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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 공판에 앞서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결심 공판에 앞서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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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생 대학 이후에 가진 꿈이 있었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25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3호 법정,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최후 진술을 시작했다.

이날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창훈)의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재명 지사에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600만 원을 구형했다.

"직권남용? 굳이 얘기하면 직무유기 한 게 될 수도..."

이재명 지사는 최후 진술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다. 특히 이 지사는 '친형 강제진단' 사건과 관련 "가족들 모두가 (형님 정신과 진단을) 원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법에 의한 절차를 검토해본 결과 (정신과 진단을) 하는 게 맞는데, 공무원들은 하고 싶지 않아 했다"며 "가족이기 때문에 싫다는 공무원한테 강요하기 어려워서 제가 접었다. 굳이 얘기하면 직무유기를 한 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의 변호인단도 최후 변론에서 "(직권남용이라는) 검찰 측 주장의 근거는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에 기한 것이 아닌 자의적인 논리에 의한 판단"이라며 "기본적으로 공소 사실 자체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지사의 운명을 가를 1심 선고 공판은 내달 16일 오후 3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6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 지사는 직권남용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법정을 나서면서 '아직 검찰과 평행선을 달리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며 "실체적 진실에 따라서 합리적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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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재명 지사의 '피고인 최후 진술' 전문이다.

"권한,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도록 최선 다했다"

이번 사건에서 사실 '검사 사칭' 사건 자체 또는 '검사 사칭'을 '누명 썼다'고 표현하니, 심리를 하게 됐다. 대장동 개발이익 문제도 마찬가지다.

저는 평생 대학 이후에 가진 꿈이 있었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제가 팔이 삐뚤어지는 장애도 갖고 후각, 청각 잃는 고통도 겪었고, 산재 보상도 못 받았고, 다쳐서 월급 안 주니까 치료비 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깁스한 상태로 출근하기도 했었는데, 대학 가면서 그 상황을 탈출했다.

거기서 제가 느낀 건 많은 사람이 충분히 자신의 노력의 결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 본인의 무능, 게으름 때문만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이 공직자의 부정부패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규칙을 어겨 얻은 이익이 그 위반 행위에서 부담하는 손실보다 크다면 규칙 위반을 감행한다. 그런데 그 규칙 위반을 감행하지 않도록 공정한 룰을 만들어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게 하는 것, 이게 국가와 공직자가 하는 건데, 결국 공직자가 부당한 열망을 추구해 부화뇌동, 편승하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좌절하고, 결국 나라도 망하고 그런 결론에 이른다고 생각해서 부정부패에 관심을 갖고 대학원 가서 그 부분도 나름 연구를 했다.

시민운동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맞닥뜨린 대규모 사건이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사건이다. 이어진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 사회공동체의 손실을 담보로 특정 소수가 엄청 부당한 이익을 얻은 거였다. 반대 운동도 했고, (언론의) 사건 취재를 도와주다가 그 일(검사 사칭)에 연루됐다. 그 과정을 통해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부당한 손실이라는 점을 확고하게 알게 됐다.

또 하나는 성남시립의료원 사건이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민 수만 명이 서명하고 발의한 것을 합당한 이유 없이 47초 만에 날치기 폐기하는 것을 보고, 그 운동 공동대표라 구성원 행위에 대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그 두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결국은 좀 바람직한,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결국 개인적 노력이나 운동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정치에 입문했다. 크게 맞닥뜨린 사건이 대장동 개발 사건이다. 백궁 사건도 당시 수천억 원대 부당 이익이 생기는 사건이었다.

그때 당시 겪었던 일들은, 제가 반대 운동하니까, 저한테 공동 투자를 요청했다. 약 30배 정도가 남는다고 했다. 1억 원 투자하면 30억 원 남는다고 했다. 거절하니까, 현금 20억 원을 들여서 지역 언론사를 만들어주겠다고 했고, 거절하니까 가족과 저를 가해하겠다고 위협해서 총기소지 허가를 받아 가스총을 휴대하고 몇 년 다녔다. 그다음 벌어진 일이, 저를 음해하는 일이었다.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집회하고, 유인물 뿌리고, 파크뷰 취재와 연루되면서 구속됐다.

취임 후도 쉽지 않았다. 저는 공직자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사회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했고, 권한은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했다. 측근, 가족조차도 이 일에 아예 개입할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해 막았고, 그게 어쩌면 분란의 소지가 됐던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제가 직권남용 재판을 받게 됐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가 녹취 파일에 나온 것처럼 형제들도 똑같이 했다. 병원에 가서 확인하고, 이상하면 진료받고...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왜 난리냐, 정신질환도 그냥 감기 같은 병 아닌가. 악화돼서 상황 심각하면 본인, 가족, 사회에 해를 끼치는데, 본인도 불행하고 사회도 그렇기 때문에 법에 이런 절차를 정해놓은 것 아닌가.

