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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어업의 범위는 썰물에 드러난 갯벌이 전부라서 어부의 손과 발이 닿는 구역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맨손어업의 범위는 썰물에 드러난 갯벌이 전부라서 어부의 손과 발이 닿는 구역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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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바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났다. 전국의 해안이나 섬에서 해양·레저체험이 활발해졌다. 어촌 체험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일반인이 쉽게 바다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웰빙문화 확산으로 수산물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면서 낚시나 해루질(밤에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마을 어장이나 면허지에 들어가서 수산자원을 불법 포획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현지 주민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농·축산물에 비해 양식이 어려운 수산물의 경우 자연적으로 채취하거나 조업을 통해 잡다 보니 가격이 비싼 편이다. 썰물에 한정된 구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에게는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다양하고 저마다 법적으로 해석하기에 따라 불법이 합법화되기도 하여 어민과 비어업인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맨손어업은 호미나 낫 등 한정된 도구를 사용하는 어업을 말한다. 과거에는 시야를 밝힐 수 있는 횃불을 들고 해안선이나 갯벌을 걸어 다니면서 조개나 낙지, 문어, 소라 등을 포획했는데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손전등이나 서치라이트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서해안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안으로 하루에 두 번씩 물이 들고 써는 자연현상이 벌어지는데 맨손어업에 종사하는 어민은 이 물때에 수산물을 포획·채취한다.

어민은 해당 주소지의 지자체에 맨손어업 신고를 하여 신고필증을 교부받고 수협 법에 근거하여 수협조합원 및 어촌계원으로 가입, 해양수산청에 어업 경영체 등록하는 등 어업에 필요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관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어야 비로소 제한된 구역 내에서 어업이 가능하다.

법에서 규정하는 어업인은 무엇일까? 수산업법을 보면 제2조 11호에서 어업인을 규정한다. 어업인은 '어업자'와 '어업종사자'로 구분하는데 이외에 '입어자'를 별도 호로 두고 있다. 입어자에 대한 설명은 어업인과 비어업인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어업신고를 한 자로서 마을어업권이 설정되기 전부터 해당 수면에서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여 온 사실이 대다수 사람에게 인정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어업권원부에 등록된 자라고 쓰여 있다. 대다수의 마을사람들에게 인정되는 자라는 점이 중요하다. 마을 어촌계에 속하는 계원 또는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업권은 어업인 개인에게 부여되는 생업과 직결되는 권리이다.

어민의 생업이 단순한 체험이나 레저활동과 같을 수 없어
   
홰낙지잡이에 나서는 어부. 썰물때에 맞추어 수없이 갯벌을 걸으며 물길을 익히며 체득하는 어부의 땀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홰낙지잡이에 나서는 어부. 썰물때에 맞추어 수없이 갯벌을 걸으며 물길을 익히며 체득하는 어부의 땀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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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협법에 근거하여 공식적인 조직의 성격을 갖는 어촌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어촌에는 마을공동체적 성격을 갖는 계 조직이 있었다. 1962년 수협법이 제정되면서 통폐합되는 과정을 거쳤지만 마을공동체 회의를 통해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안건을 처리하는 시스템의 조직기구는 여전히 오늘날까지 자치기구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자격을 부여받고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점은 섬 공동체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비어업인들은 수산자원관리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도구를 쓰거나 마을의 면허지나 공동어장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민으로서 어촌에서 살며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함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에게 인정받은 사람이 아니기에 해루질의 적법성, 타당성을 두고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비어업인들은 바다가 어민만의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항의한다. 그렇다. 바다는 국가의 해양영토로서 어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산업시설이나 기업체가 없어서 온전히 바다에 기대어 생계를 잇는 어민은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 때문에 어업권은 국가가 보증하는 권리임과 동시에 생존권이자 재산권이다. 그래서 어민은 권리에 상응하는 금액을 면허세로 내거나 까다로운 자격을 충족하는 조건을 이행하면서 권리를 보장받는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어민의 생업이 단순한 체험이나 레저활동과 같을 수 없는 이유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생물의 서식처 이동, 불법 해루질과 기계화된 어선어업, 외지 원정 어민들의 남획에 따른 자원감소 등 일반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변화요인이 어민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하면서 이를 시정할 법 개정과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필자는 섬에서 10여 년간 지내며 홰낙지잡이를 해왔다. 물론 어업인으로서 충족해야 할 요건을 충족한 다음에 말이다. 낙지의 습성이 빛을 싫어해서 밤에 주로 먹이활동을 하는 만큼 매일 30분씩 늦어지는 썰물에 맞추어 갯벌을 걸었다. 때로 낯선 이들을 만나 고향을 묻기도 했다. 일언반구 없이 지나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외지인들이었다. 끝까지 추궁하면 말다툼으로 이어져 서로 기분이 상했다. 자격을 놓고 시비가 붙어 다툼이 일어나도 해결하기 어렵다. 단속하거나 중재하는 감독 기관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관할 구역이 너무 넓어서 어려움이 크다.

한편 어민은 어떠한 공적 권한도 없어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제지할 수 없다. 마을 해안 곳곳에 어업인 외에 면허지 출입을 통제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마을 자치를 위해 설치된 어촌계도 역할이 제한되어 있어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전문적으로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은 해루질이 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타인 식별이 어렵고 감독기관의 관리 감독이 쉽지 않은 점을 잘 알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해루질과 관련된 카페가 생겨나고 있지만 올바른 인식을 시켜주는 당국의 활동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어민에게 바다는 생계 위한 생업의 터전
    
손전등에 의지하는 낙지잡이. 등불은 온전히 어부의 눈이 된다.
 손전등에 의지하는 낙지잡이. 등불은 온전히 어부의 눈이 된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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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바다에 대한 왜곡된 혹은 부족한 인식으로 전국 곳곳의 해안에서 해루질이 다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어촌 사회의 큰 문제이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로 어민의 어업권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어업인과 어업구역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더불어 해당 부처나 기관의 관리·감독도 강화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어업과 해루질의 바른 인식을 위한 활발한 홍보 및 교육 활동이다. 잡고 먹는 정도였던 기존의 체험활동도 바뀌어야 한다.

지역 어민들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어민이 교육자 자격으로 동행하는 갯벌 걷기체험, 생태교육, 해양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예컨대 직접 잡은 생물을 살려주는 교육은 생명존중의 가치를 확인하는 가족의 교육으로 좋다. 갯벌과 바다를 지리적,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는 점도 필요하다.

식문화의 다양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수산물이 식자재로서 주목받고 있는 사회 현상을 외면만 할 수 없다. 모두 만족하는 대안은 없는 걸까? 어촌계 혹은 도서지역의 읍·면마다 작은 '로컬푸드마켓'을 개설해서 직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면 좋겠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산지의 신선한 수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어민에게 소득 증대로 이어지니 공정한 소비 사례가 될 듯하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에게 이 바다는 생계를 위한 생업의 터전이다. 바다와 섬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방관하고 방치할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할 대안 모색과 제도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해양영토 또한 국가와 국민의 소유로서 수산자원은 미래의 곳간이자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아끼고 살펴야 한다.

태그:#해루질, #홰낙지, #뻘낙지, #맨손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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