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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보험회사들이 환자들에 대한 진료 등 신용정보를 수년동안 허위로 금융당국에 보고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삼성생명이 암 환자의 진료정보 등을 허위로 보고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관련기사: [단독] 7일 입원했는데 490일이라고? 삼성생명 허위보고 파문)

하지만 3일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삼성생명 뿐 아니라 교보생명을 비롯해 AIG 손해보험, MG 손해보험 등도 해당 보험가입자들의 각종 진료 정보를 엉터리로 보고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소비자원 등 시민단체는 보험사들의 허위 정보로 개인 신용 문제 뿐 아니라 보험정책 등에 잘못 활용될 가능성이 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무개씨(64)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신용정보원(아래 신정원)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김씨가 가입돼 있는 교보생명과 MG손해보험, AIG손해보험의 경우, 김씨의 진료 기록이 엉터리로 돼 있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5년 12월1일부터 같은 달 12일까지 전남대 병원에서 김씨가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신정원에 보고했다. 하지만 김씨가 치료받았던 병원은 가천대 길병원이었다. 교보는 또 김씨가 2017년 11월23일부터 12월11일까지 성제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김씨는 같은 기간 청라백세요양병원에 있었다. 이렇게 잘못 보고된 날짜만 41일치였다.

4년동안 방치된 허위 금융정보..."가지도 않았던 병원 9곳에서 318일동안 치료"

 
 김아무개씨(64)는 지난해 12월 한국신용정보원을 찾아 본인의 보험신용정보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김씨가 가지 않은 병원을 X표로 표시해둔 모습.
 김아무개씨(64)는 지난해 12월 한국신용정보원을 찾아 본인의 보험신용정보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김씨가 가지 않은 병원을 X표로 표시해둔 모습.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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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해보험의 경우 김씨가 청라백세요양병원에서 2015년 12월14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입원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김씨는 청라의원에 있었다. MG손해보험은 모두 246일치의 진료 정보를 엉터리로 보고했다. AIG손해보험의 경우 31일치의 기록이 잘못 보고됐다.

김씨는 "전남대병원에는 입원한 적도 없는데, 보험회사는 내가 그곳에서 치료 받았다고 기록했더라"며 "보험사에서 한 건도 아니고 수백여 건을 그렇게 보고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자료만 보면, 김씨는 자신이 가지도 않은 병원 9곳에서 모두 318일동안 입원치료를 받았고, 그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 받은 것으로 돼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처럼 허위로 보고된 기록들이 지난 4년 동안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지내왔다. 그는 "보험사에서 내 정보를 신정원에 보고하는 것도, 내가 요청하면 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작년 말에 지인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말에 신정원 쪽에 자신의 병원 진료 기록과 보험금 지급 등의 정보 열람을 청구해, 올 2월에 자료를 받았다. 김 씨는 "교보생명 정도면 큰 회사니까 그냥 (제대로 기록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라며 "이렇게 돼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와 같이 보험사들이 소비자 신용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신정원에 보고하는 것은 법 위반 행위다. 현행 신용정보법에서는 보험회사가 소비자의 신용정보를 신용정보회사나 신정원과 같은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사실과 다르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신용정보법 18조 1항, 시행령 15조 1항 등).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도 받는다.

보험사들 "관행적으로 하다 보니", "직원이 잘못 입력" 뒤늦게 인정

이에 대해 교보생명 등 보험사들은 김씨의 개인신용정보를 잘못 기록한 사실을 인정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산에 정보를 입력할 때 의사면허번호만 넣고, 병원코드는 넣지 않으면서 불거진 일"이라며 "병원이름까지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씨는 실제 A병원에서 A의사에게 진료 받았는데 이후 해당 의사가 B병원으로 이직했고, 그 시점에 보험사가 정보를 기록하면서 B병원으로 정보가 남게 됐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의사면허번호만 넣다 보니 그 내용이 신정원 자료에 반영됐다"며 "입원일수나 다른 부분에선 오류가 없었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MG손해보험 관계자도 "직원이 비슷한 병원명을 헷갈려 이를 잘못 기재하는 착오가 발생했다, 보험금 지급은 완결됐다"고 말했다. '회사가 잘못 기록한 병원 4곳 중 2곳의 이름은 실제 김씨가 방문한 병원명과 전혀 다른데 어떻게 오류가 발생했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어쨌든 직원이 잘못 입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담당 직원이 급한 마음에 입력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철저히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IG손해보험 관계자는 "소비자가 진료 받은 병원명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명칭이 검색돼 (직원이) 잘못 입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부 승인을 거쳐 이를 정정하고, 신정원에도 해당 건에 대한 정정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금융소비자단체 "감독당국 전수 조사해야...보험사 강력 처벌 필요"

 
 김아무개씨(64)는 지난해 12월 한국신용정보원을 찾아 본인의 보험신용정보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김씨가 실제 가지 않은 병원이름에 형광펜 색칠을 해둔 모습.
 김아무개씨(64)는 지난해 12월 한국신용정보원을 찾아 본인의 보험신용정보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김씨가 실제 가지 않은 병원이름에 형광펜 색칠을 해둔 모습.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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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금융 감독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험사들의 거짓 금융정보가 향후 정부의 정책수립과 연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면 심각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운영위원)는 "개인신용정보는 당초의 수집 목적 외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 정보가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미래 활용범위는) 현재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험사가 잘못 보고했다면, 이를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이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당국에서 전반적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소비자 진료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해 보고할 경우 여러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정원에 수집된 엉터리 데이터를 (연구 등에) 사용하게 되면 그 결과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연구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보험사의 허위보고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동일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전수조사하고, 신용정보법을 위반한 보험사에 대해 강력 처벌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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