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09 09:22최종 업데이트 19.05.09 09:22

중국 충칭시 거리. 자료사진. ⓒ 김기동


최근 중국 정부는 내수를 늘리기 위해 여행 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개발해 운용 중이다.

몇 달 전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동안 중국 모바일 여행사 앱을 이용해 여행 목적지인 중국 둔황시 호텔을 예약했다. 둔황시에 도착하기 하루 전날 예약한 호텔에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먼저 호텔 예약자 여부와 내가 탄 침대열차가 둔황시에 도착하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 내일 호텔에서 기차역으로 승용차와 직원을 보낼 테니 그 차를 이용해 호텔로 편하게 오라고 했다.

바가지를 예상했는데

그동안의 중국 생활 경험으로 당연히 터무니없이 비싼 교통비를 요구하며 바가지를 씌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료라며 부담 없이 이용하라고 했다. 사실 둔황시를 방문한 기간은 여행 비수기라서 내가 예약한 4성급 호텔 숙박비가 일박에 중국 돈 95위안(약 1만5000원)으로 매우 쌌다. 픽업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호텔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저렴한 금액이었다.


다음날 둔황시 기차역에 도착하자, 도착 시각에 맞춰 호텔 직원이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함께 승용차에 오르자 그는 대뜸 자신은 호텔 직원이 아니라 여행사 직원이며 자신의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면 값싸고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며 홍보를 멈추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났던 나는 호텔에 도착해 프런트 직원에게 항의했다. 여행사에서 승용차를 이용하게 해준 것은 고맙지만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라고 광고해서 귀찮았고, 또 숙소 정보를 내 동의 없이 왜 제3자인 여행사에 제공했냐고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호텔 직원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손님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모바일 여행사 앱을 이용해 호텔을 예약했기 때문에, 모바일 여행사와 전자 결제 회사에서도 나의 호텔 예약 정보를 알 수 있다며, 여행사가 내 호텔 숙소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자신들은 모른다고 했다.

황당한 경험이었지만 나는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편하게 호텔 예약을 마친 대가로 나의 개인 정보가 팔려나간 것일 가능성이 컸다. '현대 사회는 정보가 돈이다'라는 말도 있으니.

또 당하다 
 

투푸판시 불타는 산. 자료사진. ⓒ 김기동

  
중국은 땅이 넓다. 중국을 여행한 한국 사람은 온종일 차를 타고 이동해서 겨우 관광지 한곳을 구경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한 도시에 도착한 다음 혼자서 그 도시에 있는 관광지를 여행하려면, 이동 교통편을 찾기도 쉽지 않고 이동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여행할 때, 한 도시에 도착한 다음 그 도시에 있는 여행사가 운영하는 일일 여행 패키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크로드 여행 동안 칭하이성 시닝시를 갔다. 시닝시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칭하이호수는 시내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다.

당연히 나도 모바일 여행사 앱을 이용해서 일일 여행 패키지를 검색했다. 칭하이호수 여행 패키지 상품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 시내에서 30km 거리에 있는 타얼스(라마교 사원) 관광지 이동 교통편을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을 선택했다.

칭하이호수 일일 여행을 끝내고 시내로 돌아오면서 여행사 가이드로부터 다음날 타얼스 행 무료 버스를 몇시에 어디서 이용할 수 있는지 안내 받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택시로 집합 장소까지 이동한 뒤 무료 관광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버스가 멈춘 곳은 관광지 입구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걸어가기엔 애매한 거리라 같이 간 중국 여행객들과 매표소까지 가는 전용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 버스의 왕복 요금은 중국 돈 40위안(약 6800원)이었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주변에 영업용 택시도 많았고 시내버스도 많았다.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시내에서 타얼스까지 중국 돈 15위안(약 2600원)이고, 시내버스는 1위안(약 170원)인데 10분마다 운영한다고 했다. 즉 내가 호텔에서 그냥 택시를 타고 왔으면 15위안에 해결 가능했단 얘기였다. 그런데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무료버스를 이용하는 바람에 두 배 가까운 비용(28위안)과 네 배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고 말았다.

이 패키지를 함께 이용한 중국 여행객들과 여행사에 항의했더니, 무료 버스 제공 여행사는 다른 여행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들은 무료 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인적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행사와 버스회사가 나누려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바가지를 씌웠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내 여행 정보를 이용해 장사하는 건, 당하는 여행객 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착하면 속는다"
 

시닝시 타얼스 사원 ⓒ 김기동

  
"君子愛財, 取之有道(군자애재 취지유도)"

공자 제자들이 쓴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군자도 재물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취하는 데는 도가 있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성인군자가 아닌 보통 사람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번다'라고도 해석할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그런 방법으로 돈을 벌어선 안 된다는 의미에서 말을 했을 수도 있다.

"人無橫財不富, 馬無夜草不肥(인무횡재불부, 마무야초불비)"

이건 중국 어린이 필독서 <증광현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람은 횡재가 아니고서는 부자가 될 수 없고 말은 밤에 몰래 풀을 먹지 않으면 살이 찔 수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횡재는 한국의 횡재와는 조금 다른 의미다. 우리가 뜻밖에 얻은 재물을 가리킨다면 중국에서는 비합법적인 방법, 혹은 운수가 좋아서 얻은 돈과 재물이다. 따라서 이 말 역시 정상적인, 즉 모두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결코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전제한다.

중국 어린이 필독서 <증광현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人善被人欺 馬善被人騎(인선피인기 마선피인기)"

사람이 착하면 사람에게 속고 말이 착하면 사람이 타고 다닌다는 뜻이다. 즉 세상 모든 사람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착한 사람을 속여서 큰돈을 벌려고 하고, 또 그런 방법을 통해서만 부자가 될 수 있으니, 사기나 당하는 착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 여행에서 내가 겪은 황당한 경험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한 번에 이해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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