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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부터 서둘러 터미널에 나가 고속버스로 서울에 갔다. 오후 5시 반 다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일찌감치 정동 성프란치스코교육회관으로 갔다. 6시도 안 됐는데 벌써 많은 이들이 도착해 있었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책을 한 권 더 구입하려는데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라며 방명록을 내밀었다. 거기에 서명하자 "책은 선물로 드립니다. 부담 없이 편하게 성금을 내시면 됩니다"라며 책부터 한 권 줬다. 얼떨결에 책을 받아들었다.
  
이야기 한마당에서 말씀을 하시는 선생의 모습
▲ 백기완 선생 이야기 한마당에서 말씀을 하시는 선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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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 서명을 하면 버선발 이야기 한 권을 선물로 받는다.
▲ 버선발 이야기 방명록에 서명을 하면 버선발 이야기 한 권을 선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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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을 찾은 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백기완 선생님과 사진촬영을 했다.
▲ 기념촬영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을 찾은 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백기완 선생님과 사진촬영을 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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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도 겨울을 함께 지냈던 이윤엽 작가는 백기완 선생의 모습 판화로 제작해 놓았다.
▲ 이윤엽 작가 판화 광장에서도 겨울을 함께 지냈던 이윤엽 작가는 백기완 선생의 모습 판화로 제작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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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엽 작가의 판화도 있고, 여러 사진작가들의 백기완 선생을 담은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도착하시기 전으로 보여 밖으로 나와 촛불광장에서 함께했던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장경호 화백은 광장에서 종종 신학철 화백과 백기완 선생을 모시고 다녔었다. 장 화백은 "정 시인의 활동은 내가 항상 고맙게 잘 보고 있어요. 이렇게 백 선생의 출판 기념회에 달려올 줄은 몰랐어요. 지난 번 <버선발 이야기>를 산불 현장에서 다시 읽었다는 기사도 봤어요. 백 선생에 대해 내가 뭘 더 소개하고 할 게 있소"라며 인사했다.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을 찾은 이들 왼쪽부터 이인철 전 민미협 회장, 박불똥 민예총 이사장, 장경호 화백
▲ 화가들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을 찾은 이들 왼쪽부터 이인철 전 민미협 회장, 박불똥 민예총 이사장, 장경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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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을 찾은 이들은 안쪽이나 바깥이나 서로 인사를 나누며 행사 시작을 기다렸다. 강민 시인과 우리나라의 3대 구라로 통하는 방동규(방배추) 선생도 참석했다.
▲ 행사 시작 전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을 찾은 이들은 안쪽이나 바깥이나 서로 인사를 나누며 행사 시작을 기다렸다. 강민 시인과 우리나라의 3대 구라로 통하는 방동규(방배추) 선생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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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사에 이만큼 파란만장한 활동을 한 인물도 이젠 드물겠다. 독재정권에 항거하고 여러 차례 구속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3당 합당으로 탄생된 한나라당에서 진보성향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던 이부영 전 의원은 1970년대 유신시절 긴급조치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돼 옥살이를 하고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 이부영 대한민국 정치사에 이만큼 파란만장한 활동을 한 인물도 이젠 드물겠다. 독재정권에 항거하고 여러 차례 구속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3당 합당으로 탄생된 한나라당에서 진보성향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던 이부영 전 의원은 1970년대 유신시절 긴급조치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돼 옥살이를 하고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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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6기와 7기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조희연 전 교육감도 행사에 참석했다.
▲ 조희연 민선 6기와 7기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조희연 전 교육감도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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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진보정치에서 권영길 전 의원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 권영길 대한민국 진보정치에서 권영길 전 의원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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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0분 무렵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을 전시한 벽면 한 부분에 백기완 선생의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나니"란 글이 걸개그림으로 걸려있는데 그 앞에 백기완 선생께서 앉아 계셨다. 많은 시민들이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으려 줄을 이었다.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은 백기완 선생의 건강을 고려해 1시간 반 남짓 짧게 진행됐지만 다채롭게 준비됐다. 송경동 시인이 백기완 선생에게 드리는 시 '백발의 전사에게'를 낭독했다.

