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차례로 찾아오는 이때에는 가족 그리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맞게 되는 어린이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특별히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심지어 주말과 겹치면 다음 월요일을 대체 공휴일로 지정하여 쉬는 시간을 준다. 

어린이날은 아이들을 위한 날이지만, 부모가 일을 쉬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위한 날이 아니게 된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부모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은 어린이날에 부모의 시간이라는 큰 선물을 받는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특별한 장난감 선물도 받고 나면 아이들은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반면 어른들은 자신들을 위한 국가적 이벤트 날짜가 없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 마음은 행복하겠지만, 몸은 지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는 날이다. 그래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저 힘든 하루가 지나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가 없는 성인들에게도 그저 평범한 휴일 중 한 때일 뿐이다. 하지만 성인들도 어린이날을 충분히 같이 즐길 수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미성년>이 말하는 것처럼 어차피 성인들도 다 자란 상태는 아닐 것이다. 세상에 조금 찌들었더라도 여전히 마음 깊숙이 '동심(童心)'은 남아있다. 이 날 아이와 같이 특별한 곳에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아이와 같이 집에 앉아 같이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건 어떨까. 만약 아직 아이가 없는 성인이라면 혼자 좋은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건 어떨까. 

아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들도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연령대별로 주제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을 정리해 봤다.  

[20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영화 <쿵푸팬더> 포스터

영화 <쿵푸팬더>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쿵푸팬더>(2008)
목소리: 잭 블랙,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성룡, 세스 로건, 루시 리우


누구나 자신이 가진 꿈이 있다. 십대를 지나 이십 대 성인이 되면서 대부분은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젊은 성인 시절을 보낸다. 그런 고민 속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도 섞여있다. 외모가 뛰어나지 못하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외모로 인해 움츠려 들고 사람들 앞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움츠려 드는 모습은 자신감을 잃게 만들어 결국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능력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연예인이나 출중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우러러보며 그들을 찬송하며 시간을 보낸다. 일종의 팬덤을 즐기는 것인데, 이는 10대 때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지만, 20대에도 꾸준히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는 팬더인 포(잭 블랙)이 주인공이다. 그는 아버지의 일손을 도와 국숫집에서 일을 하지만 쿵푸의 비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초고도 비만의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쿵푸를 전수받아 무적의 쿵푸 5인방과 같이 마을을 지키기를 원한다. 물론 그도 자신의 외모와 한계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마을의 현자 우그웨이로부터 진정한 후계자로 낙점받은 이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무척 애쓰기 시작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포의 슬랩스틱과 개그를 보여주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포를 향한 외부의 비아냥과 시선을 그대로 담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포기하려는 포의 고민도 진지하게 담는다. 겉은 밝게 웃고 있지만 많은 아픔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포의 모습에서 지금의 20대가 보이기도 한다. 외모에 대한 평가에 민감해 많은 신경을 쓰기도 하고, 대학생활과 취업이 순탄치 않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외부인들의 평가 때문에 겉으로는 계속 웃어야 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걱정과 아픔들이 가득 차 있다. 

영화 속 주인공 포는 결국 그를 압박하던 고민의 해결책을 찾는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크게 웃고 감동받으면서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0대] 진정한 육아란 무엇인가
 
 영화 <늑대아이> 포스터

영화 <늑대아이> 포스터 ⓒ (주)미디어데이

  
<늑대아이>(2012)
목소리: 미야자키 아오이, 오사와 타카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순간,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특히나 아이가 생기기 전과 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이가 생기기 전의 결혼 생활은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지만, 아이가 생긴 후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종일 신경 쓰다 보면 삶의 여유를 즐기긴 어렵다. 최근 한국의 출산율을 보고 있으면 육아에 대한 어려움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걸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만큼 육아는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순수한 봉사활동이다. 육아를 거쳐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교육시키고 돌보는 활동은 어쩌면 부모로서 반드시 해야 할 어떤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많은 부모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자녀들을 키워낸다.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육아에 관한 감동적인 판타지다. 주인공은 평범한 여대상 하나(미야자키 아오이)다. 그가 우연히 만난 늑대인간(오사와 다카오)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두 아이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곧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면서 하나는 혼자 육아와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힘든 상황에 놓인다. 첫째 딸 유키, 둘째 아들 아메는 비교적 밝게 자라지만, 두 명 모두 흥분하면 동물의 모습으로 변하는 비밀이 있다. 엄마로서 하나는 이들의 비밀을 감춰야만 하는 것을 알리고 최대한 이들이 안전하게 이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영화는 아주 잔잔하게 이 남매가 자라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들이 장난치고, 말썽을 피우고 엄마 하나에게 혼나는 모습은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육아의 모습이다. 그리고 하나는 어떤 식으로 하면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 고민은 모든 부모들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 이런 부모의 이상향과 아이의 지향이 충돌하는 과정이 영화 속에 너무나 잘 담겨 있다. 

