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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이 된 로스쿨생들의 뜨거운 외침, 누가 응답했나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협 추죄의 <로스쿨 교육 정상화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 모습.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협 추죄의 <로스쿨 교육 정상화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 모습.
ⓒ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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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제8회 변호사시험이 있은 이후, 로스쿨의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외쳐왔다. 특히 2월 18일에는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이하 법학협) 주최로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도 열렸다.

로스쿨생들은, 로스쿨이 고시학원이 되어 본래 로스쿨이 목적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수많은 이들이 변시낭인과 오탈자(기자주-5년5회 응시금지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갈수록 합격률이 낮아져 합격점도 높아진다며, 왜 선배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도 변호사가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이런 사법시험체제와 다를 바 없는 판례암기식 공부와 정원제 선발이 로스쿨의 도입 취지냐고, 이것이 사법개혁이냐고 정부를 향해 물었다. 이에 세상은 얼마나 응답했을까.

학생들의 총시위 한달 뒤 전국 로스쿨 교수들의 단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김순석)는 학생들의 시위를 언급하며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도 이재정 의원실,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뒤 지난 23일 유사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의회(협회장 이찬희)의 입장은 '결사반대'였다. 변협은 법무부에 건의서를 통해 신규 변호사 수 배출은 1천명이 적당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근엔 유사직역 정비를 이유로 신규 변호사 배출을 늘리면 안된다는 취지의 집회를 개최하기까지 했다.(관련기사 - http://omn.kr/1ir36) 23일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공동대표 이경수,박강훈, 이하 법실련)와의 만남에서도 이찬희 협회장은 "로스쿨의 교육,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는 동의하나 유사직역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 한 신규 변호사 배출을 늘릴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로스쿨생들의 직접 선배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만든 한국법조인협의회(회장 김정욱, 이하 한법협)에 입장을 묻자, "입장이 없다는 것이 입장"이라고 밝혀왔다. 또 한법협의 강정규 회원이사는, "개인적으로 로스쿨 교육을 지지하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단체엔 다양한 생각들이 있어 한법협이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란 이름의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선배들 대부분이 재학시절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입학정원을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직접 답변은 피했다.

대한변협과 한법협의 입장을 볼 때 이번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상승을 통한 로스쿨 교육 정상화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을 보면 사실상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를 결정해오고 있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구성이 '법조계 : 교육, 시민계'가 8:7로, 합격률 결정에서 변호사단체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법실련은 그 합격자 결정 방식에 관한 현행 변호사시험법 규정들의 위헌 확인하는 헌법소원청구서를 제출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의견서에서 관련 부분들의 위법을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거나 국회의 법개정을 거쳐야지만 로스쿨 학생들이 외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와 로스쿨 교육 정상화'가 가능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희망의 싹이 존재한다. 바로 10여 년 만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이라는 "3총사"가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이 바로 그 희망의 싹이다.

희망의 싹, "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3총사와 달타냥

22일 민변은 "변호사시험이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로스쿨 제도 도입의 긍정적 효과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고 종전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현행 변호사시험의 운영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역행하고, 변호사시험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입장을 밝히며 법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곧이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변호사시험은 1,500~1,600명 정도만 합격시키는 정원제, 경쟁시험제도로 고착되면서 로스쿨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응시생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그 능력의 여하에도 불구하고 탈락하고 있다"면서 "법무부가 지금부터라도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4일 경실련은, 2010년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분명 정원대비 75% 합격 기준을 세우면 사법시험 시스템의 폐단이 나타날 것이라던 경고가 현실화되었다면, "법무부는 이익단체의 집단적 이익이 아니라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권자가 아니다. 오는 26일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 참석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난 역사에서 이들 3총사는, 우리사회의 민주와 정의라는 올바른 가치들을 위해 나서왔다. 그 진정성을 알기에 시민사회와 정부는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이들보다 훨씬 주목할, 이른바 3총사를 이끈 이들이 있다. 나는, '로스쿨 출신 현직 변호사 250명'이 바로 그 "달타냥"들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18일 로스쿨 재학생들의 총궐기대회가 열린 날 이 250명의 변호사들은, 후배들을 지지한다면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대한변협은 집회까지 열어 신규 배출을 줄이라고 법무부를 압박하기까지 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단체인 한법협은 '침묵'을 택했다. 하지만 위 250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달랐다. 특히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혹시 모를 동료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언론에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소신있는 발언과 행보를 이어갔다.

그래서 '달타냥'이다. 이들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의 계산을 기꺼이 넘어섰다. 이들은 로스쿨 교육을 살리고자 노력했고, 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어 진정 대국민 법조문턱이 낮아질 수 있도록 또 안간힘을 썼다. 한마디로 이들은 법조인양성시스템에 있어 모든 판단의 중심에 "국민"을 놓았다.

