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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亥年(2019) 4월4일.

2019년 4월 4일, 그동안 몇 번이나 마음먹었던 열하를 목적지로 드디어 떠난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1780년 5월 25일에 한양을 출발했으니 그때로부터 약 240년 후가 된다.

6월 24일 압록강을 건너 8월 1일(丁未) 연경에 도착하기까지 33참(站) 2천30리 길을 두 달 조금 넘게 걸렸다. 열하일기의 날짜가 음력이니 여름이 시작하는 시기에 떠나 한여름 장마철에 해당한다. 그의 글 곳곳에 장마로 인한 고생담이 적혀있다.

명·청시대 사행단의 경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양을 출발하여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입경했다. 요양, 심양, 산해관을 거쳐 북경으로 가는 3000여 킬로미터를 왕복하는 데 수개월이 소용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국어시간에 열하일기의 일야구도하(一夜九渡河)를 배우며 연암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오랜 시간 중국과 인연을 맺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방랑객으로 그 경험을 잡문(雜文)으로 쓰다 보니 자연히 '연암'을 따르고자 했다.

막연한 연암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 것은 귀향한 후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인근에 경남 함양군 안의면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안의현이었다.(영조 때까지는 안음현) 연암은 연행을 다녀온 후 기행문의 백미로 꼽히는 '열하일기'를 썼고, 그 후 1792년부터 1796년까지 안의현감을 지냈다.

안의현감으로 있으면서 그는 청나라에서 본 물레방아를 용추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이용하여 안심마을에 최초의 물레방아를 설치했다고 한다.

물레방아는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커다란 나무바퀴를 돌린다. 나무바퀴 중심축에 방아공이를 연결하여 바퀴가 돌면 공이가 위아래로 들었다 놓았다 하며 '확' 속에 있는 곡물을 찧고 빻는 원운동을 수직운동으로 변환시키는 원리이다. 이전에 이용하던 디딜방아나 연자방아에 비해 획기적으로 노동력을 줄일 수 있었다. 이 지역에 전하는 노래에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돌고, 우리 집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돈다"에서 여유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연암을 비롯하여 영·정조시대 청나라에 사행을 다녀 온 홍대용, 박제가, 홍양호, 유득공, 이덕무 등은 직접 보고 온 청나라의 선진 문화와 문물을 도입하자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주장했다. 근대사의 굴곡은 있었으나 약 250여 년이 지난 오늘의 중국은 다시 미국과 대등한 G2로 성장하여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한양, 의주, 요양, 심양, 산해관을 두달 여 걸려 말을타고 갔던 길을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부산에서 비행기로 들어간다.
▲ 김해공항에서 출발 한양, 의주, 요양, 심양, 산해관을 두달 여 걸려 말을타고 갔던 길을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부산에서 비행기로 들어간다.
ⓒ 민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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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에 특히 베이징의 악명은 일찍이 경험한 터라 마스크까지 단단히 준비했다. 그러나 출발일 아침 공기는 쌀쌀하지만 하늘은 청공만리(晴空萬里),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북경수도공항까지는 직선거리로 1235km, 비행시간 2시간여 소요된다. 조선 연행단이 2개월여 걸리던 길을 지금은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두어 시간에 가는 셈이다.

1644년 청나라 수도가 북경으로 옮겨지면서 시작된 연행은 1876년 조선이 개항하기까지 무려 673회가 이루어졌다. 명나라 때까지는 중국황제를 배알한다는 뜻으로 조천(朝天)이라 하다가 청나라 때 북경을 연경(燕京)이라 부르며 '연행'이라 불렀다.

사신들은 북경에 도착하면 동악묘에서 관복으로 갈아입고 조양문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수도공항에 도착하여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공항버스, 공항철도, 택시 세 가지를 이용할 수 있다.

공항버스는 노선이 다양하며 보통 1층 출입구 부근에서 탑승한다. (제3터미널 T3航站樓)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북경역을 기준으로 20위엔이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 정체를 감안하여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공항철도(Airport Express, 机场快轨)는 가장 빠르게 시내로 이동하는 수단이지만 싼위엔챠오(三元桥) 또는 동즈먼(东直门) 역에서 지하철로 환승해야 한다. 요금은 25위안에 동즈먼 역까지 약 20분 소요된다.

공항택시는 짐이 있거나 여러 명이라면 편리하다. 택시 탑승장으로 가면 길게 줄을 서 있다.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무 곳이나 좀 짧은 곳에 서면된다. 우리나라처럼 도로변에 길게 서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가 있어 한 번에 택시를 두 대씩 6칸에 12대를 세운다. 그리고는 일행에 맞춰서 택시를 지정해준다. 한 번에 12팀이 탑승하면 택시를 출발시키고, 다시 12대의 빈차를 정차시키고 하는 방법이라 긴 줄도 금방 줄어든다.

따라서 택시나 손님이나 복불복이다. 승차거부도 있을 수 없으며, 미터기를 이용하고 바가지 요금도 없다. 단 도로사정에 따라 소요시간은 감안해야 된다.

 
처음에는 길게 늘어선 줄에 한숨이 나왔다.
▲ 북경공항 택시탑승장 처음에는 길게 늘어선 줄에 한숨이 나왔다.
ⓒ 민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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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출발하여 조금 지치기도 했고, 배낭까지 있어 택시를 선택했다. 목적지는 천안문 앞에 있는 치엔먼(前门)이다. 북경의 주요관광지나 다음 행선지로의 이동이 편리해 북경에 오면 주로 숙소를 이곳에다 정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북경시내 공기는 나쁘지 않고, 서쪽에는 하루해가 넘어가는 노을이 붉게 물들며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북경의 하늘은 깨끗했다.
▲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 생각했던 것 보다 북경의 하늘은 깨끗했다.
ⓒ 민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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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단은 이동 중 숙소로 주로 역참을 이용하였고, 때로는 민가를 이용하기도 했다. 숙박비나 시설 문제로 다툼이 생기기도 하여 선배들의 연행록을 많이 참고하여 평가가 좋은 집을 선택했다고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낯선 곳에서 숙식의 선택은 앞선 사람들의 기록을 기준으로 삼는다.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중국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도착 24시간 이내에 관할 공안기관에 여권 등 관련 서류를 가지고 등록해야 된다.(住宿登記) 여행객인 경우에는 숙박업소에서 대행한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투숙할 수 있는 숙소는 3성급이상으로 제한된다.

단체여행객인 경우에는 여행사를 통해 사전에 예약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나 나 같은 자유여행객은 항상 숙소를 정하는데 발품을 제법 팔아야 된다. 일정이 고정되지 않아 미리 숙소를 예약하면 때로는 더 불편할 수가 있어 사전 예약도 어렵다. 간혹 비수기 일 때는 적당히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지난번 묵었던 숙소에서도 거절당하고, 결국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했던 그 숙소를 찾아갔다. (Beijing King's Joy Hotel : 北京欢乐酒店)

 
여행은 기대와 설레임이다. 그러나 곧 고행의 시작이다.
▲ 북경의 노을 여행은 기대와 설레임이다. 그러나 곧 고행의 시작이다.
ⓒ 민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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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길 위에서는 구도지가 된다'에도 올립니다.


태그:#신열하일기, #열하, #피서산장, #연암, #유리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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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 대한민국 힐링1번지 동의보감촌 특리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전히 어슬픈 농부입니다. 자연과 건강 그 속에서 역사와 문화 인문정신을 배우고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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