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욱 OK저축은행 수석코치

석진욱 OK저축은행 수석코치 ⓒ 한국배구연맹

 
'김호철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후임 감독으로 석진욱 수석코치를 사실상 내정하고, 삼고초려를 하고 있다.

석 코치는 지난 2013년 OK저축은행 팀 창단 때부터 6년 동안 김세진 감독을 보좌하며 수석코치 임무를 수행해 왔다. OK저축은행은 현재 후임 감독을 하루 빨리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녀 프로배구 13개 구단 중 OK저축은행만 유일하게 감독 공백 상태다.

다음 시즌 구상은 물론 기존 선수들과 계약 문제도 진행해야 한다. 특히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이 5월 10일로 코앞에 다가왔다. 팀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 분석에 매달려도 부족한 시점이다. 김호철 사태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도 수습해야 한다.

현재 석진욱 수석코치는 OK저축은행 프런트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감독 선임을 계속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K저축은행 핵심 관계자는 18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석진욱 수석코치가 김호철 감독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구단의 적극적인 설득에도 '감독을 맡지 않겠다'며 계속 고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석 코치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주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구단은 석 코치에게 김호철 감독 관련 부분에 대해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했다"며 "석 코치가 구상하고 있는 부분들을 구단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석 코치가 원하는 사항을 다 해줄 테니 제2의 도약을 위해서 팀을 같이 끌어가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석 코치가 감독을 맡는 게 순리이고 최선이다. 다른 대안은 갖고 있지 않다"며 "삼고초려한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OK저축은행은 석 코치 설득과 별개로 18일 김호철 사태와 관련해 배구팬과 대표팀을 향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호철·구단의 선택, '괴로운 후배' 석진욱

석진욱 수석코치는 이번 김호철 사태 과정에서 피해자가 됐다. 공교롭게도 김호철(65세), 김세진(46세), 석진욱(44세) 세 사람은 한양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 진행 과정에서 모두가 큰 상처를 입었다.

김세진 감독은 2013년 OK저축은행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창단 2년 만에 팀을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한 2년 연속 V리그 챔피언(2014-2015, 2015-2016시즌)에 오르는 금자탑을 쌓았다. 물론 세계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인 시몬(206cm·쿠바)의 영향도 컸다. 시몬은 현재 이탈리아 리그 강호인 루베 치비타노바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배구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로 변경된 2016-2017 시즌 이후 OK저축은행은 2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올 시즌에도 5위에 그쳤다. 성적 부담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세진 감독은 결국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지난 3월 14일 자진 사퇴했다.

이후 OK저축은행은 차기 감독 1순위로 석진욱 수석코치를 검토했다. 그러나 중간에 '김호철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김호철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OK저축은행 구단 고위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해 '감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대표팀 전임 감독 문제에 대해서도 김 감독이 '내가 알아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호철 감독도 자신이 먼저 OK저축은행에 감독직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관련 기사: 얼룩진 대표팀 감독 자리... '김호철 사태'에 배구계 발칵)

지난 9일에는 '김호철 감독이 OK저축은행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자 배구계와 배구팬들은 OK저축은행과 김호철 감독을 향해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다.

김호철 감독이 15일 OK저축은행 감독을 고사하고 다시 대표님 감독에 전념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된 듯했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과 OK저축은행을 향한 배구계과 배구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한민국배구협회 남자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인 최천식 인하대 감독이 17일 책임을 통감하고 전격 사퇴했다. 배구협회는 김호철 감독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대표팀 감독 유지 '불투명'... 선후배 3인 모두 '큰 상처'

배구협회의 징계 수위와 상관없이, 김호철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본인이 프로팀 감독으로 가겠다고 먼저 요청한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에 '퇴진 여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올림픽 예선전이라는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대표팀을 내팽개치고 프로팀으로 가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배구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과 상처를 안겼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팀 감독을 그만두려고 한 행위이기 때문에 중대한 '전임 감독 계약서 위반'이다. 전임 감독 도입 취지를 '전임 감독'이 앞장서서 무너뜨린 것도 배구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 수 있겠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 한 현직 배구팀 감독의 지적은 뼈아프다.

"대표팀에서 빠져나가려고 시도한 감독이 어떻게 대표팀 선수를 소집하고, 선수들에게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라'고 지시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일련의 사태에서 김호철, 김세진, 석진욱 3인의 선후배들은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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