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최하위 KIA를 7연패의 수렁에 빠트리며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LG 트윈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9-2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 1승2패에 그쳤던 LG는 에이스 양현종 대신 임시선발 양승철이 등판한 KIA를 제물로 산뜻한 한 주의 시작을 알렸다(15승11패).

LG는 소리 없이 강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6이닝 2피안타 3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고 이어 등판한 3명의 불펜 투수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이천웅과 김현수, 채은성, 유강남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유강남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LG 이적 후 15번째 경기를 치른 김민성은 시즌 2호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하며 새 팀에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6년 동안 연 평균 127경기에 출전한 히어로즈의 주전 3루수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된 김민성은 2009년부터 백업 내야수로 114경기에 출전하며 롯데 내야의 미래로 떠올랐다. 당시 롯데는 간판타자 이대호가 3루 수비에 한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롯데 팬들은 공수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김민성이 롯데의 차세대 주전 3루수로 성장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롯데에게 김민성의 성장을 기다려 줄 여유는 없었다. 롯데는 2010년 7월 황재균(kt위즈)과 김수화가 포함된 2: 1 트레이드를 통해 김민성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떠나 보냈다. 사실 김민성에게 KBO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이었던 롯데에서 팬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신생팀 히어로즈로의 이적은 썩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히어로즈가 사용하던 목동야구장은 김민성에게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 됐다. 2011년 히어로즈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한 김민성은 서건창이 등장한 2012년부터 3루수로 정착해 공수를 겸비한 히어로즈의 붙박이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김민성이 유망주의 탈을 완전히 벗은 2013년부터 히어로즈가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하기 힘들다.

김민성은 2014년 타율 .292 12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병역 혜택을 받았다. 2015년과 2016년에는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꾸준한 3루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주 포지션은 3루였지만 2루나 유격수 자리에 부상자가 생길 때는 멀티 능력을 과시해 내야의 빈 자리를 메우는 역할도 맡을 만큼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가 바로 김민성이다.

그렇게 히어로즈의 간판 내야수로 활약하던 김민성은 박병호가 미국에서 돌아오고 김혜성,송성문,장영석 같은 젊은 내야수들이 성장한 작년 시즌 팀 내 입지가 급격히 작아졌다. 여전히 128경기에서 타율 .283 10홈런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타점은 2012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45개로 뚝 떨어졌다. 그렇게 1군 선수로 9년을 보낸 김민성은 201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첫 10경기 부진 씻고 최근 5경기 2홈런7타점 맹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LG는 주전 3루수 양석환(상무)이 군에 입대하면서 핫코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FA시장에는 김민성을 비롯해 최정(SK와이번스), 송광민(한화 이글스) 같은 기량이 검증된 3루수들이 즐비했지만 LG의 차명석 단장은 FA시장에서 선수 영입은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양석환의 대안이 준비돼 있지 않았던 만큼 LG가 시즌 개막 전에 3루 보강에 나설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결국 김민성은 지난 3월5일 키움 구단과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연봉 4억, 옵션 3억)에 FA 계약을 체결한 후 현금 트레이드(5억)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LG로서는 보상 선수 출혈 없이 지난 6년 동안 연 평균 127경기에 출전한 30대 초반의 준수한 3루수 자원을 얻게 된 셈이다. 김민성 역시 규모가 큰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인기구단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역시 부족한 훈련량과 실전 감각이었다. 계약과 트레이드가 늦어지는 바람에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김민성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김민성 대신 시즌 초반 3루수로 활약한 양종민이 1할대 타율과 실책4개로 부진하면서 김민성은 지난 5일 예상보다 조금 일찍 1군에 호출됐다.

김민성은 1군 등록 후 10경기에서 타율 .121 1타점 1득점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NC다이노스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린 김민성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389(18타수 7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감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특히 23일 KIA전에서는 3회 선발 양승철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개인 통산 3번째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아직 20대 신예처럼 보이지만 김민성도 어느덧 프로 13년 차의 베테랑이 됐다. 실제로 현재 LG 1군에서 김민성보다 프로 입단이 빠른 야수는 박용택과 정상호, 김현수 뿐이다. 단순한 이적생이 아니라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팀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중고참 선수라는 뜻이다. 초반 부진을 씻고 순조롭게 경기 감각을 회복해 가는 김민성의 상승세가 LG에게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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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김민성 만루홈런 사인앤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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