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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스승의 날 선물 금지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어른의 선물은 꽃, 커피 등 음료수도 받지 않으며,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꽃이나 카드와 편지 정도만 감사의 마음으로 받겠으니 작은 것 하나라도 가져오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를 입학시킨 지 한 달 밖에 안 지났지만, 엄마도 키우기 힘든 어린 아기를 늘 정성으로 돌보아 주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고마웠던 저는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께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선물을 해도 되긴 하나 고민하였는데, 어린이집에서 미리 보내준 안내문이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특히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거의 여성이어서 어머니가 스타킹, 옷, 음료 등을 챙겨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부터는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개인적인 선물을 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선생님께 커피 한 잔 드려도 안 될 정도로 법 규정이 있지는 따로 않았지만, 학급에서 반장이 나서서 2~3천 원 정도만 걷어 공동으로 한 가지 정도의 선물을 담임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스승의 날과는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사모하는 선생님을 위해 책상 위에 꽃이나 음료수 등을 놓아두는 정도의 애교와 애정 표현은 흔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을 비롯해 각종 기념일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니, 제가 학부모가 된 것을 실감합니다. 아직은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종이 카네이션을 만들고,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언젠가는 직접 그림도 그리고 간단하게나마 카드를 써서 선생님께 선물할 날이 올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해집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드릴 감사 카드를 미리 만들어 보았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드릴 감사 카드를 미리 만들어 보았다.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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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생님

저에게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 그리운 선생님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폐품을 들고 등교하는 저의 뒤에서 제 이름을 부르며 무겁겠다고 대신 신문지 묶음을 들어주셨던 자상한 선생님, 6학년 때 호랑이 같은 선생님이셨고 단체 기합을 주실 때는 무시무시하게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기억에는 두고두고 남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2학년 때와 비교해 성적이 매우 오르자, 따로 상장을 추천하여 졸업식 단상에 올라 상장을 받게 해주시고,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가 마음이 움직여서 그전까지 아무 준비 없다가 느닷없이 특목고 입시를 치르겠다고 나선 저를 위해 상담도 해주시고 격려해주셨던 담임선생님도 매우 그립습니다. 

이 선생님은 유머가 있는 분은 아니셨지만, 단정하고 성실하며 상냥해서 급우들도 대부분이 좋아했던 분입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맞이한 첫 스승의 날에 친구들이 모여서 학교로 선생님을 찾아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문학소녀'가 된 제가 동경하고 좋아했던 선생님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저의 담임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1학년 때는 부족한 한문 과목 교사를 대체하기 위해 한문 수업에 들어오셨고, 2학년 때는 옆반 담임이자 우리반의 문학 선생님이였습니다. 명망있는 대학교의 국문학과를 나온 선생님은 대학교 재학 시절에는 학우들과 함께 순한글 운동을 펼쳤던 분으로, 자녀의 이름도 순한글로 지으셨다고 합니다.

교사가 된 후로는 전교조 활동도 열심히 하셨던 선생님은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시와 소설 작품뿐 아니라,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과 시대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가르쳐 주시고, 학생들이 직접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작가와 작품에 대해 깊이있게 알아볼 기회를 제공해주셨습니다. 때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 패닉의 <달팽이>처럼 사회성 짙은 대중음악의 가사를 가지고 수업자료로 활용하시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낭독해주신 김수영 시인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저도 매우 좋아해서, 이후 대학입시 면접 자리에서 면접관이 좋아하는 시를 낭독해보라는 요청에 이 긴 시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바쁘셨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던 저는 세 살 터울의 오빠 국어교과서도 읽기를 좋아했고, 동시, 동화를 좋아해서 직접 동시 쓰는 흉내를 내기도 할 만큼 국어나 문학 계통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문학의 세계를 더욱 깊이있게 이해하고 관심갖게 된 것은 아빠 그때 그 문학 선생님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영향 덕분에, 저는 졸업하면 취직이 잘 되는 학과가 아니라 제가 공부하고 싶은 학과를 선택했고 저 역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제가 취약했던 수학과목 담당이셨지만, 입시상담 때 "취직은 대학에 가서 따로 공부해도 돼. 전공은 네가 정말 공부하고 싶고 좋아하는 과로 선택해도 돼"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이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저를 키운 것은 부모님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희생이 가장 컸고 지금도 저를 가장 사랑하시고 가장 많이 도와주시는 절대적인 제 삶의 기둥은 부모님이지만, 학교 선생님들에도 큰 영향을 받았고, 때로는 매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선생님들이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시는 만큼, 더 기뻐하고 분발하였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 보내길 잘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지 어느덧 한 달 남짓이 지났습니다. 아이는 첫 4주 동안은 자주 아파서 며칠 결석 또는 조퇴를 하였던 터라,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역시 어린이집에 보내길 잘했구나 생각합니다. 4주의 적응기가 지나자,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이제 스스로 자기 발로 교실 안에 들어갑니다. 선생님을 발견하면 반가워하고, 선생님이 들어가서 옷 벗자, 간식 먹자, 친구들하고 놀자, 낮잠 자자 하고 말을 걸면 순순히 따라갑니다.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도, 아이는 늘 기분좋게 간식을 먹거나 놀고 있습니다. 물론 엄마를 발견하면 활짝 웃으며 쏜살같이 달려와 안기지만요. 이렇게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또래와 어울리고, 선생님과 교감을 나누며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보내면 선생님들이 아이를 잘 돌봐주실 거고, 또래 아이들끼리도 서로 많이 배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서는 소수 문제를 일으키는 교사들이 등장하지만, 이것은 사건사고 속의 소수 교사일뿐, 교육 현장의 보통 선생님들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고, 엄마가 못 해주는 부분을 채워주고, 또 선생님이 못해주는 부분은 엄마가 채워주며 그렇게 엄마와 공동으로 아이를 돌보는 동지적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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