승점 51점)은 레버쿠젠과 프랑크푸르트를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토르강 아자르, 플레아 등이 2018년에 대활약을 펼치며 선두권 경쟁에도 참여했었던 묀헨글라드바흐지만 2019년 들어 모든 공격수가 부진에 빠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며 들쑥날쑥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볼프스부르크는 최전방 공격수 베골스트가 좋은 활약을 펼치며, 오랜만에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왔지만 더 올라가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호펜하임 또한 벨포딜, 크라마리치 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로파리그 자리를 노리는 것이 팀 상황에 더 적합할 것이다.

(남은 일정)
프랑크푸르트 : 마인츠-바이에른 뮌헨, 레버쿠젠 : 샬케-헤르타 베를린, 묀헨글라드바흐 : 뉘른베르크-도르트문트, 볼프스부르크 : 슈투트가르트-아우크스부르크, 호펜하임 : 베르더브레멘-마인츠

세리에A
 
 세리에A 순위표

세리에A 순위표 ⓒ 신동훈


 
2018년 9월, 제노아 고가 다리 붕괴 사고로 40여 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고, 세리에는 추모의 의미를 담아 리그 일정을 연기했다. 이로 인해 세리에는 유럽 4대 리그 중 가장 많은 3경기가 남아있어서 3위 자리도 확실하게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1위와 2위는 유벤투스와 나폴리로 확정된 상태에서 무려 6팀이 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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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4월 17일 오전 4시(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아약스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아약스의 마티아스 데 리흐트(왼쪽)이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동료 타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아약스의 마티아스 데 리흐트(왼쪽)이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동료 타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자료 사진) ⓒ AP/연합뉴스

 
승점 63점의 인테르는 지지부진한 경기력과 이카르디 스캔들로 인해 팬들과 언론에 계속 뭇매를 맞고 있지만 스팔레티 감독이 팀의 모토를 '이긴다' 보다 '지지 않는다'로 설정해놓고 있다. 최근 5경기 1승 4무라는 성적이 이를 증명하듯이 인테르는 누굴 만나도 지지는 않고 있다. 더불어 승점도 차곡차곡 쌓아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격력과 경기력은 최악이지만 수비력 하나만큼은 유벤투스와 견줄 정도이기 때문에 6팀 중 챔스 티켓을 가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그럼에도 스팔레티 감독의 거취는 오리무중이다).

승점 62점으로 4위를 기록중인 아탈란타는 올 시즌 세리에 반전의 팀으로 불리고 있다. 가스페리니 감독이 꾸준히 아탈란타를 중상위권에 안착시켜 놓았지만 구단이 케시에, 콘티, 크리스탄테, 슈크리니아르 등 양질의 선수를 몇 시즌에 걸쳐 계속해서 팔아버리면서, 이번에는 성적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자파타-고메즈-일리치치를 활용한 공격 전술을 이용하며 세리에에서 가장 인상적인 팀이 되었다. 자파타의 기세가 워낙 좋아서 4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뒤에 따라오는 팀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우선 59점의 밀란은 최근 주포 피아텍이 무득점 행진에 빠지며 팀도 덩달아 추락했다. 가투소 감독의 4-3-3 전술은 꾸준히 이용되고 있지만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어 부진을 거듭했고 이에 가투소 감독의 거취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밀란은 FFP 룰을 충족하고 나아가 명가 재건을 하기 위해서는 챔스 티켓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35R 볼로냐전에서 2-1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바꾼 밀란은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밀란과 같은 승점을 기록 중인 로마는 디프란체스코 감독 경질 후, 소방수로 라니에리가 부임했음에도 밸런스를 못잡으며 붕괴했지만 최근 부상 선수가 돌아오고 팀 모토를 스팔레티 감독과 같이 이긴다보다 지지 않는다로 바꾸면서 좋지 못한 경기력에도 꾸준히 승점을 쌓고 최근 5경기 3승 2무를 기록 중이다. 다음 시즌 양질의 선수와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챔스 티켓이 무조건 필요한 로마이기에 라니에리의 능력을 믿고 있다.

승점 57점의 토리노는 은쿨루, 이쪼를 활용한 3백과 벨로티, 자자를 활용한 트윈타워 투톱 전략으로 재미를 보며 챔스 티켓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정말 아쉽게 챔스 티켓을 놓친 승점 55점의 라치오는 이번 시즌에 임모빌레-알베르토-밀린코비치 사비치가 예년만 못한 활약을 보이며 중위권까지 추락했다. 다행히 카이세도가 활약해주고 막판에 선수들이 힘을 내며, 챔스권 가능한 순위 안에는 들었지만 승점과 일정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세리에가 이렇게 복잡하게 된 것은 인테르와 AC밀란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발생되었다. 2019년 3월까지만 하더라도 두 밀란이 약진하면서 세리에 4위권 구도가 시시하게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지만 인테르가 계속 무승부를 만들어내고 밀란이 추락하면서, 중위권에 있던 팀들이 올라왔고 이렇게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남은 일정)
인테르 : 키에보-나폴리-엠폴리, 아탈란타 : 제노아-유벤투스-사수올로, AC밀란 : 피오렌티나-프로시노네-스팔, 로마 : 유벤투스-사수올로-파르마, 토리노 : 사수올로-프로시노네-스팔, 라치오 : 칼리아리-볼로냐-토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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