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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함께 한 바다에서 가족사진
 전기차와 함께 한 바다에서 가족사진
ⓒ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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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아내가 고속도로로 왕복 120km가량 출퇴근하는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사를 가야 하나, 기름값이 적게 드는 경차로 바꿔야 하나를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결국 현실적인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이사는 제외되고 차를 바꾸는 것으로 결정났다.

그런데 경차를 사려고 했더니 자꾸 전기차가 눈에 들어왔다. 초기 모델보다 주행거리가 많이 늘었다는 광고와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경험담들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비싼 찻값이 걸림돌이긴 했지만 계산해보니 출퇴근 시 드는 유류비와 할부금이 얼추 비슷할 것 같았다. 결국 전기차를 구매하기로 했다.

전기차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뉴스 검색도 하고 나서야 전기차 구매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초에 시작한 전기차 예약은 시작 몇 시간 만에 마감되었고 지금 예약해도 1년 뒤에나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하고 있을 때 추가 예약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글을 보았다. 확인차 전화한 근처의 자동차 영업소로부터 추가 예약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영업소로 달려가 예약했다. 영업사원으로부터 차를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혹시 모르니까 하는 기대감에 기다렸다. 

며칠 뒤 자동차 영업소에서 연락이 왔다. 예약된 차량 중에 예약자가 취소한 차가 있어서 배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얼마 뒤 우리 가족에게도 전기차가 생겼고 전기차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40분은 기다리기 만만치 않은 시간
 
다양한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멤버십 카드
 다양한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멤버십 카드
ⓒ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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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사고 나서 불편했던 점 가운데 첫 번째는 충전카드였다. 전기차 충전소에 가면 충전기를 설치한 사업자별로 각각 다른 멤버십 인증을 요구했다. 다른 사업자의 멤버십 카드로 이용할 수 있긴 했지만 어떤 멤버십 카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되었다. 

어떤 기기에서 어떤 멤버십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정리가 필요했다. 다행히 전기차 인터넷 카페의 한 분이 깔끔하게 정리한 글이 있어 도움이 되었지만 그 체계를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두 번째로 불편했던 것은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전기차 충전은 완속과 급속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완속은 보통 10시간 내외로 걸린다. 급속은 40분 정도 충전하면 80%까지 가능하다는데 실제로 충전해보니 급속충전기는 4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남아있는 배터리 전력량에 따라 80%가 안 되게 충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80%가 채워지지 않아도 4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충전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완속 충전기를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완속 충전기를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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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충전되는 동안 뭐하지 하는 것이었다. 집에 완속 충전기가 있다면 충전을 걸고 기다리거나 아니면 퇴근해서 충전을 걸고 다음 날 출근할 때 운행하면 되는데 완속 충전기가 없다면 문제가 된다. 급속 충전기를 이용해본 사람들이라면 40분의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주변에 커피숍이나 편의점이라도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운전석에 앉아 40분간 계기판과 눈싸움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도 하고 동영상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있지만 40분은 기다리기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네 번째는 급하게 충전해야 하는데 누군가 먼저 충전하고 있다면 매우 당황스러웠다. 충전소에 들렀는데 다른 사람이 충전하고 있다면, 운이 없을 경우 그 사람이 충전을 끝낼 40분을 기다리고 또 내 차를 충전시킬 4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요즘에는 충전기가 2기 이상 설치된 곳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충전기가 1기인 곳도 여전히 많다.

급하게 충전해야 할 경우에는 난감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칠곡휴게소의 전기차 충전소. 4기의 급속 충전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칠곡휴게소의 전기차 충전소. 4기의 급속 충전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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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는 부족한 충전시설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공공기관에 설치되는 충전기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대형마트에도 충전기가 1기씩은 있다. 또한, 아파트에도 충전기가 많이 설치되고 있다. 충전소의 위치를 알고 있는 지역에서는 미리미리 충전해 운행하면 되지만 여행이라도 가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장거리 여행을 가서 충전해야 할 때면 충전기가 혹시나 고장 나 있지는 않은지, 누가 충전하고 있지는 않은지, 전기차 아닌 차를 주차해놓아 충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건 아닌지 등등 여러 가지 걱정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가 비교적 잘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섯 번째는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된 일반 차량과 충전이 끝나도 차를 빼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전기차 차주 문제이다. 요즘에는 일반 차량이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하거나 급속충전을 걸어놓고 1시간이 지나도 차를 빼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경험하면 난감할 때가 많다. 서로 얼굴 붉히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아파트에 있는 공용 충전시설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많이 경험해 보았을 텐데 아파트의 경우 주차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하는 일반 차량이 많다. 하지만 이웃 주민이기도 하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을 알기에 따지기는 쉽지 않다. 급하게 충전해야 할 경우에는 난감할 때가 많다. 

일곱 번째는 사고 시 수리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무사고에 고장도 없었기 때문에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전기차 사고 비용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면 최대한 안전운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편하게 전기차를 탈 수 있는 환경 되었으면
 
주차장에 완속 충전기와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주차장에 완속 충전기와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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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나열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보면 전기차 타는 것을 후회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불편한 점을 감수하면서 전기차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인 것 같다.

기름보다 훨씬 적게 드는 전기 충전요금은 예전에는 어떻게 기름을 넣고 다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렴하다. 내 차의 경우 기름 한번 넣을 비용으로 한 달 정도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었다. 물론 더 적게 들어간 적도 있다. 

그리고 저렴한 자동차 세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할인 등 친환경차 혜택은 전기차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주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면 내야 하는 돈이지만 거기에 할인받는다는 것은 좀 더 혜택을 받는 것이라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 가족의 경우 주말이면 전기차를 타고 나들이 가는 횟수가 늘었다. 물론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도록 충전 없이 왕복 가능한 곳을 목적지로 정해 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고 있다. 나들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줄어들어 부담이 없어진 것도 한몫한 것 같다. 부담 없이 이곳저곳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아이와 추억을 쌓게 되니 전기차에 고마워진다. 

요즘에는 길 위에서 전기차를 많이 마주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를 반가운 마음이 든다. 부쩍 늘어난 전기차만큼 충전 인프라가 더 많이 구축되어 누구나 좀 더 편하게 전기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그:#전기차,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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