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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엄마, 미안해 하지마>란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마음이 아플까 봐 조심스럽게 보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읽는 동안이나, 다 읽고 나서는 슬프다, 가슴이 아프다 이런 말보다 좀 더 죽음과 그에 따른 죽음 준비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 유성이 지음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 유성이 지음
ⓒ 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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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기회가 되어 '바오로딸과 함께하는 평화와 치유'라는 북콘서트에서 이 책 작가와의 만남도 가질 수 있었다. 작가는 '죽음이란,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별할 것과 이별하는 거'라고 하셨다. 또한 살아있을 때 학교시험 준비, 취업 준비는 열심히 하면서 왜 한 번 정해져 있는 죽음시험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는지 말씀 하시면서, 죽음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셨다.

정말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살면서 매우 중요한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이 책 내용이다.
 
사랑이 사랑을 낳고 또 사랑을 낳는다. 누구나 한 번은 겪을 죽음, 인생에서 태어남은 스스로 선택할 수없었지만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다면 죽음의 질과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 p 15

'죽음이 무섭다, 두렵다'란 생각으로 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준비하는 것도 살아있는 삶을 좀더 가치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인 듯하다. 
 
이 책은 하늘나라로 떨날 엄마와 남겨 질 여덟 살 딸과 호스피스센터에서 함께한 60일간의 이별준비 기록이 담겨있다. 작가는 예술치료사 겸 죽음 교육자로서 아이가 처음 가는 길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자 했다. 모든 생명의 변화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엄마가 선택한 죽음을 이해시키려 했으며, 모녀의 추억 쌓기와 기억을 정리하는 이별 준비과정을 도왔다. 그리고 엄마의 세상 끝 날, 죽음을 수용하고 세상에서 가장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임종 시간이 되도록 안내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간호팀장한테 전화가 왔다. 호스피스센터 환자 중에 여덟 살 딸아이 엄마가 있는데 , 아이에게 엄마의 죽음을 이해시키고 임종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냐는 의뢰였다. - p28

책 내용도 담담하게 슬프지만 그 상태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죽음을 준비하는 엄마와 딸을 준비 과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일요일에는 세레나의 일일 간병인,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병원에 오는 딸의 미술치료사로서 계속 병동에 머물기로 했다. - p30

나는 이번 여정에서 두 가지를 최종 목표로 삼았다. 첫째는 세레나의 임종 준비를 돕는 것이고, 둘때는 엄마와 사별함으로써 딸이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 p31


나는 세레나와 딸에게 보여줄 그림 동화책 몇 권을 준비했다. 모녀는 책을 읽으면서 동화책 주인공의 삶, 감정, 생각, 행동에 동일시되어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과 현재 상황을 직면하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잠재된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된다. 내가 선택한 책은 <따로따로 행복하게>와 브라이언 멜로니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리고 미셀르미유의 <천둥치는 밤>이다. - p37
 

임종을 앞둔 엄마와의 책놀이. 죽음은 삶에서 자연스런 형태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세레나에게 연이와 인터뷰 놀이를 했던 '식물 이야기'음성 녹음을 들려주었다. "지금의 엄마 모습과 생각을 기록해, 훗날 연이에게 남겨주는 것 어떨까요? p63

세레나는 임종이 다가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거듭 말했다.
"연이에게 말해주세요. 연이가 잘못했거나 누구의 잘못으로 엄마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요. 연이가 엄마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해주세요"
보통 살면서, 누가 갑자기 크게 다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 죄를 지어 벌을 받았다거나, 아니면 선조로부터의 잘못으로 벌을 받는 다는 등의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아예 단절 시켜주고 인지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어느새 우리의 대화는 점점 다가오는 죽음 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모녀의 행복했던 추억과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추억 사진 그림첩 만들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 p161

"연이야, 엄마랑...그래도 엄마랑... 인사를 잘 해야 되겠지?"
"......"
"엄마가 당장 연이랑 헤어지지는 않아. 그렇지만 연이랑 인사를 잘 하기 위해서 용감하게 이곳을 선택하고 오신거아. 연이를 많이 사랑하고, 연이랑 헤어지기 너무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랑 잘 헤어지기위해서 준비하는 멋진 엄마야, 그걸 꼭 기억해." - p188

우리는 TV나 영화를 통해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임종 시에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처럼 미리미리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임종이 가까운 순간조차 딸에게 웃음을 주려는 세레나. 이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올랐다. - p240

<인생이 아름다워>의 명장면이라면 당연 주인공 귀도가 아들 조수아를 살리기 위해 죽음 앞에서 비극적인 순간을 재미있는 위트로 넘기는 장면이다. 이 주인공 엄마도 죽는 순간까지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은 것이다.

나 또한 친정아버지를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야 했다. 아버지가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이별을 준비할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날도 병원에 입원하시고 어미니로부터 분명 저녁식사를 잘 하셨다고 통화를 하여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와 통화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아버님의 소천 소식을 들었다.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가 갑자기 수혈을 하고 나서 '어지럽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숨이 멎으셨다고 했다. 아버지 소천 소식을 듣고 바로 병원에 갔을 때 멀리 병실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어머니는 통곡하셨고, 의사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눈을 뜨지 못하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다.

너무나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정말 얼토당토 않게, 아버지는 전혀 아무런 준비가 없는 그런 상태에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리 죽음에 임하기 전에 이별 인사도 못하고, 살아 계실 때 좀더 많은 추억거리를 못 쌓은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이 책을 통해서 지난 죽음의 이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맞이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남은 삶을 좀더 소중히 보내기 위해서도 가족들과 이웃들과 서로 사랑을 나누며 또한 고귀한 이별을 준비해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

유성이 마리아 지음, 바오로딸(성바오로딸)(2019)


태그:#죽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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