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한국시간) 파리생제르망(PSG) 선수들이 리그 경기에 특별한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앞뒤로 '노트르담'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이다. 최근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를 기리기 위해 이와 같은 유니폼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전 세계 축구계는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함께 추모하고 애도하기 위해 특별한 유니폼을 착용해왔다.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파리생제르망
 
 PSG의 킬리안 음바페

PSG의 킬리안 음바페 ⓒ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무너지며 파리가 슬픔에 잠겼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프랑스 사람들에게 노트르담 성당의 의미는 컸다. 선수들은 화재 사태에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본인들의 이름 대신 '노트르담(NOTRE-DAME)'이 적힌 유니폼을 입었다. 

유니폼 앞면에는 메인 스폰서 로고가 아닌 노트르담 성당의 모습이 새겨졌다. PSG는 노트르담 성당 화재 진압에 참여했던 소방관 500명을 경기장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입고 뛴 이 날 경기는 우승의 기쁨과 더불어 슬픔도 함께 나누는 경기였다. 

#맨유-맨시티
 
 맨유와 맨시티가 착용한 일벌 문양이 박힌 유니폼

맨유와 맨시티가 착용한 일벌 문양이 박힌 유니폼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2017년 7월 20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2017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1라운드에서 맨체스터 더비가 열렸다. 이 날 양팀 선수들은 가슴에 일벌 문양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이 일벌 문양은 맨체스터를 상징하는 것으로 2017년 5월 22일 맨체스터 아레나 자살폭탄테러 사고로 숨진 22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새겨졌다. 양 팀은 사전에 합의해 유니폼을 제작했고, 선수들이 착용한 유니폼은 경매를 통해 팬들에게 판매되었으며 수익금은 모두 테러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을 돕는 데 사용되었다.

#FC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가 적힌 유니폼을 제작한 FC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가 적힌 유니폼을 제작한 FC 바르셀로나 ⓒ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2017-18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모든 팀은 개막전에서 추모 묵념을 가졌다. 2017년 8월 17일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이 테러는 바로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와 카탈루냐 광장을 잇는 지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흰색 벤 차량이 사람들이 있는 도보로 돌진해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은 2017년 8월 21일에 열린 베알 베스티와의 개막전에서 검은 암밴드와 추모 유니폼을 착용하며 연고지에서 발생한 테러의 슬픔을 함께했다. 유니폼 앞면에는 'TotsSomBarcelona'(우리는 모두 바르셀로나)라는 해시태그가, 뒷면에는 자신의 이름 대신 'BARCELON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AC밀란 

2016년 12월 4일에 열린 2016-17 이탈리아 세리에A 15라운드 경기에서 AC밀란은 자신들의 엠블럼이 아닌 다른 팀의 엠블럼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엠블럼의 주인은 다른 국가, 다른 리그의 축구팀, 브라질 샤페코엔시다. 
 
 브라질 축구팀 샤페코엔시 엠블럼이 새겨진 AC밀란 유니폼

브라질 축구팀 샤페코엔시 엠블럼이 새겨진 AC밀란 유니폼 ⓒ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2016년 11월 29일, 브라질 축구팀 샤페코엔시를 태운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기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전 세계 축구팬들이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이탈리아는 누구보다 이 아픔에 공감했다.

1949년 세리에A의 강팀이자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대부분의 선수들이 속해있었던 토리노FC의 비행기 추락사고, '수페르가의 비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AC밀란은 등번호 아래 'FORÇA CHAPE' 라는 글귀가 적힌 유니폼을 입었고, 착용한 유니폼 모두 샤페코엔시에 기증했다. 

#올랜도시티
 
 무지개색 축구화로 추모에 동참한 당시 올란도시티 주장 브렉 셰어

무지개색 축구화로 추모에 동참한 당시 올란도시티 주장 브렉 셰어 ⓒ 브렉 셰어 공식 SNS

  
2016년 6월 21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무장 괴한이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를 난사해 49명이 사망하고 53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이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사 며칠 후 개최된 '2016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한 미국 국가대표팀 주장 마이클 브래들리는 'One Nation'이라는 문구가 적힌 무지개색의 완장을 차고 나왔다. 무지개색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프라이드 플래그(Pride Flag)'다.

축구팀 올랜도시티의 서포터들은 경기 날 희생자 수와 같은 49개의 좌석에 알록달록한 풍선을 달았고,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며 어쩌면 자신들과 함께 축구를 봤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올랜도 선수들 역시 'Orlando United'가 적힌 유니폼을 입었고, 유니폼 제작사인 아디다스는 수익금 전부를 재단에 기부했다. 

스포츠계의 추모 유니폼에는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희생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스포츠와 관련 없는 사고가 일어나도, 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름 모를 사람이 희생되어도 같은 '사람'으로서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추모 유니폼은 단순히 제작과 착용에서 끝나지 않고 판매수익금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스포츠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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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9기 신인주
축구 해외축구 추모 유니폼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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