송 시인에게 낭송 직후 "오늘 낭송한 시 좀 메시지로 보내줘요"라 부탁했다. 당장은 아니라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24일 오후 정도엔 전달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희망버스, 노동투쟁현장에서 그는 늘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광장에 촛불집회가 가열될 때 이명박 정권은 대형컨테이너로 광화문광장에 ‘명박산성’을 만들었다. 기름을 발라 사람이 오르지 못하게 만들었으나 건재상을 수소문해 스티로폼을 구입해 컨테이너 위로 오르게 했던 현장을 그는 연출했고, 난 촬영자의 위치에 있었다.
▲ 송경동 희망버스, 노동투쟁현장에서 그는 늘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광장에 촛불집회가 가열될 때 이명박 정권은 대형컨테이너로 광화문광장에 ‘명박산성’을 만들었다. 기름을 발라 사람이 오르지 못하게 만들었으나 건재상을 수소문해 스티로폼을 구입해 컨테이너 위로 오르게 했던 현장을 그는 연출했고, 난 촬영자의 위치에 있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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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전사에게

또 하나의 갈등과 모순이 해결되고
잠시 잠깐 세상이 밝아지는 날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 노상 파라솔
13년 만의 잠정합의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언론사 카메라들을 보며 이 시를 씁니다

전사는 집이 없는 거라고
돌아갈 곳을 부수고 싸워야 한다고
전사의 집은 불의에 맞서는 거리며
광장이며 일터이며 감옥이며 법정이어야 한다고 하셨죠
선생님께 드리는 시는
동지에게 드리는 시는 이렇게 쓰여져야 제맛이겠죠

깨트리지 않으면 깨져야 하는 게
무산자들의 철학이라고 하셨죠
철이 들었다는 속배들이여
썩은 구정물이 너희들의 안방까지 들이닥치고 있구나 하셨죠
내 배지만 부르고 내 등만 따스하려 하면
몸뚱이의 키도, 마음의 키도 안 큰다 하셨죠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하느니
딱 한발떼기에 일생을 걸어라 하셨죠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야 한다 하셨죠
저항은 어떤 잘난 이들이 대행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린 풀들이 숲을 이뤄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세찬 바람에 맞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거라 하셨죠

그런 선생님과 함께 한
모든 고공의 날들이 단식의 날들이
삭발 농성 원정 점거 오체투지의 날들이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관료적 질서와 권위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 보이지 않는 투신으로
내일 무엇을 얻을 거라는 계산도 없이
오직 지금 여기의 사회적 진실과 신음에 연대해
몸부림치며 절규하던 날들
채증해! 고착해! 포위해! 연행해! 구속해!
십차 이십차 해산명령에도 물러서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노구의 당신과 함께 나아가던
지난 세월이 눈물겹습니다

그 모든 길에
당신이 어제의 높은 어른이 아니라
함께 어깨 걸고 걸어가는 지금의 친구여서 고마웠습니다
그 모든 길에
당신이 지나온 영웅이 아닌 오늘의 동지여서 고마웠습니다
그 모든 길에
당신이 말과 훈계와 교훈이 아닌
온몸이며 실천이어서 고마웠습니다
그 모든 길에
당신이 타협이 아닌 올곧음이어서 고마웠습니다

가끔 당신이 가고나면
나는, 우리는 누구에 기대
이 부정하고 얍삽한 세상을 건너갈까
어디에서 장산곶매의 기상을
함께 일하고 함께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길이 막히면 뚫고 길이 없으면 새길을 내서라도
주어진 판을 깨고 노동자민중의 새판을 열어야 한다는 새뚝이의 이야기를
제국주의과 자본에 맞서 이름 없이 쓰러져갔던 옛 전사들의 이야기를 들을까
나도 선생처럼 영영 권력과 부유함과 나태와 타협하지 않고
끝내 밑바닥 민중들과 연대하며
거리와 광장에서 싸우다 쓰러질 수 있을까
외로워지곤 합니다

그러나 그 외로움마저
전사들의 유산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그 끝없는 분노와 서러움마저
전사들의 가난한 양식이라면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새로운 인간해방의 밑거름이 되어
모든 이들의 소외와 고통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우리가 저 낮은 거리와 광장에서 맺은 우정은
사랑은 결의는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고마웠습니다. 동지!

