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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평창 데탕트'는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완전한 비핵화" 합의가 담긴 '판문점선언'을 도출해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6월, 싱가포르)과 남북정상회담(9월, 평양)이 잇달아 열리는 등 판문점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머릿돌'이 됐다. 하지만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합의가 불발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여정도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오마이뉴스>는 남북관계 개선, 전쟁위험 해소, 비핵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3개조 13개항으로 구성된 판문점선언이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이행돼왔는지를 짚어봤다.[편집자말]
 

[4.27 판문점선언 제2조]

2.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①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 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쌍방 사이에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지체 없이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개최하며 5월 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하였다.

 

지난 17일 통일연구원이 진행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 학술회의에서 사회를 맡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017년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15번 하고 6번째 핵실험을 했을 때 우리가 느낀 공포와 절망감을 보면 지금은 '천지개벽'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문 특보의 말처럼 판문점 선언 이후 적어도 남북 간 일촉즉발의 험악한 군사적 대치국면은 사라졌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판문점선언 제2조는 다른 조항에 비해 가장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 통신선과 국제상선공통망이 열렸다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는 모습.2018.11.22 [국방부 제공]
▲ 인사하는 남-북 군인들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는 모습.2018.11.22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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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 및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한 실제적 대책 수립 ▲ 상호 협력, 교류, 왕래, 접촉 활성화 위해 군사적 보장대책 수립 ▲ 국방부 장관 회담 및 군사 당국자 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다.

가장 먼저 실행된 조치는 남북 간 '심리전'에 사용됐던 확성기 철거. 2018년 5월 1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지난 50여 년 동안 남북이 운용해온 각각 40여 대의 대형 확성기가 철거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원활한 상호 소통과 우발충돌 방지 등을 위해 남북 군사당국을 연결하는 군 통신선도 2018년 다시 열렸다. 장성급회담을 통해 군 통신선을 복구하는 데 합의한 남북 군사당국은 2018년 7월 16일 서해지구, 같은 해 8월 15일 동해지구의 군 통신선을 모두 복구했다. 이로써 남북 간에 광케이블이 연결돼 유선전화나 팩스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남북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렸던 서해에서의 해상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국제상선공통망' 운용도 2018년 7월 1일을 기해 정상화했다. 남북 함정 간 대치와 부당한 물리적 행위를 하지 않고, 조난·구조 활동 등에서 서로 오해하지 않도록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연락하기로 했다. 남측의 호출 부호는 "한라산", 북측은 "백두산"으로 정했다.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 GP 들여다보다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하기로 한 판문점선언의 내용은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군사당국 간에 체결한 '군사분야 이행합의서(군사분야 합의서)'로 더욱 구체화됐다.

합의에 따라 2018년 11월 1일을 기해 남북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각각 5㎞ 안쪽 자기 구역에서 일체의 포병 사격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또 해상에서도 ▲ 서해 남쪽 덕적도 이북~북쪽 초도 이남 수역 ▲ 남쪽 속초 이북~북쪽 통천 이남 수역에서 포사격,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했다.

아울러 고정익항공기의 경우 동부지역은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남북이 40㎞씩, 서부지역은 20㎞씩, 회전익항공기는 10㎞씩, 무인기는 동부지역 15㎞, 서부지역 10㎞씩으로 하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고 지금까지 이를 지켜오고 있다.

비무장지대 내 모든 남북 GP(감시초소)의 철수를 위한 시범 조치로 상호 1㎞ 이내 근접한 GP 11개를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한 남북은 2018년 11월 말까지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완전 파괴했고, 상호 현장검증 작업까지 마쳤다. 남북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비무장지대 내에 설치된 GP를 상호 방문해 들여다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역사적 상징성 및 보존가치, 향후 평화적 이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 GP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키로 했다.

JSA의 '비무장 경비' 실현... '공동 근무수칙'은 미완성
 
북한이 2018년 11월 20일 오후 3시께 시범철수 대상인 10개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폭파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폭파되고 있는 북측 GP 모습. 2018.11.20 [국방부 제공]
▲ 북한, 중부전선 북측 GP 폭파 북한이 2018년 11월 20일 오후 3시께 시범철수 대상인 10개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폭파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폭파되고 있는 북측 GP 모습. 2018.11.20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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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남북은 지난 2018년 10월 20일 JSA 비무장화를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완료했다. 또 JSA 내 기존 초소(북측 5곳, 남측 4곳)를 폐쇄했고 화기에 대한 철수 작업도 같은 달 25일 마무리했다.