육아에 지쳐있고, 아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부모라면 이 영화를 보며 자신의 육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주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0대]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는 아빠들을 위한 이야기
 
 영화 <코코> 포스터

영화 <코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코코>(2017)
목소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안소니 곤잘레스, 벤자민 브랫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떠나야 하는 삶은 행복할까.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족을 뒤로하고 먼 곳으로 떠나야 할 때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 남은 가족들의 반대와 그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고 떠남의 당위성을 확고히 세워야 가는 길이 덜 힘들다.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서로 같이 옆에 있어야만 하는 걸까. 최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러기 아빠나 기러기 엄마를 한다. 돈을 벌어야 해서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가족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만 지방이나 외국으로 떠난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지내다 실제로 서로 마음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떠남이 어쩔 수 없다며 아쉬워 하지만 결국엔 서로 등을 돌려 남이 되는 가족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구석에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그렇게 부모와 이별을 해야 했던 수많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움과 원망을 같이 가지게 된다.

영화 <코코>는 그런 가족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현재 시점의 미구엘이다. 음악 연주에 소질이 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할 수가 없다. 미구엘의 가족이 음악을 멀리한 이유는 영화의 프롤로그에 그림자 연극을 통해 전달된다. 미구엘의 증조할머니인 코코의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 음악을 하러 떠나고 돌아오지 않아 화가 난 코코의 엄마가 가족들의 음악을 금지한 것이다. 코코 엄마의 이런 선택은 기본적으로 가족을 등지고 떠난 남편에 대한 큰 원망이 깔려 있다. 그 떠난 사람에 대한 원망은 집안 대대로 내려와 주인공 미구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영화 속 미구엘은 멕시코의 축제인 죽음의 날에 음악행사에 참여하려다 우연히 죽은 사람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사후세계를 탈출할 유일한 방법인 자신의 가족을 찾으면서 최고의 우상인 유명가수 델라크루즈를 찾아가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주 이야기다. 실제 살아있는 가족들도 그렇지만 사후 세상에서 만난 가족들도 미구엘이 음악 한다는 것에 반대한다. 미구엘이 맞는 강한 저항이라는 것이 사실 아주 오래되어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이 영화는 증조할머니 코코와 그를 떠난 아빠의 마음에 대한 영화다. 영화 속에서 인상 깊게 들려오는 노래 'remember me'를 함께 부르는 코코와 아빠의 모습은 굉장히 감동적이며, 후반부에 코코와 미구엘이 다시 한번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마치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이 아빠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만약 지금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라면 이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50대 이상] 평생 꿈꾸던 모험을 실행하는 이야기
 
 영화 <업> 포스터

영화 <업> 포스터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업>(2009)
목소리: 에드워드 에스너, 조던 나가이


누구나 평생의 꿈이나 목표는 있다. 그저 평범한 일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있고, 외부로 나가서 이루어야 하는 활동도 있다. 대부분의 목표들은 1~2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또한 삶을 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여러 번 찾아온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갑자기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일생의 목표는 점점 뒤로 늦춰진다. 그러가 어느 덧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이가 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특히나 나이가 들어 점점 쇠약해지는 배우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 목표를 좀 더 빨리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업>은 그런 꿈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할아버지 칼은 아내와 행복하게 노년기를 맞았지만 아내가 병에 걸려 먼저 운명을 달리하면서 상실감에 빠져있는 인물이다. 그는 평생 아내와 남아메리카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 꿈이었다. 아내와 평생 살며 돈을 꾸준히 모았지만 중간중간 모았던 돈은 필요한 다른 곳에 먼저 쓰였고, 결국 아내는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가 상실감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칼은 집에 풍선을 달아 하늘에 띄워 직접 남아메리카로 가겠다는 계획을 실행해 버린다. 거기에 우연히 타게 된 아이 러셀과 함께 남아메리카로의 여행을 가서 겪는 내용들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의 백미는 영화 맨 앞에 배치된 칼과 아내의 인생 파노라마다. 짧은 시간동안 그들이 만나 결혼하고 목표를 실행하려 애쓰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고, 아내가 운명을 달리하는 그 순간까지 그들의 모습을 매우 감성적으로 담았다. 만약 이 영화를 본다면 초반부 이 장면들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영화는 그 평생 꿈꾸던 모험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 맺음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목표를 실행하지 못했더라도, 혹은 목표를 불완전한 상황에서 지금 바로 실행해보려 노력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같이 성취하게 만드는 건 내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다. 50대 이상의 관객들이라면 지난 일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쿵푸팬더 늑대아이 코코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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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화와 시리즈가 담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합니다. 브런치 스토리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영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저의 레빗구미 영화이야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더 많은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과 생각을 나눠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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