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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2018년 12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주한 외교관 대상 정책설명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2018년 12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주한 외교관 대상 정책설명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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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외교부 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과 북한의 6.12 싱가포르 합의사항이 비핵화 상황에 종속되지 않고 각각 진전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비핵화와는 별개로 북미관계개선과 평화체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서울 정동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며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 완화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재 완화와 남북협력에 대한 견해는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우선 "한국 측으로부터 부분적인 제재 완화에 대한 공식적인 제안을 받지 못했다"며 "(한미 간에) 논의는 많이 했으나, 워싱턴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강조했다"고 답했다. '비핵화 진전에 따른 일부 제재 완화'는 한미 간 합의된 대북 제안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해리스 대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다른 3개의 기둥에 대해 병행적이고 동시적(parallel and simultaneously)으로 진전시킬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합의의 4개 기둥은 ▲ 새로운 미북관계의 수립 ▲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 미군 유해 송환 등이다.

해리스 대사는 "첫 번째 기둥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우리는 과정을 이행하고 있다. 두 번의 정상회담을 했고 세 번째 회담을 할 기회가 있다"면서 "두 번째 기둥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인데, 북한, 한국, 미국 3개 나라는 사실상 매일같이 그 작업을 하고 있다. 네 번째 기둥은 한국전쟁 미군 유해를 되찾는 것이고, 북한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세 번째 기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바로 비핵화와 제재의 완화(relief)다.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는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그게 다른 영역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의 핵심인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교환'에 진척이 없더라도 나머지 3개 분야는 진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뤄두고 쉬운 것부터 진전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노 딜과 배드 딜 사이에선 노 딜 옳아... '쉬운 공' 김정은에게"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완화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하노이에서의 결과물은 '노 딜(no deal)'과 '배드 딜(bad deal)' 사이 선택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회담) 테이블에서 김정은이 제안한 내용과 관련해선 충분히 좋다고 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nothing good enough)"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김정은 자신이 제안한 것과, 그의 실무진이 우리 실무진에게 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제안한 것을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무엇을 줘야했겠는가. 거의 모든 제재, 특히 2016년의 UN 안보리 결의 2270호부터 2017년의 2397호까지 중요한 모든 경제제재를 즉각 완화했어야 했다. 그 제재들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의 주된 부분이다.

그(김정은)는 제재의 즉각적인 완화를 요구했고, 그 교환조건으로 미래 언젠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했다. 제재가 완화되는 그 순간 북한은 큰 재정적인 도움을 받게 되고 현금이 흘러들어가게 됐을 것이다. 그 모든 대량파괴무기(WMD), 그 모든 것들은 온전히 남아 있었었을 것이고, 무기를 생산하는 능력도 대부분 온전히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 같은 상황은 한국도,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나 지역 전체를 더 안전하기는커녕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빅 딜'과 '충분히 좋은 딜(good enough deal)' 사이에서 선택을 하는 문제가 아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노 딜'을 선택하는 것으로 옳은 결정을 내렸다."


북한의 제안과 미국의 '빅 딜' 입장을 절충한 '충분히 좋은' 합의안도 미국의 입장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하노이회담 당시의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지만,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다른 3개 기둥'에 대해선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 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청와대는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해리스 대사의 '비핵화와 별개로 평화체제·관계개선 논의 가능' 발언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3차 북미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이 테니스에서 '높이 띄워 넘긴 공'과 같다고 했다. 그는 "대화의 기회를 잡을지 안 잡을지는 김정은이 결정할 몫이고, 이제는 테니스 공이 김정은 쪽 코트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게 줬다. 로빙(lobbing)으로 준, 쉽게 칠 수 있는 공"이라고 비유했다.

'한국 외교 고립'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편 일각에서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 단독 회담이 2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한미동맹이 위태롭다'고 주장하는 것에 관해 해리스 대사는 적극 반박했다.

해리스 대사는 "2분이라고 언급하셨지만, 내 생각엔 2분보다는 더 길었다. 그 이후에도 확대회의가 오찬을 통해 이뤄졌고 여기서 많은 대화들이 오고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방 안에 많은 사람들(취재진 등)이 있지만 나는 당신(기자)과만 대화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의제로 갖고 온 그 모든 이슈를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확신하며,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북·중·러의 관계는 강화되고 미일 동맹은 강화되는데 한국만 고립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해리스 대사는 "그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고립돼 있지 않다. 미국은 한국과도 동맹관계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있는데, 만약 한일 양국이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다면 한미일 3각 동맹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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