이후 남·북·유엔사는 비무장화 조치에 대한 '3자 공동검증'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0월 28일 이후 권총을 차고 무장한 채 상대방을 경계하던 양쪽 군인들의 모습은 사라졌고, JSA 내에선 비무장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안으로 실행되리라 기대됐던 민간인 관광객의 JSA 내 완전한 자유왕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유엔사 3자가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함께 근무할 때 적용할 '공동 근무수칙'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해 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한 약속도 아직 미완의 합의로만 남아있다.

판문점 선언과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남북은 서해 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진 못하고 향후 구성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남북 군사공동위)의 협의 과제로 남겼다. 평화수역 설정의 기준점을 어디로 하느냐를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단된 남북 군사당국 회담... 교착상태인 북미관계가 큰 영향 미쳐

2018년 남북은 3회의 장성급 군사회담과 실무회담 등 군사회담을 총 4차례 개최해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 이행 사항을 논의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지난 1월 30일 한강하구 해도 전달을 위한 군사 실무접촉을 마지막으로 남북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

향후 민감한 군사 현안을 논의할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공동 유해 발굴과 한강 하구 민간 선박 자유항행도 북한의 무응답으로 끝내 불발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우리 군 단독으로 화살머리고지 군사분계선 이남 우리쪽 지역에서 추가 지뢰 제거와 기초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강 하구 민간 선박 자유항행은 일단 보류키로 했다.

2018년 '천지개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숨 가쁘게 진행됐던 군사합의 이행이 올 들어 정체된 것은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협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좋으면 군사합의 이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회담이 끝내 결렬되면서 군사합의 이행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않는 이상 남북의 군사합의 이행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기조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9·19 군사합의의 기본 정신은 여전히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 주요 군사적 긴장완화 일지

▲ 2018년

5월 1일 군, 대북확성기 철거

6월 14일 제8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개최
6월 19일 한미, 8월 실시 예정이던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활동 유예 결정 발표
6월 22일 한미, 7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 유예 발표
6월 25일 남북, 동․서해지구 군통신선 복구를 위한 남북 통신실무접촉 개회

7월 1일 남북, 서해 해상 '국제상선공통망' 운용 정상화
7월 10일 정부, 8월 예정된 국가 전시대응태세 점검훈련 '을지연습' 잠정 유예 발표
7월 15일 북미, 미군 유해송환 장성급회담 개최
7월 16일 북미, 미군 유해송환 실무회담 개최 / 서해 군통신선 완전 복구
7월 27일 북, 미군 유해 55구 송환(원산)
7월 31일 제9차 남북장성급회담 개최

8월 15일 남북, 동해 군통신선 연결 및 시험통화 성공

9월 13~14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
9월 18~20일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개최

10월 1일 남북, JSA 및 유해발굴 시점지역 내 지뢰․폭발물 제거 작업 개시
10월 12일 남북군사실무접촉
10월 1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이행'을 위한 남․북․유엔사 3자협의체 1차회의
10월 22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이행'을 위한 남․북․유엔사 3자협의체 2차회의
10월 26일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11월 1일 남북 간 지상․해상․공중에서 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단
11월 4일 남북, 시범철수 대상 GP 각 11곳을 명확히 식별검증하기 위해 모든 시범철수 GP에 황색기 게양, 시범철수 절차 개시
11월 5일 남북,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수로조사 개시
11월 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이행'을 위한 남․북․유엔사 3자협의체 3차회의
11월 10일 남북, 시범철수 GP 화기․장비․병력 철수 완료
11월 12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이행'을 위한 남․북․유엔사 3자협의체 4차회의
11월 20일 북, 시범철수 대상 GP 10개 폭파방식으로 제거
11월 29일 정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유지 관련 물품 북측에 제공
11월 30일 남북, 유해공동발굴지역 지뢰제거 완료 / 시범철수 GP 시설물 완전 파괴 완료

12월 12일 시범철수 GP 남북 공동검증

▲ 2019년

1월 15일 문재인 정부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 삭제
1월 30일 정부, 한강 하구 남북공동이용수역 해도 북측에 전달
 
3월 2일 한미 국방장관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종료 결정

4월 1일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지역에서 남측 단독으로 기초 발굴작업 시작
 

태그:#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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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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