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무주산골영화제 기자회견

29일 오전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무주산골영화제 기자회견 ⓒ 성하훈

 
2013년 극장 하나 없던 무주에서 시작된 산골영화제가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덕유산과 적상산 등이 주변에 있는 작은 도시 무주는 영화관이 없었으나, 영화제가 시작된 후 작은 영화관이 생겼다. 이후 무주를 찾는 관객들도 늘어나면서 초여름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 주목 받고 있다.
 
올해는 영화제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축제로서 대중성과 다양성을 강화했다. 할리우드 상업영화가 대다수의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양성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영화제가 나름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7회 무주산골영화제가 29일 오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행사의 주요 개요와 상영작을 공개했다. 개막작에는 남북화해의 뜻을 담았고, 관객들의 미처 접하지 못했던 화제의 영화들을 다양하게 배치했다. 새로운 상도 마련하고 야외상영관도 늘리면서 영화제로서의 색깔을 강화했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인홍 무주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해를 거듭할 수록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풍에 어울릴 만한 영화 전시 등 변화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주의 전체 면적 중 80% 정도가 산"이라고 강조하면서 "무주산골영화제는 그 특성을 잘 살린 영화제로, 관객들이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유기하 집행위원장은 "무주는 인구가 2만 5천 명이 되지 않는 산골 마을이라 영화제를 시작할 때 우려도 있었으나 관객들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면서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아와 영화제가 젊은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또 "다양한 영화를 선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차별과 젠더 문제를 다룬 영화들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시네아스트 조명, 다문화 관객 배려
 
올해 영화제에선 모두 25개국 101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프로그램을 소개한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작은영화제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영화제의 콘셉트를 '집중과 확장', '관객과 무주'로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제측은 동시대 시네아스트 섹션을 준비해 영화제로서의 역할을 강화했고, 배우를 조명하는 프로그램과 영화평론가상을 신설하는 등 관객 친화적 영화제임을 알리면서도 경쟁 부분을 강화해 영화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또 다문화 관객을 배려해 베트남, 중국, 대만 영화 등 아시아영화의 상영 편수를 확대했고, 어린이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어린이전용관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가족동반 관객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치매 친화 영화도 준비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울러 무주를 방문하는 관객들이 지역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벤트 공간을 확대하고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반딧불 탐사 및 별자리 보기 프로그램도 준비하는 등 영화 외에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했다. 영화를 매개로 관객들에게 관광지로서 지역의 매력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29일 오전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7회 무주산골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개막작을 설명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7회 무주산골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개막작을 설명하고 있다. ⓒ 성하훈

 
개막작으로는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가 상영된다. 오래된 고전영화에 공연을 입혔는데, 김태용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다. <불가사리>는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탈출하면서 제작이 중단됐던 영화로 북한의 정건조 감독이 완성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7월에 수입된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불가사리>는 남과 북의 감독이 함께 만든 작품인데, 무주 덕유산 역시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빨치산들의 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영화를 통해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개막작 총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매년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을 고민하는 게 "1년 중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라며 "무주산골영화제가 전위적으로 영화를 고민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가사리>를 소개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이 깊었다"며 "남북 감독님들의 최초 협업이기 때문에 의미가 뜻 깊고 한반도의 평화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무주산골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정민 조명
 
올해 무주산골영화제 상영작에는 예년처럼 국내외 영화제 수상작을 비롯해 개봉을 통해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
 
경쟁부문인 '창' 섹션에는 모두 10편의 영화가 후보에 올랐다. 베를린영화제수상작인 김보라 감독의 <벌새>, 부산영화제 배우상 수상작인 한가람 감독의 <아워바디>,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강상우 감독의 <김군>,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준하의 행성> 등이다.
 
다양한 주제이 영화를 모아 놓은 '판' 섹션에는 이창동 감독 <버닝>, 임권택 감독의 1980년 영화 <짝코>, 지난 3월 타계한 아네스 바르다 감독의 <아네스가 말하는 바르다>, 흥행한 일본다큐 <인생 후르츠>,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유렵영화 <더 길티>, <더 파티> 등이 상영된다.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는 <항거 : 유관순 이야기>,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가버나움>, <칠곡 가시나들>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마련됐다. 무주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에서는 이명세 감독의 <형사>(2005)와 한국배우 유태오가 출연하는 러시아 영화 <레토> 이누도 잇신 감독의 대표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가 35mm 필름으로 야외에서 상영된다.
 
 배우 박정민

배우 박정민 ⓒ 성하훈

 
올해 처음으로 성장하고 있는 배우를 집중 조명하는 배우섹션 '넥스트 액터(Next actor)이 만들어졌다. 첫 주인공으로는 박정민 배우가 선정됐다. 장편영화 <사바하>, <파수꾼>, 단편영화 <신촌좀비만화-유령 편> <붉은 손> 등 박정민 배우가 출연한 영화 6편이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 중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화보, 영상, 소장품 전시회도 열게 된다.
 
박정민 배우는 "기쁜 마음으로 영화제를 기다리고 있다"며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남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무주산골영화제의 즐길거리,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싶어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7회 무주산골영화제는 오는 6월 5일 개막해 9일까지 5일간 무주 등나무운동장과 무주산골영화관,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향로산 자연휴양림 등에서 개최된다. 입장료는 없고 선착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무주산골영화제 불가사리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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