나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 이를 이익집단에게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변협과 한법협을 그래서 비난할 수만은 없다. 또 이는 시민단체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본분이다. 그래서 시민단체 성격을 띈 민변을 비롯한 참여연대, 경실련이라는 3총사 출동은 오히려 늦었다는 아쉬움마저 들기도 하다. 그런데 변호사의 이익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할 의무가 시민단체만큼 있는 것은 아닌 250명의 변호사들이 가장 먼저 나섰으니, 이들을 '나를 버리고 공익을 택한' 누구보다 진정성 있는 '달타냥'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법무부에 청한다. 신규 변호사 배출 결정에서 "국민"을 잊지 말기를...

그런데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시민단체뿐 아닌 정부의 본분이고 사명이다. 하지만 수험법학 공부와 정원제 선발이 로스쿨의 도입 취지냐고 이것이 사법개혁이냐고 정부를 향해 묻는 로스쿨생들에 대해 달타냥마저 응답하는데 정부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응답을 한 일이 없다. 

법무부장관은 지난 5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식에 관하여 '재검토'를 언급했다. 25일 이에 대한 문의에 법무부 측은 이는 제8회 변호사시험과는 무관함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시 다음 해의 합격자 결정기준도 함께 발표하므로 금년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기준은 전년도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시 발표한 대로 하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이 그처럼 구속력을 가진다면, 제8회 변호사시험은 합격자 수가 일정수준으로 이미 결정되고나서 치른 고시형 선발시험이었던 걸까. 그 구속력에 의문이 생긴다.

결국 법무부장관의 '재검토'는 당장의 위기를 넘겨오던 지난 법무부의 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 듯 하다. 그래서 26일 제8회 변호사시험의 합격자도, 지난 10년간과 마찬가지로 '입학정원 대비 75%'라는 '위법여지와 사회적 합의 위배 여지가 적잖이 거론되는 관행'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19일 법전협은 건의문을 통해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교육부로 이관하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장관이 결정해놓은 신규 변호사 수 2천명에서 자격 미달자만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법조계의 이익만을 대변해 매년 1600명 미만으로 일정수를 배출하는 것을 참지 못한 탓이었다. 최근에는 로스쿨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연합하여 언론에 같은 내용의 공동 의견광고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교육부장관 측으로부터 적어도 제8회 변호사시험과 관련해서는 교육부장관의 별도 입장표명은 없음이 확인됐다. "현행 법체계 상 교육과정만이 교육부의 영역이고 변호사시험은 법무부의 영역"이란 것이 이유였다. 또 현재 변호사시험이 로스쿨 교육과정을 흔들면서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교육부장관의 답을 듣고 싶어한다고 하자, "현 상황상 법무부와 긴밀하게 협의내 나가겠다는 것 외에 더 적극적인 말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듯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아직까지 법무부 등 정부의 변호사시험에 대한 의미있는 개선 모습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럼 이번에도 합격률은 추락하고, 로스쿨생들이 이에 대해 '법무부가 법조계의 이익을 중심에 놓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을 했다'고, '이러한 합격자 결정에서 국민은 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느냐'고 비난하게 될까. 

한편 최근 한 언론은 로스쿨 학생, 교수와 대한변호사협회 간에 합격률에 관한 모종의 얘기가 오갔을 수 있는 정황을 포착해 이를 세상에 알렸다. 과연 한 편이 다른 한 편의 순진함을 이용한 것인지, 서로 간 협력이 있었던 것인지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다만 신규 변호사의 배출에 있어, 우리사회에서 어떤 법률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 등에 대한 고민보다 법조계의 협력이 더 우선시되는 신규 변호사 수 내지 변호사시험 합격률 결정이 가능한 구조가 존재한다면 여기서도 역시 "국민은 대체 어디에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드디어 내일이다. 10여 년 만에 달타냥을 시작으로 3총사가 나섰다. 그래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궁금한 일이다. 다만 국민들은, 추후 반드시 정보공개를 통해 내일의 회의에서 오간 얘기들을 살펴봐야 할 것하다. 그리고 지난 제3회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회의에서처럼 이번에도 회의록에 "대국민 법조문턱"이나 "대국민 법률서비스 확충" 같은 단어가 등장조차 안한다면(관련기사 - http://omn.kr/1ir65) 국민들은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또 아는가. 그 때엔 250명보다 더 많은 달타냥들이 나설지.
 
제3회 변호사시험 관련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회의록. 법조인 수급 상황에 대한 고려는 3차례 발견되었으나 대국민 법률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제3회 변호사시험 관련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회의록. 법조인 수급 상황에 대한 고려는 3차례 발견되었으나 대국민 법률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 출처 : 법무부 법조인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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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저널>에 중복송고 합니다. 기사를 쓴 박은선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소속으로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로스쿨 교육 정상화 및 법조문턱낮추기 운동에 쓰입니다.


태그:#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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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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