-송경동 '백발의 전사에게' 전문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에서 정태춘 가수는 두 곡의 노래로 축하를 했다.
▲ 정태춘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에서 정태춘 가수는 두 곡의 노래로 축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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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수 정태춘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백기완 선생님은 우리 현대사에서 하나의 사건과 같은 존재라 생각합니다. 모든 시대가 사건을 통해서 깨닫고 한 발 나아가듯이, 백 선생님은 우리 시대에 울림을 준 큰 사람입니다"라고 말 한 뒤 자신의 노래 두 곡을 불러 백기완 선생의 책 출간을 축하했다.
  
왼쪽부터 전노협 2대 위원장 양규헌, '유홍준 교수, 백기완 선생,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사진가 노순택.
▲ 이야기 한마당 왼쪽부터 전노협 2대 위원장 양규헌, "유홍준 교수, 백기완 선생,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사진가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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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께서 바다를 땅으로 만들어 나누어 준 버선발에 대해 말씀하고 계신다.
▲ 이야기 한마당 백기완 선생께서 바다를 땅으로 만들어 나누어 준 버선발에 대해 말씀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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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에게 다시 답변을 원하는 질문의 요지에 대해 듣는 백기완 성생님.
▲ 백기완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에게 다시 답변을 원하는 질문의 요지에 대해 듣는 백기완 성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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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백기완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시작한 노순택 사진가는 자신이 백기완 선생을 좋아하게 된 동기를 말했다.
▲ 이야기 한마당 “난 백기완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시작한 노순택 사진가는 자신이 백기완 선생을 좋아하게 된 동기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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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과 사진가 노순택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 백기완 선생님.
▲ 백기완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이야기 한마당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과 사진가 노순택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 백기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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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이야기한마당은 이야기 손님들이 백기완 선생님과 맺은 개인적 인연을 소개하고 책에 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세가 있으셔서 귀가 잘 안 들리신다며 백기완 선생께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과 유홍준 교수에게 어떤 질문이었는지 재차 확인해 대답하셨다.

유홍준 교수는 "백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호령하시지만, 사실 곁에 사람을 많이 두십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가 백 선생님이랑 제일 친하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책에서 주인공 버선발이 땅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백기완 선생은 이 장면을 더 자세히 설명하셨다.

"버선발이 맘 놓고 가져가라고 준 거야. 내거를 준 거라고. 근데 사람들은 내거라면 지구도 가져가고 우주도 가져간다고. 자본주의는 내거로 된 거다 그 말이야. 자본주의는 안 된다는 얘기가 버선발 이야기야."

'내 것'을 향한 집착이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것이다. 백기완 선생은 '내 것'을 불려가는 자본주의는 안 된다는 게 <버선발 이야기>라고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이 책에서 빼어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딘 가요"라고 묻자 마치 책을 몽땅 다 외우시기라도 한 듯 거침없이 말씀을 이어가셨다.

"버선발이 굿판에 갔어. 굿판은 잔치라는 말이야. 거기서 한 아주머니가 떡을 먹으라고 주는 거야. 버선발은 남의 거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놀란 거라고. 거기다 김칫국도 줬는데 거기다 떡을 먹으니 목구녕에서 넘어갔다는 거야. 또 어떤 할아버지는 버선발 더러 잔치에서는 차려 입고 와야 한다면서 새 옷을 줬어. 동생도 있다 하니까 옷 하나를 또 주는 거야. 남의 옷도 차려 주는 게 굿(잔치)이라고…"

