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 많고 정도 많은 열혈 신부님으로 변신해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배우 김남길.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그는 코믹부터 진지함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극을 이끌었다. 마지막회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은 <열혈사제>에서 해일 역을 맡은 김남길의 종영 인터뷰가 30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열혈사제> 속 캐릭터, 허투루 만들어진 것 없어
 
김남길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김해일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의 종영 인터뷰가 30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김남길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김해일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의 종영 인터뷰가 30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열혈사제>의 인기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첫 질문에 김남길은 막힘없이 대답을 꺼내놓았다. 그는 "캐릭터가 허투루 만들어진 게 없었다"며 "인물들이 타이틀롤인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거나 주인공 서사의 도구로 쓰이는 거면 그 작가는 글을 쓰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화 같은 캐릭터들의 가볍고 유쾌함이 주였지만, 이야기 안에는 죽음에 얽힌 무거움이 있어서 그 점이 어려웠다. 그런데 배우들이 그 무게 중심을 너무 잘 잡아줘서 조화가 이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것도 있었다. 부조리한 부분들을 속 시원하게, 유쾌하게 풀어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약한 자들이 정의를 깨우치고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오는 것도, 용서라는 메시지도 좋았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한다', '성인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는 대사에 이런 메시지가 잘 녹아있었다."

특히 그는 "좋은 배우들이 뭉쳤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반응이 좋으면 이야기에 방해가 돼도 자기를 더 어필하면서 튀려는 배우가 생기는데 이 드라마엔 그런 배우가 없었다"며 "두 번 다시 이런 배우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연기 과도기, 전도연의 도움 컸다
 
김남길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김해일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의 종영 인터뷰가 30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데뷔 초 양조위나 장첸 같은 이미지를 추구를 했다는 김남길은 서른 중반부터는 주성치를 많이 표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믹적인 B급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만화도 무척 좋아하는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캐릭터의 표정이나 거기서 나오는 감정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김남길표 연기의 배경을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성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얼굴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목표의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한 작품 한 작품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주목을 받든 안 받든 여러 사람들과 책임감을 갖고 똑같이 작품을 해왔는데, '열혈사제'가 운때가 맞아서 시청률이 잘 나왔을 뿐인 것 같다. 작품이 잘 되면 좋지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에게도 슬럼프나 과도기가 있었을까. 김남길은 영화 <무뢰한>을 찍을 때가 과도기였다고 고백하며 "내 적성에 맞지 않은데 이 직업을 갖고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을 때였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역이었던) 전도연 누나는 내가 한 마디도 안 했는데 내 고민을 너무 잘 알고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했다. "왜 지금까지 눈에 힘을 줬느냐", "얼굴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연기로 우리가 나아가면 좋겠다"는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 덕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김남길은 "그때부터 연기하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길스토리는 서로에 대한 관심
 
김남길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김해일 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의 종영 인터뷰가 30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종종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그는 "휴대폰을 보느라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더라"며 "예전에는 버스를 타면 '짐 들어드릴까요' 등의 대화가 있었는데 요즘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가 만든 문화예술NGO '길스토리'는 이런 작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그는 "'작지만 위대한 움직임'이란 슬로건처럼 길스토리는 거창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다. 너무 각박해져서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지금, 잠깐 주변을 돌아보자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일깨울 수 있는 캠페인 같은 걸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살면서 잘 한 결정 세 가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배우를 한 것, 매 작품마다 그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 길스토리를 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연인 김남길은 착하지도 않고 이기적이기도 하며 남에게 상처도 주고 상처도 받는다. 저는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걸 믿는 편이다. 사람은 완벽한 완성체가 아니기 때문에 나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길스토리를 하면서 나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반복적인 잘못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나를 재정비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드라마 때문에) 다들 저에게 신부님이라고 부르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이다(웃음)."
김남길 열혈사제 인터뷰 SBS 이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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