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팅 힐>의 각본을 쓴 리처드 커터스는 로코 장르의 획을 그은 사람이다. 그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추얼리>, <맘마미아2>, <어바웃 타임> 등 수 많은 명작의 각본을 맡았다. <노팅 힐>에서 애나 스콧 역의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배우를 연기한다는 진부함 때문에 역할을 거절하려 했다가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을 돌렸다.

로맨스 코미디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노팅 힐>의 재개봉 소식에 로코 장르의 팬들을 반가움을 감출 수 없다. 다른 로코들과 비슷한 클리셰로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노팅 힐>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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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팅힐 노팅힐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영화 도입부에 'She - Elvis Costello' 노래가 흘러나오며 영화배우 애나 스콧의 화려한 일상이 펼쳐진다. 세계적인 톱스타 애나 스콧은 노팅힐 거리에서 여행 서적이 파는 서점에 들어선다. 그녀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서점의 주인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과 마주친다.

서점에서 나가려던 애나와 오렌지주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려던 윌리엄이 서로 부딪힌다. 그러면서 윌리엄의 오렌지주스가 그녀의 티셔츠로 쏟아졌다. 어쩔 수 없이 윌리엄 집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던 찰나에 애나의 갑작스러운 키스로 로맨스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둘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19살 때부터 매일 다이어트를 해서 10년 동안 늘 굶주리며 살았어요"
"인기라는 것은 모두 다 엉터리" 
"지금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이 외모가 사라진다면 나는 쓸쓸히 늙어가는 중년의 한 사람이 되겠죠"


애나는 윌리엄 동생 허니의 생일파티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에게만 마지막 브라우니를 주겠다고 하자 자신의 불행에 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대사들은 배역을 맡은 당시 전성기의 인기를 누렸던 줄리아 로버츠 자신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런 대사를 내뱉으면서 줄리아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영화 노팅힐의 대사를 빌려 자신의 진심을 담진 않았을까. 그래서 관객들이 <노팅 힐>을 더 감동적으로 감상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로맨스를 이야기하지만 진부한 사랑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다. <노팅 힐>에서는 당시 묵직한 사회적인 사건이나 시대상도 담고 있다. 계단에서 넘어져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사람이나 전 재산을 사업에 투자하다가 망한 사람 그리고 회사에서 승진은커녕 능력 부족으로 해고를 당한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의외로 자신의 삶에 대해 비관적이지도 않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자아 성찰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전형적인 로코 클리셰처럼 <노팅 힐> 역시 주연 배우들이 이별을 겪기도 또 재회하기도 한다. 재회를 짐작하게 만드는 설정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나의 기자회견 장면에 윌리엄이 잡지사 기자라고 거짓말하는 설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매력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세계적인 여배우가 자신의 앞에서 "잊지 말아요. 난 그저 한 남자 앞에서 사랑을 바라는 한 여자일 뿐이라는걸"라는 대사를 하면 어떤 사람이 애나라는 인물에 대해 사랑에 안 빠질 수가 있겠는가.

<노팅 힐>은 고전 영화이기 때문에 당시에 유행하던 만남, 이별 그리고 재결합이라는 굉장히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랑에 맞춰진 각도를 조금만 비틀어보면 전혀 다른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는 탄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재개봉한 로코 명작 <노팅 힐>을 보며 기분 좋게 4월을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노팅힐 영화리뷰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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