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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이었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봄날, 조연출과 둘이서 카메라, 조명 등 촬영 장비를 짊어지고 성균관대 다산경제관으로 향했다. 신규 프로그램 <그림 속 경제사>를 함께 할, 송병건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학교 다닐 때에도 잘 찾아가지 않던 교수 연구실을, 학생 신분을 벗은 지 한참이 지나서야 가게 되다니. 낯설었다. 게다가 그날은 인터뷰까지 진행해야 했던 터라 살짝 긴장하며, 연구실로 들어섰다.

<송병건의 그림 속 경제사> 시즌2 방송(토요일 오전 10시, SBSCNBC)을 앞두고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외장하드에 보관하고 있던 인터뷰 촬영본을 찾아 열어보았다.

당시 인터뷰는 30초짜리 티저 제작을 위한 것이었던 데 비해 실제 촬영 분량은 20분 정도로 길었다. 사전에 질문지를 작성했지만 교수님께 공유해드리진 않았던, 사실상 즉흥 인터뷰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해주시는 답변이 더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솔직한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진행했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공식 티저 외에 풀영상을 따로 제작해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할 거라고 교수님께 말씀드렸었는데, 제작 일정에 쫓기다 보니 그러지 못했었다. 뒤늦게나마, 그중 일부를 글로 남겨본다.
 
 송병건 교수(성균관대 경제학과) 인터뷰
 송병건 교수(성균관대 경제학과) 인터뷰
ⓒ SBS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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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교수님. 먼저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 보는 경제학자' 송병건입니다.      

Q. '그림 보는 경제학자'라고 하셨는데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어떤 그림을 보신다는 건가요?     

- 보통 그림 하면 명작을 생각하는데요. 저는 역사의 중요한 단계에 어떤 사건이 있었나 보여주는 것, 또는 그런 힌트를 담은 그림들을 봅니다.

꼭 명작이 아니어도 덜 유명한 그림 또는 그 시대에 있었던 다양한 종류의 비주얼화 된 자료들, 예를 들면 삽화, 만평, 포스터, 선전광고 이런 걸 다 포함합니다.      

Q. 학자로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그림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 그렇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낙서를 많이 하고 자랐는데요. 본격적으로 그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외국에서 서양 경제사를 공부하면서였어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비주얼 한 자료들을 많이 쓰는 걸 확인했는데, 이후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다니면서 보니까 경제사 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하나씩 모아가면서 어떻게 교육적으로 잘 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요즘도 그림 보러 자주 가시나요?     

-  그렇죠. 아주 중요한 취미가 됐고요. 미술관 앞에 가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증상이 예전부터 계속되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Q. 교수님만의 그림 보는 방법, 노하우가 있다면?   

- 탐정이나 형사가 범행 현장을 보는 것 같이, 저는 '어떤 힌트가 이 그림에 놓여있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그림들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것 말고도, 화가가 자기도 모르게 흘려놓은 단서들이 있죠. 그런 것들을 찾아서, '이게 어떻게 역사적 사실과 연결이 될까'를 생각해봐요.      

Q. 특별히 인상 깊게 보신 그림이 있으신가요?

- 예컨대 윌리엄 터너라는 영국 화가가 그린 바다 풍경 그림이 있는데요. 색깔이 부드럽고 멋져요. 저도 그림의 주제를 모르고 처음 봤을 때는 마냥 멋있게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좀 더 자세히 보니까 노예선을 묘사한 것이었어요. 바닷속에 사람들이 빠져 죽는 모습도 묘사돼 있고요.
 
<노예선>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 <노예선>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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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모르고 막연히 그림을 봤을 때 느끼는 색감 하고 실제 화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또는 그것이 담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죠.      
Q. 보통 '경제학'이라고 하면, 사실 많은 분들이 그래프나 어떤 공식, 경제 용어들을 떠올리게 마련이잖아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경제사' 쪽으로 특화해서 공부를 하게 되셨는지요.    

