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기자회견

26일 오후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기자회견 ⓒ 성하훈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극장을 장악한 가운데 2000명 관객도 채우기 힘든 독립영화인들이 모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새로 준비한 독립영화 기획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었는데, 영화제가 아닌 독립영화 기획행사만으로 따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 독립영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였다.
 
26일 오후 종로 서울극장에서는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해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는 1200편에 달하지만 그중 극장개봉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영화는 90편에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국내 영화산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배급형태를 모색하기 위해 특별한 기획전을 준비한 것이다.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은 서울과 광주, 대구의 독립영화극장들이 함께 준비해 5월 9일~6월 5일까지 4주간 열리는 특별기획전이다. 광주독립영화관 GIFT와 성북문화재단 아리랑시네센터, 대구의 오오극장, 서울 인디스페이스가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독립영화 중 장편영화 18편과 단편영화 6편을 상영한다. 광주와 대구 등 지역에서 만들어진 단편영화가 상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은 이번 기획전에 대해 "4개 극장이 참여했고 각 극장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선정했다"며 "지역 영화관 활성화와 지역영화 상영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행사보다는 다르게 접근을 하자는 생각에 4주간 개봉 영화와 함께 기획전을 진행한다"면서 "차후에 더 많은 영화관들이 참여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영화 활성화 목적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포스터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포스터 ⓒ 인디스페이스

  
최근 한국독립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독립영화 전체 관객은 110만 명에 불과했다. 1/4분기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에서 한국 독립영화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흥행은커녕 개봉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고민이 이번 기획전의 바탕이 됐다.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은 독립영화 저변 확대를 위해 새로운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래서 개봉은 안 됐어도 흥미를 느낄만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독립영화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을 주로 모아 놓은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독립영화인들은 제작과정의 어려움을 전하며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두 번째 행군> 나바루 감독은 "독립영화 배급의 경우, 영화제에 갔더라도 개봉이 쉽지 않거나 배급사가 있어도 개봉인 안 되는 영화도 있다"며 독립영화 개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두 번째 행군>은 이 같은 감독의 현실이 반영된 작품이다. 영화제작 이후 배급 및 상영을 비롯한 관객을 만나는 모든 과정에서 영화제작자의 고민을 보여준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고현석 감독은 지역 여건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쵤영기자재를 빌리기 위해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야하고, 열악한 인적 인프라에 형식적인 지역의 제작지원사업이 서울의 지원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고현석 감독은 이번 기획전에서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을 공개한다. 힘든 조건에서 만들었지만 대구독립영화의 청신호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선정한 대구 오오극장의 프로그래머는 "서로 모르는 두 남녀의 하루치 비극적인 사건을 하나의 비극적인 결말로 모아 완성도를 높여 감탄을 자아내는 영화"라고 평했다.
  
 오월 여성들을 다룬 영화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한 장면

오월 여성들을 다룬 영화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한 장면 ⓒ 인디스페이스

 
광주에서 활동하는 김경자 감독은 5월 광주를 담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을 선보인다. 광주민주항쟁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오월여성'들을 주목한 작품이다. 김 감독은 "5월 광주를 담은 영화라 광주 이외 지역 상영이 쉽지 않았는데, 귀한 상영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기획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야근대신 뜨개질> 개봉 경험이 있는 박소현 감독은 "운이 좋아 개봉까지 할 수 있었으나 당시 2천 명을 넘지 못한 관객수에 심적으로 힘들었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며 "긴 호흡으로 만든 영화를 허무하게 보낸 것 같은 경험 이후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에서 <구르는 돌처럼>을 상영할 예정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 속 소외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엉화다, 그는 기획전 상영에 대해 "독립영화관의 소중함을 느낀다"면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개봉 안 해도 지원 필요
 
 26일 오후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기자회견

26일 오후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기자회견 ⓒ 성하훈

 
이날 간담회에서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부관장은 최근 스크린독과점을 제한하는 우상호 법안이 부상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예술영화전용스크린 내용이 빠져있다"며 "처리과정에서 비슷한 법안들이 병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시장에서 과도한 힘을 가진 사업자들에게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립예술영화전용스크린을 일정비율 고정적으로 확보해야 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 부관장은 영진위의 지원방식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주문했다. "독립영화가 극장 상영 중심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며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굳이 극장 개봉을 하지 않더라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독립예술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영진위에서 개봉을 위해 2천만 원 정도 지원을 받지만 최소 20개 상영관에서 개봉을 하려면 3천 5백만 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문을 닫는 독립영화 배급사들이 많다"면서 독립영화 개봉 여건이 그만큼 쉽지 않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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