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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옥
 조선일보 사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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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3번째를 맞는 <조선일보> 청룡봉사상이 논란인 가운데,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는 '영예로운 제복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상 모두 민간 언론사가 공무원 인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지난 2012년부터 경찰청과 소방청, 국방부와 공동으로 '영예로운 제복상'을 주최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제복 공무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다는 것이 상을 제정한 취지다.

<조선일보>의 청룡봉사상이 충(忠), 신(信), 용(勇), 인(仁), 의(義) 총 5개 부문에서 해당 부문 상을 받은 경찰에게 1계급 특진 혜택을 주는 것처럼, <동아일보>의 영예로운 제복상도 대상과 제복상, 위민상 등을 수상한 경찰과 해양경찰, 소방공무원에게 상금(대상 3000만원~위민상 500만원)과 1계급 특진혜택을 준다. 군인은 1계급 특진에 준하는 혜택이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심사위원 구성도 청룡봉사상과 다르지 않다.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으로 <조선일보> 편집국 간부가 참여한 것처럼 영예로운 제복상도 <동아일보> 부국장과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200명 넘는 경찰관이 조선일보 상 받고 특진 
 
청룡봉사상 누리집 화면
 청룡봉사상 누리집 화면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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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청룡봉사상의 경우, 청룡봉사상 누리집과 홍익표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간(2009~2018년) 충상 수상자' 자료를 종합하면 충상과 용상, 신상 등 해마다 약 4명 정도가 특진 혜택 대상이 됐다. 올해로 53회째를 맞은 것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약 200명이 넘는 경찰관이 1계급 특진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예로운 제복'상은 매해 9명가량의 경찰과 해양경찰, 소방공무원이 1계급 특진 혜택을 받았다. 지금까지 약 70여 명이 상을 받아 특진자가 된 것이다.

<조선일보>의 청룡봉사상이 문제가 된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참여정부는 경찰과 특정 언론사의 유착 관계를 우려해 2007년과 2008년 공동주최를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청과 교육부, 환경부는 국정홍보처와 공동명의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해당(청룡봉사상 등) 상을 받은 공무원에게 인사 특전을 부여하고 있으나 정부 기관의 고유권한인 인사평가를 특정 언론사의 행사와 연결하는 것은 부작용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 인사 원칙의 문제에 있어서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 국정브리핑 2006.8.2

지난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조선일보>의 청룡봉사상을 문제 삼았다. 특정 언론사가 주는 상에 경찰 특진 혜택은 부적절하고 이 상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안 몰이에 이용돼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의원실이 입수한 '최근 10년간(2009~2018년) 청룡봉사상 충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지난해를 제외하곤 '보안' 담당 경찰관들이 '간첩'과 '이적단체', '탈북민'을 검거한 공적으로 상을 받았다. 과거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조작한 유정방(1972년), 고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고문기술자' 이근안(1979년)등이 상을 받기도 했다.

"언론사 간부가 경찰 특진에 영향력 행사"
 
서울 종로구 서린동 동아일보사.
 서울 종로구 서린동 동아일보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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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언론사가 주최하고 심사하는 상에 공무원 1계급 특진 혜택을 주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권언유착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상자의 비위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수상이 취소되거나 강등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언론사에서 포상하는 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노력하는 경찰관에게 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진 혜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언론사 간부가 경찰 특진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면 안 된다, 경찰은 권력기관인데 이러면 언론사와 특정 인맥으로 얽히면서 유착 가능성이 커진다, 특진 혜택은 폐지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룡봉사상 수상자는 공적 사항은 물론 감찰기록과 세평(세상의 평가)까지 심사위원에게 전달됐다, 경찰 내부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한 것이다"라며 "경찰 특진 혜택은 내부 인사평가 시스템을 통해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은 "일반 학생들의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도 외부 수상 내역은 많은 논란이 있어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찰의 내부 인사에 언론이 개입하면 권언유착의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라도 특진 혜택은 경찰 내부에서 알아서 평가해야 한다"라고 했다.

현직 경찰인 A(47)씨는 "(청룡봉사상과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니 받을 만한 사람들이 받았다, 내부 평가에서도 충분히 특진 대상이 될 만한 사람들이었다"라면서도 "다만 특정 언론사가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공적을 심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보기엔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청 "사기저하 우려... 개선책 검토중"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기사를 보면 (청룡봉사상의 경우) <조선일보>가 결정해서 경찰 특진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경찰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여러 심사과정을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라며 "다른 부처들도 언론사와 연계해서 우수 직원을 선정하고 인사상 특전 등 포상을 하는 것으로 안다, (경찰 특진 폐지 등) 변화가 있으면 사기 저하 문제도 있다"라고 난감해했다. 다만 그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청룡봉사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 이 참에 영예로운 제복상의 특진 혜택도 검토 중"이라며 "전반적으로 검토를 진행할 예정"라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공무원은 시도지사가 임명권자라 경찰보다 상대적으로 특진할 기회가 적다"라며 "현장에서 고생하는 소방관을 대상으로 후보를 선정하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수상자를 추천한다"라고 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청룡봉사상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태그:#청룡봉사상, #영예로운제복상, #조선일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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