-  경제학은 많은 데이터를 다루고 어떻게 그것을 이론화하느냐, 이것에 관심이 많죠. 사실 그런 것들의 기본 대상이 되는 건 실제로 어떻게 역사가 전개되었느냐 하는 것이에요.

경제사는 말하자면, 그런 기본으로 돌아가서 실제 모습이 어땠는가를 재구성해보는 연구라고 볼 수 있어요. 표와 그래프 같은 것들은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그리 흥미롭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그것보다 저는 그 시대의 다양한 그림 자료에서 힌트를 뽑아 재미있게 스토리텔링을 하고, 또 그걸 통해서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거죠.      
Q. 지금 학교에서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실 텐데,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 학생들은 참 좋아합니다. 이게 지금 시대에 딱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거에는 그림 자료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어마어마한 속도로 새로운 자료들이 나오고 있고 또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어요. 이걸 잘 활용하면 학생들 입장에서도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역사 공부를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Q. 학생들이 어려워하진 않나요? 

- 경제사 과목 자체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실 그림을 활용하는 것은 그런 어려움을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바꾸고자 하는 작업인 것이죠. 처음에는 어려워 하지만 비주얼 한 자료들을 통해 점점 흥미를 느끼는 걸 볼 수 있어요.

게다가 이런 시각 자료들은 젊은 세대인 학생들에게 훨씬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강의를 하다 보면 그림에서 제가 보지 못한 측면들을 학생들이 많이 잡아내기도 해요. 오히려 저도 배우는 게 많습니다.      

Q.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었나요?

- 제가 지금 생각나는 건, 중세 때 대학의 모습의 그림을 보여주며 강의를 할 때였어요. 저는 그림 속에서 당시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는 어땠나, 그런 것을 주로 봤는데요.

학생들이 하나 지적한 건 뭐였냐 하면, 그 당시에도 앞줄에 앉은 학생들이 훨씬 수업 태도가 좋더라는 거였어요. 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는데요. 아주 재미있게 지적을 받았습니다.      

Q. 그 포인트를 잡아낸 것도 앞쪽에 앉은 학생들이었겠죠?     

- 그렇죠. (웃음)

Q. 교수님께서 이 경제사 이야기를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반 시청자분들께도 보여드리게 됐는데, 특별히 이렇게 좀 해보고 싶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 보통 역사 공부를 특별히 좋아하는 분이 아니라면 역사가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또는 현실을 보는 데 있어서 약간의 에피소드 정도라고 보기가 쉬운데 그보다는 역사를, 쭉 이어져있는 큰 물줄기 같이 이해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 경제사는 접근이 쉽지 않은 학문이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이 다양한 그림을 함께 보시면서 '경제사'라는 주제에 빠져드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또 차츰 지식이 쌓여서 역사적 물줄기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잘 부탁드립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경제란 무엇일까, 궁금했거든요. '나에게 경제는 OO다' 이런 식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좀 어렵나요?

- 쉽지 않네요. (웃음)

Q. 교수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지금까지 나에게 경제는 뭐였다'라고 간단히 정리해주시면 어떨까요. '인생 그 자체'였을까요? (웃음)

- (웃음) 음... 저는 경제를 식사에 비유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처음 공부할 때는 이게 맛있는지 모르고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음식 맛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고 또 새로운 맛을 탐구하는 기회도 갖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식사였던 것이 점점 요리로 바뀌는 그러한 변화를 봅니다. 그래서 경제는 저에게 '먹을 것'이다, '식사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갑작스레 여쭤봐서 당황스러우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제가 <그림 속 경제사>에서 제일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역사상 중요한 이야기들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그걸 가급적 흥미롭고 의미 있는 그림들을 통해서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보실 수 있게 많은 준비를 하고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송병건의 그림 속 경제사 / SBSCNBC 토요일 오전 10시
 송병건의 그림 속 경제사 / SBSCNBC 토요일 오전 10시
ⓒ SBS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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