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19가 올 때까지 일했고 응급실에서도 자막을 뽑았습니다." "상을 당했지만 방송 때문에 휴가를 쓰지 못해 상복을 입은 채로 장례식장에서 대본을 썼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방송작가들이 처한 열악한 근로 환경은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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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방송작가들이 처한 열악한 근로 환경은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다음 날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가 방송작가들을 상대로 시행한 '2019년 방송작가 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방송작가노조가 조합원과 비조합원, 전국 방송작가 580명을 상대로 온라인에서 설문한 것으로, 방송작가들의 고용 형태와 상근 여부, 노동 시간, 밤샘 횟수, 임금 체불 등의 노동실태를 집계했다.

설문 결과 방송작가 93.4%(542명)는 프리랜서로 고용돼 있지만 전체 72.4%(420명)가 방송사에 출퇴근하는 상근 체제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방송작가노조가 지난 3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KBS 구성작가협의회 구인·구직 게시판에 오른 총 317건의 구인글을 전수 조사한 결과 비상근, 즉 재택근무는 20건에 불과했고 대다수 공고가 상근을 명시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들이 대다수 방송작가를 프리랜서로 고용하지만 실질은 상근으로 위장된 프리랜서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의 경우 주 40시간에서 52시간 사이로 일하는 경우가 28.6%(166명)로 1위를 차지했다. 52~68시간이 26.4%(153명), 15~40시간이 25.7%(149명)로 뒤를 이었지만 68시간 일한다는 응답자도 7.9%(46)나 됐다.

작가들은 밤샘 등 장시간 노동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는 첫 번째로 관행(76.9%, 복수응답)을 꼽았다. 빠듯한 제작 일정(65.2%),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60.5%)이라는 답도 많았다.

유노동 무임금 실태의 심각성도 드러났다.

일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 절반이 넘는 52.8%가 있다고 답했다. 받지 못한 임금의 종류는 기획료(39.2%), 원고료(34.6%), 불방료(14.1%), 재방료(12.1%) 순이었다. 돈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구두 계약 관행으로 인한 계약서 미작성(33.7%)이 1위로 꼽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이미지 지부장은 "'상근'을 요구받고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방송작가들을 정부와 방송사들이 더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방송작가들도 시간 외 수당, 52시간 근무제, 퇴직금 등 4대 보험 적용 등 노동법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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