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환경재단에서 열린 16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기자회견.

23일 오전 서울 환경재단에서 열린 16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기자회견. ⓒ 성하훈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판하는 영화 <삽질>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16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된다.

환경영화제 측은 "가해자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 이 사건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빨리 사라지기를 원하지만, 그 집단의 망각은 우리 공동체의 미래와 연대의 희망을 파괴하는 집단적 폭력과 다를 바 없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서울환경영화제가 23일 오전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개국 59편의 상영작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등의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되면서 영화제 역시 이 흐름에 발 맞췄다.
 
최열 조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라며 "폭염, 미세먼지, 플라스틱 등 환경문제에서 근본적인 대안은 문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로 감동받고 음악을 들으면서 물질적인 욕망을 문화로 해소해야 한다, 바꿔야 한다"라며 "가장 좋은 매체가 영화"라고 강조했다.
 
이명세 집행위원장도 최근 어떤 프로듀서의 아들이 미세먼지를 체크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아침마다 쓴다고 해 놀랐다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지구를 지키면서 사람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올해 환경영화제 역시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이 우리 생활공간과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면서 "지구환경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현재 자본주의는 지나친 소비를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현대 영화는 자본주의와 맞닿아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덜 쓰고 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유혹을 벗어던지고 진짜 영화정신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올해 환경영화제이 슬로건인 '에코 스피릿(Eco Spirit)을 강조했다.
 
플라스틱과 친환경 먹거리
 
 16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아쿠아렐라>

16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아쿠아렐라> ⓒ 환경영화제

  
개막작은 물을 소재로 한 영국 다큐멘터리 <아쿠아렐라>가 선정됐다. 96프레임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에서 출발해 마이애미, 허리케인 '일마'가 덮친 플로리다,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 등을 담았다.
 
올해 프로그램은 플라스틱과 친환경 먹거리에 집중했다. 특히 지난 수년간 플라스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영화제답게 올해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특별한 영화 3편을 준비했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말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그들의 약속이 사탕발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미국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는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에 수만마리 알바트로스 새끼들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죽어 땅을 덮어버린 슬픈 광경을 담은 영화다. 비극적인 환경파괴의 현장 한가운데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호주 다큐멘터리 <블루>는 해양오염과 싸우며 바다 생명을 보호하는 환경활동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바다환경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도할 수 있다.
 
'에코 밥상으로의 초대'에서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영화 5편이 소개된다. 채식과 생선, 슈퍼푸드 체인의 이면을 파헤치는 다큐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전달할 예정이다. 섬과 하천, 동물 등을 주제로 한 영화들과 아시아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들 역시 환경영화제가 지나칠 수 없는 사안들이다. 난개발의 문제점과 무분별한 개발이 남긴 상처들을 조명한다.
 
4대강 문제를 다룬 다큐 <삽질>은 그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영화제 측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한 편의 영화를 호출한다"고 밝혔는데,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공감과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신작 발굴 소홀 아쉬워
 
올해 역시 영화제의 특성에 맞게 환경문제를 다룬 의미 있는 작품들이 많이 선정됐으나, 국내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고 이미 개봉한 작품들이 포함된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들 중에도 지난해 국내 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영화가 여럿 포함됐다. 신작보다는 이미 여러 번 상영됐던 영화들을 추려 놓은 모양새다.
 
환경영화제가 타성에 젖은 듯 새로운 작품 발굴을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영화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영화제 한 관계자는 "작품 선정을 위해 프로그래머의 국내외 출장 등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16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최열 조직위원장과 이명세 집행위원장, 에코프렌즈

16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최열 조직위원장과 이명세 집행위원장, 에코프렌즈 ⓒ 성하훈

  
한편 홍보대사인 에코 프렌즈로 배우 이천희-전혜진 부부와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보틀팩토리 정다운 공동대표, 패션문화매거진 '오보이' 김현성 편집장이 선정됐다.
 
이천희 배우는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영화제와 환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혜진 배우 역시 "이제 막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다른 홍보대사들 역시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며 "환경에 관심이 약한 분들이 더 많이 오셔서 환경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환경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제16회 환경영화제는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다.
서울환경영화제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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