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개구리', '첨벙첨벙 심포니'. 새로 나온 동요노래 제목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곡을 듣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멜로디와 보컬이 반전의 매력으로 다가선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몽환적 느낌을 발산하는 여성 보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어른아이(본명 황보라)란 뮤지션이 4월 중순 발표한 곡들이다. 그는 2018년 여름 9년의 공백 기간을 마무리하고 음악계에 돌아 온 싱어송라이터다.

2005년 3인조 직장인 밴드로 결성된 어른아이는 2006년 첫 번째 정규 앨범 <비 틀 비 틀(B TL B TL) 발매와 활동을 이어나간 후 2009년 두 번째 정규음반 <댄들라이온(Dandelion)>에서는 보컬 겸 기타리스트 황보라 1인 체제가 된다.

특히 2007년 화제의 인기 드라마 <커피프린스> OST 주요 테마곡으로 어른아이의 노래들이 등장하면서 대중적 사랑을 얻게 되지만 2010년을 끝으로 새로운 곡 발표를 멈추고 활동을 중단한다.

하지만 뮤지션에게 음악은 운명과 같은 것. 어른아이의 9년은 오히려 인생의 전화점이 됐고 음악인으로서 두 번째 삶을 갖게 해줬다. 이제는 음악이 그저 생활의 일부로써 평범한 존재로 남아있기를 바란다는 어른아이. 다음은 4월 18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어른아이

어른아이 ⓒ 어른아이 제공

 
뮤지션 스스로를 위로하는 싱글앨범 <토닥토닥(Rain)>

- 신곡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솔직히 계속 곡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음원사이트나 인터넷 검색을 직접 할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매일 집안일도 해야 하는 주부라...(웃음) 대신 남편이 오타나 잘못된 정보등이 없는지 각 음원사이트 별로 체크하고 알려줬다. 좋은 반응과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음악들이 같을 것 같다."

- 2곡의 제목이 친근하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작업했나?
"이번에 발표한 노래들은 2010년에 만들었다. 2005년 밴드 어른아이로 활동당시 부터 발표했던 음악들의 가사나 멜로디가 너무 어렵고 생소하다는 이야기를 가족이나 지인들에게서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록 장르 곡들이어서 그런 느낌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싱글 앨범 토닥토닥(Rain) 표지 사진

싱글 앨범 토닥토닥(Rain) 표지 사진 ⓒ 어른아이 제공

 
그래서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로 가사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고 어렸을 때 들었던 동요들도 참고를 많이 했고, 2010년 무렵이 내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접근으로 곡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 '토닥토닥'이란 타이틀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작년 8월에는 <토닥토닥>이란 타이틀로 4곡을, 이번에는 <토닥토닥(Rain)>을 제목으로 해서 2곡의 디지털 음원을 냈다. 오롯이 어른아이란 이름을 걸고 9년여 만에 발표된 곡들이다. 거의 10년이란 시간동안 힘겨운 일도 없지 않았다.

앨범작업을 하던 와중에 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아픈 경험도 했다. 그런 가운데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남편과 음악회사 대표의 격려와 도움으로 정규음반 이전 싱글앨범들을 차례로 발매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힘겨워했던 나 자신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토닥토닥'이라고 정하게 됐다."  

뮤지션 인생의 전환점이 된 9년의 공백

- 9년의 공백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2010년에 음악 녹음작업을 중단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곡을 만들고 리코딩 작업을 하고 라이브 무대에 서는 것이 내겐 '행복과 위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겁고 힘겨워진 음악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유통 및 홍보를 해준 기획사와의 계약사항이 있어 라이브 활동은 2012년까지 했다. 이후 전공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했고, 결혼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2년 가까운 남편의 꾸준한 설득과 권유로 '음악활동의 마무리를 짓자'는 생각으로 2017년 작업을 다시 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즐기면서 계속 해나가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웃음)."
 
 어른아이

어른아이 ⓒ 어른아이 제공

 
- 그렇다면 9년은 어떤 의미로 다가서나?
"'제2의 삶',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준 9년이다. 내가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선다."

- 어른아이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밀림(Millim)이란 사이트가 있었는데 다양한 장르의 인디음악인들이 자신의 창작곡을 올려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웹사이트를 통해 음악적으로 성향이 맞았던 나머지 두 멤버를 만나 3인조 직장인밴드 어른아이를 결성하게 됐다."

어른아이에게 운명처럼 찾아 온 <커피프린스> OST

- 밴드 활동 당시 떠올려 본다면?
"뿌듯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자체적으로 밴드 멤버들이 앨범 제작 비용을 들여 음반을 완성했고, 어떤 제약 없이 우리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커피 프린스" OST 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작품으로 남아있나? 
"내가 만들고 노래했던 '새드 씽'과 '메이크 업' 두 곡이 등장했던 드라마 장면들을 동영상으로 본 적은 있다.

이 음악들이 소개된 후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전만 하더라도 홍대 클럽 위주로 활동을 펼쳤는데, 좀 더 다양한 무대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 같다."  

- 어른아이가 음악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1집 정규 앨범부터 일관되게 음악으로 추구한 것은 '사람간의 관계에서 오는 의문과 그 대답, 또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나  어떤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100% 전달하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오해를 불러 모으는 경우도 더러 생기는데, 내가 세상에 내놓는 노래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소통하게 만들고 '이해와 화해'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올해 안에 3집 정규앨범 발표위해 음악작업에 매진
 
- 2019년이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이미 벌려놓은 음악작업들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시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나 보다는 발표했거나 앞으로 소개될 곡들이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생각은 리코딩 뮤지션으로서 그동안 누렸던 자유로운 삶을 계속 만끽하고 싶다(웃음)."  
 
 어른아이

어른아이 ⓒ 어른아이 제공

 
- 현재 어떤 음악작업을 진행 중인지?
"확실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다음 작품으로는 세 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할 계획으로 현재 음악작업을 진행 중이다. 곡들은 이미 다 완성이 된 상황이고, 편곡과 녹음 믹싱 등 중요한 과정들이 남아있다. 올해 하반기 마스터링까지 마무리해 새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해야 할 중요 목표다."

- 어른아이가 꿈꾸는 음악인으로서의 삶은?
"특별한 것이 아닌 음악 자체가 그저 '생활'이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일상의 삶속에 녹아있는 평범한 존재로 음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른아이 황보라 토닥토닥 봄밤개구리 첨벙첨벙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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