오히려 이 일은 '싫다는 걸 왜 시켰냐, 괴롭혀서 정신질환 걸린 거 아니냐' 하시는데, (형님은) 고등 교육을 받고 전문직업인, 유력 지역사회 인사인데,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하면 본인에게도 손해 아닌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다. 그래서 가족들 모두가 (형님 정신과 진단을) 원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법에 의한 절차를 검토해본 결과 (정신과 진단을) 하는 게 맞는데, 공무원들은 하고 싶지 않아 했다.

(관련 공무원들이) 법률적 이유를 대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방치해서 (형님 정신과 진단을) 하지 않는 거로 했다. (공무원) 본인들이 하기 싫다고 하니까. 만약 제 가족이 아니라 3자였다면 포기하지 않았겠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싫다는 공무원한테 강요하기 어려워서 역시 제가 접었다.

굳이 얘기하면 직무유기를 한 게 될 수도 있다. 결국 (형님의) 자살 사고라는... 맞은편 달려오던 트럭 운전사는 무슨 죄인가. 결국 (형님의 정신질환) 증상이 악화하여서, 사망했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해받고, 가족이기 때문에 조심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혹여 시장이 압력 넣는다는 생각을 할까 봐, 형님의 이상을 증명할 수 있는 녹취가 있지만 심사하는데 제출하거나 제공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반대해서 중단했다. 나름 공사구별을 엄히 해보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성남시정과 관련해 아까 자료들 보여드렸지만, 잘 믿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검찰 측에서 허위사실이라고 하시지만, 그건 진척 정도에 관한 것이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로) 5503억 원 (개발 이익을) 확보한 건 분명하다. 추산치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걸 따지는 게 아니라, 민간개발업자들이 제가 당선 안 됐다면 원래 계획대로 성남시가 환수한 5천억 원을 다 취득했을 거다. 7400억 원 자료도 제시했지만, 보통 행정 할 때 어떤 연유로든 간에 공공용지 팔고, 용도 바꿀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이익이 생긴다.

(중간 생략)

이런 걸 최소화해서 성남시장 때 복지 정책 확대했고, 부채도 현금으로 직접 갚은 금액만 5천억 원이다. 전임 시장은 6200억 원 가까이 저한테 부채를 남겼다. 세입이 증대했지만 똑같은 예산으로 (부채) 5천억 원을 갚았다. 경기도민이 저를 선택해준 것은 이런 의지, 성과를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학력, 지연, 학연, 정치적 후광, 계파 이런 거 하나도 없다. 오로지 혼자 성남시를 사심 없이 경영해서 성과 낸 것을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작년 12월에 기소 이후 재판에 상당 시간 투여할 수밖에 없어서 그 시간만큼 경기도정에 몰입하지 못한 점, 그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든 저로 인해 생긴 일이니, 제가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검사님께서 제가 형님과 형수에게 욕했다고 문제로 삼았는데, 감정을 가지고 한 일 아니냐. 감정 있었다. (형님이) 어머니한테 방화, 집, 불 지르겠다고 해서, 어머니가 집에 못 들어가고 자식들 집을 전전하는 것까지는 이해했지만, 내가 나온 어디를 칼로 쑤셔서 어떻게 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보고는 견디기 어려웠다.

왜 형수한테 욕했느냐? 형수님은 정신질환 있는 분이 아니니까 협력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철학적 표현인 걸 왜 그러냐'라고 (형님을) 두둔했기 때문에 일순간 그날 하루 제가 폭언을 했다. 그 이후에 어머니 폭행 날 새벽에 또 한 번 형님 전화 안 바꿔줘서 (형수님에게) 폭언한 일이 있지만, 그 외에는 그런 사실 전혀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 꼭 드리고 싶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겪는 아픔이나 고통은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제가 같이 미칠 것 같았다. 제가 마지막에 부시장이 '공무원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그만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그 말을 수용해서 (형님 강제진단) 절차 중단을 지시했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머니한테 직접 말씀드리기 어려워서 주말마다 어머니 집 가서 자는 동생한테 부탁했다. 어머니가 '그럼, 어쩌란 말이냐, 어떡하면 좋냐'며 우셨다는 말씀을 듣고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저도 그런 측면에서는 이기적이었다.

지금 어머니께서는 형님 돌아가신 걸 모르신다. 상태가 안 좋으셔서 모르시는데, 그 이전에 말씀들은 안 하지만 (형님이) 자살 시도한 사실은 아시기 때문에, 저한테 '왜 안 했냐'고 말은 못 하시지만 결국 기회를 놓쳐 큰일 벌어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저는 원망의 눈초리 사실 느낀다.

재판장님, 두 분 배석 판사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고맙습니다.

태그:#이재명경기도지사, #이재명최후진술, #이재명재판, #이재명선고, #이재명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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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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