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AFP/연합뉴스


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2위로 16강에 올랐을 때만 해도 네덜란드 리그의 AFC 아약스가 이렇게 큰 태풍을 몰고 올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16강에서 챔피언스리그 3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물리친 아약스는 8강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최강팀 유벤투스 FC마저 제압했다.

아약스의 제물이 됐던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함께 세계 축구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공통점이 있다. 16강에서 호날두의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꺾은 아약스는 8강에서 호날두의 '현 소속팀' 유벤투스를 탈락시켰다(호날두의 '전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바르셀로나에게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호날두는 작년 여름 10년 동안 활약하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유벤투스 이적을 선택했다. 이미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했던 호날두는 역대 최초로 유럽 3대 빅리그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발롱도르 5회 수상에 빛나는 천하의 호날두도 이적 첫 시즌에 유럽 무대 정상을 정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26번의 우승을 경험한 호날두

속칭 '메호대전'으로 불리는 '메시와 호날두 중 더 뛰어난 축구선수인가?'라는 질문은 축구팬들의 영원한 논쟁거리다. 아마 축구를 좋아한다는 전문가와 마니아들을 불러 모아 3일 밤낮을 토론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사실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축구 역사에 남을 두 선수의 활약을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게 훨씬 생산적인 일이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메시와 호날두 중 어떤 선수의 인생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호날두 쪽을 선택할지 모른다. 메시의 경우 유소년 시절이던 2001년부터 20년 가까이 축구인생 대부분을 스페인에서만 보냈지만 호날두는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영국, 스페인을 거쳐 이탈리아까지 유럽 각 국을 돌며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원클럽맨의 레전드가 되는 메시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2002-2003 시즌 스포르팅CP의 우승 멤버로 활약한 호날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눈에 띄어 2003년 맨유로 이적했다. 맨유에서 포르투갈 선수를 영입한 것은 호날두가 역대 최초였고 맨유는 호날두에게 조지 베스트,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같은 레전드들이 달았던 등번호 7번을 안겼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10대 소년을 눈 여겨 본 퍼거슨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다.

호날두는 맨유에서 활약하는 6시즌 동안 3번의 리그 우승과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리고 생애 첫 발롱도르(2008년)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그리고 호날두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가 갈락티코 2기를 구성할 때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8000만 파운드)을 세우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물론 현재 최고 이적료 기록은 파리 생제르맹의 네이마르가 보유하고 있다). 세계 축구계에 본격적인 '메날두'의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호날두가 활약하는 동안 레알 마드리드가 프리메라 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단 두 번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바르셀로나가 6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과다. 하지만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와 발롱도르 4회 수상으로 리그에서의 아쉬움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무려 16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호날두에겐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9경기 6골2도움 기록하고도 아약스에게 덜미 잡히며 4강 좌절

호날두는 작년 여름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한 호날두에게 '과연 도전이라는 표현이 적당한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실제로 거침 없는 발언으로 유명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 갤럭시)는 세계적인 빅클럽만 옮겨 다니는 호날두의 이적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호날두에게는 이탈리아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바로 유럽의 3대 빅리그로 불리는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모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명문팀으로 군림하면서도 20년 넘게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한 유벤투스 역시 호날두의 목표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미 리그 내에서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유벤투스가 더글라스 코스타와 엠레 찬, 주앙 칸셀루 등을 추가로 영입한 이유다.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4승2패로 H조 1위를 차지했고 16강에서 스페인의 '난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만났다. 유벤투스는 1차전 0-2 패배를 극복하고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합계스코어 3-2로 8강에 진출했다. 2차전에서 유벤투스가 넣은 세 골은 호날두가 기록한 해트트릭이었다. 그리고 8강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이는 아약스를 만난 유벤투스는 4강 진출 확률이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노련한 유벤투스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아약스의 패기를 너무 얕잡아 봤다. 1차전에서 1-1로 비기며 승리를 챙기지 못한 유벤투스는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합계 스코어 2-3으로 탈락했다. 호날두는 1,2차전에서 나란히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유벤투스로서는 수비의 중심 조르조 키엘리니의 부상 결장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유벤투스는 호날두라는 슈퍼스타를 거느린 첫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유벤투스는 8강에서 탈락했지만 호날두는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9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어느덧 만 34세의 노장이 됐지만 리그에서도 26경기에서 25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만큼 노쇠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록 유벤투스 이적 첫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좌절됐지만 다가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적절한 보강에 성공한다면 호날두의 '3대리그 챔피언스리그 정상 도전'은 여전히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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