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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仁)=인(人)+이(二)'

인간의 지극한 도리라는 '인'을 이렇게 알았습니다. 물론 공자가 강조하는 '어질 인(仁)'은 예수가 말하는 '사랑(愛)'이요, 석가모니가 지칭하는 '자비(慈悲)'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점수(漸修) 중, '인'의 의미가 더 많고 큼을 배웠습니다.

'인(仁)=인(人)+같다(=)'

'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둘의 개념을 넘어 "모든 인간(생명)은 같다"라는 겁니다. 대동(大同)이라는 거죠. 공자는 '인'을 통해 모든 생명은 하나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알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함께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매화를 보니 은은한 향기가 코에 스미는 듯합니다. 인간도 누구나 고유의 향이 있다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어떤 향을 지녔을까? 삶을 되돌아보며 지혜 얻기 바랍니다.
 매화를 보니 은은한 향기가 코에 스미는 듯합니다. 인간도 누구나 고유의 향이 있다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어떤 향을 지녔을까? 삶을 되돌아보며 지혜 얻기 바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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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삶에 임하는 세 가지 원칙, 그리고 역지사지

세상살이, 인간관계 속에서 무슨 일이든 해야 합니다. 일, '노동의 가치'를 떠나, 먹어야 살고, 자신과 가족 존재의 원천입니다. 제가 하는 시설 경비 일은 단순합니다. 아시다시피 외부로부터 시설물을 경계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따라서 24시간 근무 체제입니다. 이밖에도 차량과 인원 출입 통제 및 보호, 방문객 안내, 허가에 따른 물건 반출 등을 살핍니다.

4년 전, 경비 일을 시작하며 나름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섬기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할 것. 둘째, 화물노동자와 일용노동자, 하청 및 협력업체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게 대할 것. 셋째, 상대에게 도움 되게 할 것 등입니다. 그 출발점은 '나'를 내려놓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자 따뜻한 마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더군요. 관계 단절이랄까.

처음 시설경비 할 때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경례 할 때 '개무시'하고 쓱 지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대부분 낮은 직위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상호 반갑게 인사하는 경향입니다. 허나 높은 직위 사람들은 무반응입니다. 대체로 같이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자동차 썬팅이 진해 차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습니다. 완전 불통.

간혹 인사라도 놓칠 경우 불똥이 떨어지곤 합니다. 대표, 공장장 등 높은 사람이 오가는데 인사 안했다나. 비상이지요. 그들은 왜 인사를 못했는지 여부는 아예 관심 밖입니다. 인건비 줄이려고 인원을 줄이거나 혼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합니다. 암튼 그릇이 되지 않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를 경우 꽤 시끄럽습니다.

'의문의 1패' 후 변론, 모든 생명은 누구나 평등하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서 공장 현장에 오는 대기업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와 소통은 고사하고, 늘 진한 썬팅의 차량 창문은 꼭꼭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근무한 지 일 년이 되어가는 데도 얼굴 볼 기회조차 없었지요. 그래, 그룹 임원에게 전화했습니다.

"○○○ 대표라는 사람은 기본이 안 됐다. 인사하는데 반응이 없다. 아직까지 대표 얼굴도 한 번 못 봤다. 윗사람은 힘없는 사람에게 더 잘해야 빛나는 법. 대표 잘못 앉힌 거 같다."

경비에 대한 세상 인식은 밑바닥입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거죠. 이러기까지 내적 및 외적 요인이 많습니다. 갈 곳 없음, 쪼들림, 미처 덜 배움, 최저 임금, 열악한 근무 조건, 힘없고 빽없는 '을' 등…. 이건 그래도 견딜 만합니다. 뭇 경비들이 힘들어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외부의 따가운 시선'입니다.

경비라 하면 우선 "눈 내리 깔고 본다!"는 거죠. 요즘 말로, '의문의 1패'입니다.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자체가 불합리입니다. 동료들은 "보이지 않으나 눈에 뻔히 보이는 차별이 심하다!"고 하소연입니다. 그들이 주문하는 건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람답게 살 권리입니다. 일이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편일 뿐! 역시, '분별'은 깨달음을 막는 장애입니다.

항의 전화 후 어떻게 되었냐고요? 한 달쯤 지났을까. 하루는 대표가 탄 검은 색 고급 승용차가 왠일인지 경비실 앞에서 멈추더군요. 고장 난 줄로만 알았던 뒤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데요. 그때 인간에 대한 예의라곤 일(一)도 없던 사장 얼굴 처음 봤습니다. 의외였습니다. 부질없는 외관은 곱고 잘생겼으며 품위까지 있는 중년 남자였습니다. 그러나….

얼굴 보여주고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랬는데, 그는, 뒷좌석에서, 여유롭게, 천천히, 얼굴에, 얇은, 미소, 짓더니, 아주, 정중하게, 인사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말없이 창문이 닫히더니 차량이 미끄러지듯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정중한 인사는 처음이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공자와 그의 제자 자공의 대화로 마치렵니다.
 
산에 오르니 산업단지가 보입니다. 삶, 어느 자리에 있던 배려와 소통이 필요합니다.
 산에 오르니 산업단지가 보입니다. 삶, 어느 자리에 있던 배려와 소통이 필요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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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

『논어(論語)』 「위령공」 편에 나오는 문답입니다. 자공이 그의 스승 공자께 묻습니다.

"한 마디 말로 평생 실천하며 살아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그것은 용서(恕)이니,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공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논어(論語)』 「옹야」 편에서 "부인자(夫仁者)는 자기욕입이입인(己欲立而立人)하며, 기욕달이달인(己欲達而達人)이다"고 했습니다. "인자는 내가 서려면 남을 먼저 세우고, 자신이 통달하고자 하면 남을 먼저 통달케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삶을 관통해야 하는 '배려'를 강조한 겁니다.

인간 및 모든 생명이 존귀함을 알아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태그:#삶, #경비일지, #논어, #인,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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