지난 번 "산불현장에서 함께 하며 읽었던 '버선발 이야기'"에서 자칫 지루할까 싶어 옮기지 않았던 내용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한 낯모를 아주머니가 "이봐 젊은이, 여기 굿판까지 와서 함께 어울리지 않고 그냥 가는 건 무언 줄 알가서? 밝은 달이 훌쩍 떠오르는데도 짐짓 등을 돌려대는 그런 못난 빼뚝이야 인석아, 덮어놓고 빼뚤어지기만 하는 빼뚝이, 알가서? 여긴 한바탕 굿판이야. 그러니 가더라도 이거나 하나 먹고 가" 하고 떡을 한 조박(조각) 집어 주신다.
버선발은 떡이라는 걸 태어나고 나서 처음 볼뿐더러 하물며 먹어본 적이 없는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눈여겨보시던 그 아주머니가 한 술쯤 어깨를 덧없이 들썩 하더니만 물동이에 담겨 있는 김칫국을 한 바가지 덥석 떠주시며 "자, 이것부터 먼저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들게. 그래야 새름(정) 깊은 가위떡(마음이 담긴 떡)이라는 것도 그대로 꿀꺽하고 잘 넘어간다네" 그러신다.
버선발은 김칫국 바가지를 입에 대고 꿀꺽꿀꺽하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핑, 하마터면 에맥없이(맥없이) 넘어질 뻔했다. 언뜻 엄마 생각이 뭉클했던 것이다. 이를 본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이다.
"왜, 아우들 생각이 나서 그러는 건가?" 하고 널찍한 시루떡을 또 하나 집어주신다.
버선발은 바람이 아니 부는데도 가시 하나가 홱 눈에 들어온 것처럼 뜨끔거려 막 돌아서려고 했다.
바로 그 참이다. 웬 할아버지가 "자, 이걸로 저 뒤켠에 가서 얼떵(재빨리) 갈아입게. 여기 굿판에 오려면 말일세. 옷은 좀 빨아 입고 와야지, 자네가 걸친 그게 뭔가? 너덜너덜 누더기도 아니고. 어서 가서 이 새 옷으로 갈아입으라니까."
그제야 버선발도 이 굿판의 판놀음이라는 게 어떤 것이라는 걸 어련한 듯 어림하고선 "제 아우도 와 있는데요" 그랬다.
"그으래? 자네 아우도 왔다고? 그렇다고 허면 한 벌 더 가지고 가서 갸도 갈아입혀야지. 어떤 굿판이건 굿판이 한술 벌어졌다 하면 이 새 옷이 너덜너덜 다 닳아지도록 춤을 춰야 하는 거라고. 사람의 뜻은 채가 되고 사람의 마음은 긴북(장구)이 되어 가분재기 휘몰아치는 휘몰이, 그게 바로 이 벌개(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세상) 따위는 발칵 뒤집어엎어버리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벗나래(참세상)를 만들려는 몸짓, 그게 춤이라는 걸세, 알가서?" - <버선발 이야기> 125-127쪽, '참짜 춤꾼' 중에서
 
<버선발 이야기> 가운데 이 대목을 읽으며 난 백기완 선생께서 떡을 나눠주는 아주머니인 동시에 새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며 새 옷을 내어주는 할아버지 그 자체라 생각했다. 그리고 굿판에서 어떻게 어울리는지도 일러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곁을 내어주는 그 모습 아니시던가.

너나없이 자신이 얼마나 백기완 선생님과 더 친분이 깊은지 자랑한다. 그 친분이란 게 그만큼 백기완 선생님을 피곤하게 매달려 얻어진 결과란 걸 알고 저럴까 싶은 적이 많다.

떡을 내주고 김칫국을 먼저 먹고 떡을 먹어야 된다고 일러주고도 새 옷을 갈아입게 한 뒤 굿판에서 어울리는 방법까지 모두 배웠으면 그에 합당한 모습으로 세상과 나누어야 된다. 선생님과 얼마나 친한지 자랑할 게 아니라, 선생님의 가르침을 얼마나 더 잘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게 도리 아닐까.
  
왼쪽부터 전노협 2대 위원장 양규헌, '유홍준 교수, 백기완 선생,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사진가 노순택.
▲ 이야기 한마당 왼쪽부터 전노협 2대 위원장 양규헌, "유홍준 교수, 백기완 선생,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사진가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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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당이 끝나고 몇몇 방청석에 앉은 이들의 질문에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는 도중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노래가 들렸다. 모두 함께 선생님의 시로 만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지난 3월 출간한 <버선발 이야기>는 약 한 달 만에 총 1만 부 넘게 독자들을 만났다"고 했다.

백기완 선생님 덕분에 광장에서 긴 겨울을 함께했던 동지들을 2년 만에 만났다. 촌민회의를 하고, 극장을 세우는 등 다 함께 부패한 권력을 몰아내기 위해 애썼던 동지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태그:#백기완, #버선발 이야기, #백기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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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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