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두산 투수 홍상삼이 역투하고 있다. 2018.7.17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두산 투수 홍상삼이 역투하고 있다. 2018.7.17 ⓒ 연합뉴스

 
두산이 SK와의 첫 만남에서 연승을 거두며 작년 한국시리즈의 아쉬움을 털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12-3으로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두산은 이날 LG 트윈스에게 연장 12회 2-4 패배를 당한 NC 다이노스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14승 7패).

두산은 테이블 세터 정수빈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5안타 2볼넷 1타점 6득점을 합작하며 푸짐한 밥상을 차렸고 박건우와 허경민, 김재호도 나란히 멀티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린 두산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따로 있었다. 시즌 첫 선발로 등판해 승리 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강판됐지만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고백하며 눈물을 보인 홍상삼이 그 주인공이다.

홍상삼을 '전국구 투수'로 만든 한 이닝 3폭투와 4연속 볼넷 

충암고 시절 미추홀기와 봉황기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된 홍상삼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지명(전체 20순위)을 받고 두산에 입단했다. 사실 고교 시절에 올린 실적만 보면 1차 지명 선수로 언급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2007년 덕수고와의 봉황기 결승에서 동료의 실책에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면서 홍상삼에 대한 평판이 급격이 나빠졌다.

입단 첫 해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홍상삼은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2009년 5월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프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홍상삼은 크리스 니코스키, 후안 세데뇨 등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했던 두산에서 9승6패3홀드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특히 그 해 롯데를 상대로 4승 무패 ERA 2.70으로 '거인 사냥꾼'의 면모를 과시했다.

2009년 활약 이후 제구 난조로 슬럼프에 시달리며 2년 동안 4승을 추가하는데 그친 홍상삼은 2012년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kt위즈 잔류군 투수코치)를 만났다. 정명원 투수코치로부터 포크볼을 전수 받아 2012년 불펜 투수로 변신한 홍상삼은 53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1세이브 22홀드 ERA 1.93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급부상했다. 홍상삼은 2013년에도 5승 4패 5세이브 9홀드 ERA 2.50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3년은 홍상삼에게 썩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 홍상삼은 2013년10월9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에 등판해 한 이닝에 폭투 3개를 기록하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홍상삼은 2013년 가을야구에서 1세이브 1홀드 ERA 2.13(12.2이닝 3자책)의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홍상삼을 떠올릴 때 한 이닝 3폭투 사건만을 기억했다.

한 이닝 3폭투가 트라우마가 된 홍상삼은 2014년 12경기에서 3패로 부진한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2016년 9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홍상삼은 6경기에서 5세이브1홀드를 기록하며 이현승이 흔들리던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로 떠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9월2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4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제구 불안하지만 힘으로 타자 압도할 수 있는 홍상삼의 매력적인 구위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두산 투수 홍상삼이 역투하고 있다. 2018.7.17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두산 투수 홍상삼이 역투하고 있다. 2018.7.17 ⓒ 연합뉴스

 
입대 전 한 이닝 3폭투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던 홍상삼은 전역 직후 다시 4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두산 팬들에게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팬들은 여전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홍상삼에게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실망 뿐이었다. 그렇게 홍상삼은 2017년과 작년 시즌 나란히 1승에 그치며 두산의 1군 전력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런 홍상삼에게 올 시즌은 좋은 기회였다. 김강률과 곽빈의 부상으로 두산 불펜이 예년에 비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도 홍상삼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고 철치부심한 홍상삼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부활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시범경기가 시작되자 홍상삼은 2경기에서 볼넷 2개로 2점을 내주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한 홍상삼은 8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토종 에이스 이용찬의 대체 선발로 홍상삼을 낙점했다. 두산의 불펜에는 장원준, 배영수, 이형범 등 선발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어렵게 구축한 불펜을 흔드는 대신 퓨처스리그에서 묵묵하게 기회를 엿보던 홍상삼을 선택했다. 

704일 만에 1군 선발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1회 첫 타자 김강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홍상삼은 5회 2사까지 72개의 공을 던지며 5탈삼진 3실점으로 SK 타선을 막았다. 특히 4회 이재원과 제이미 로맥을 연속 3구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장면은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비록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폭투를 연발하면서 마운드를 내려 왔지만 두산 3연승의 징검다리를 놓기에 충분했던 기대 이상의 호투였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음에도 경기가 끝난 후 수훈 선수로 선정된 홍상삼은 인터뷰에서 "제구 불안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자신이 야구를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 준 퓨처스 팀의 강석천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물론 홍상삼의 제구력이 하루 아침에 나아질 리는 없겠지만 SK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던 홍상삼의 위력적인 구위는 분명 두산 마운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두산 베어스 홍상삼 공황장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