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 포스터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 포스터 ⓒ BoXoo 엔터테인먼트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1967년 <프리 앤 이지>를 시작으로 40여 편에 달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고 35편은 아이맥스로 제작되었다. 그의 영화는 총 수입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500억 원)를 넘어섰고 <살아있는 바다>(1995)와 <돌고래의 신비>(2000)로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두 차례나 오르기도 했다.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의 신작 <아메리카 뮤직&와일드>는 북미에서 <아메리카 뮤직>과 <아메리카 와일드>로 따로 개봉한 단편을 국내에선 하나로 묶어 개봉하는 특이한 사례다. 공통점이 없는 건 아니다. 두 단편 영화는 모두 맥길리브레이 프리먼 필름과 글로벌 스폰서십 파트너인 익스피디아 그룹 및 에어캐나다가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미국의 음악 문화와 미국의 국립공원을 보여줌으로서 홍보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홍보의 목적 아래 만들어졌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아메리카 뮤직>은 '청각', <아메리카 와일드>는 '시각'이란 근사한 극장 체험을 제공한다. 안타까운 점은 <아메리카 뮤직&와일드>는 아이맥스 3D로 제작하였으나 국내에선 아이맥스 상영관은 고사하고 전국의 개봉관조차 몇 군데 없는 현실이다.

<아메리카 뮤직>(40분)

<아메리카 뮤직>에선 미국의 풍부한 음악 유산을 직접 경험하며 전설적인 음악들의 향연이 흥겨운 댄스와 함께 화면 가득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2012년 브릿 어워드에서 베스트 인터내셔널 남성 소울 아티스트상 등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2015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앨앤비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른 라이징 스타 알로에 클라크가 미국의 음악사에서 중요한 도시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은 알로에 블라크가 "모든 사람들을 대화의 일원으로 초대하는 진정한 재능을 가졌다"며 "단순한 음악가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알로에 블라크는 "소리와 스타일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문화와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오랫동안 인식해 왔다"고 영화에 참여한 소감을 전한다.

내레이션은 <펭귄-위대한 모험> <우주의 역사>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참여한 바 있는 명배우 모건 프리먼이 담당했다. 그는 도입부에서 "미국 어느 곳이든 고유의 소리가 있습니다. 미국. 각국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입니다. 저만의 음표를 들고 말이죠. 많은 음표가 충돌하며 창조적인 에너지가 폭발한다"고 설명한다.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고유의 음악이 깃든 도시들을 방문한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내슈빌, 마이애미 등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며 재즈, 블루스, 컨트리, 로큰롤, 힙합 등의 음악이 탄생한 배경을 살펴본다. 또한, 이곳에서 전설적인 가수가 함께 했다는 역사를 기억한다.

많은 가수 가운데 영화는 세 명에게 초점을 맞춘다. 아프리카 노예들이 부르던 노래를 새로운 음악인 블루스로 탄생시킨 루이 암스트롱, 블루스, 가스펠, 컨트리를 접목하여 반항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엘비스 프레슬리, 이백만 명의 쿠바인이 거주하는 마이애미에서 쿠바 음악을 미국에 결합한 글로리아 에스테판이 그 주인공이다.

흑인 루이 암스트롱, 백인 엘비스 프레슬리, 이민자 글로리아 에스테판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영화는 여러 도시에서 태어난 다양한 시간대의 음악이 결국 '연결'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태어난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성 차별을 부추기고 반이민 정책에 앞장서는 트럼프의 시대를 사는 미국 사람들에게 수백 년 이주의 역사가 준 굉장한 선물이 있었음을 기억하길 원한다. 그리고 분열을 치유하고 꿈을 일으키고 마음을 여는 음악의 힘을 믿으라고 말한다. 마지막에 울리는 루이 암스트롱의 '이 멋진 세상에서(What A Wonderful World)'는 영화의 마음이자 음악의 호소다.

"I hear babies cry, I watch them grow
나는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그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본다네.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never know
그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겠지.
And I think to myself
그리고 나는 혼자 생각했어.
what a wonderful world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하고 말이야"
-루이 암스트롱 'What a Wonderful World' 중에서.


<아메리카 와일드>(43분)

<아메리카 와일드>는 미국 국립공원의 신비한 모습과 경이로운 자연을 생동감 넘치게 담았다.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은 4명의 스태프와 함께 9개월 동안 미국의 30여 개 국립공원을 돌며 <아메리카 와일드>를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내레이션은 평생 환경 보호 활동에 힘써온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거장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았다.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이 미국 국립공원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아메리카 와일드>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부모님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찾은 후로 완전히 반해버렸다"고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이어서 "처음 방문했던 60여 년 전 모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 소감을 덧붙인다.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 와일드>는 크게 과거와 현재의 여행으로 짜였다. 영화는 1903년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작가 겸 자연보호 주의자인 존 뮤어가 '국립공원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던 역사적인 순간을 찾아간다. 두 사람은 이 땅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인류 모두의 것임에 뜻을 모은다. 3년 뒤인 1906년,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요세미티 계곡을 연방정부로 이관하는 법안이 통과하며 요세미티는 국립공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영화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하와이 화산지대, 나이아가라 폭포, 캘리포니아주의 채널 제도, 킹스케니언, 세계 최대의 작열하는 대지 데스밸리, 애리조나주의 모뉴멘트 밸리, 와이오밍주의 그랜드 테턴, 메인주의 아카디아, 옐로스톤 국립공원, 오리건주의 크레이터 레이크,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 등 미국 국립공원의 현재를 보여준다. 자연이 뽐내는 장엄한 위용에 인간은 절로 경외심을 품게 된다.

존 뮤어는 "자연 속에 몸을 맡기고 귀를 곤두세워라"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연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에 힘을 주는 치유를 믿었다. 세계적인 산악인이자 미국 국립공원 홍보대사인 클래드 앵커, 모험사진 작가인 양아들 맥스, 자연을 사랑하는 아티스트 레이첼 폴의 여러 국립공원을 거치는 현재의 여정은 선대가 자연을 후대에 남겨주려고 한 선물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다.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영화 <아메리카 뮤직&와일드>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노래 <이 땅은 당신의 땅(This Land Is Your Land)>는 자연 보호의 중요성과 환경이 인류에게 주는 좋은 영향이란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각별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유산과 가치를 남겨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This land was made for you and me(이 땅은 당신과 나를 위해 만들어졌죠)."
그렉 맥길리브레이 다큐멘터리 로버트 레드포드 모건 프리먼 알로에 블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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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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